주간동아 1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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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누가 이기나 보자!” 외국계 공매도 세력에 1차전 완승한 개미

쇼트 커버링에 주가 급등… “에코프로 개미 롤모델은 셀트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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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7-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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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충북 청주시 오창읍 에코프로그룹 본사. [에코프로 제공]

    충북 청주시 오창읍 에코프로그룹 본사. [에코프로 제공]

    “공매도 세력의 쇼트 커버링이 본격화하면 주가 200만 원도 꿈이 아니다. 아직은 버티고 있지만 주가가 100만 원대에 안착하면 공매도 세력도 슬슬 손절할 것이다. 그러면 매수세가 폭발하면서 최소 200만 원까지 가게 돼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

    한 개인투자자가 7월 17일 에코프로 종목토론방에 올린 게시물 내용이다. 6월까지만 해도 70만 원대를 기록하던 에코프로 주가는 7월 들어 100만 원 선을 넘나들기 시작했다.

    쇼트 커버링, 백기 든 공매도

    앞서 한 차례 조정을 받은 에코프로 주가가 이 같은 급등세를 나타낸 데는 공매도 세력의 ‘쇼트 커버링’(빌린 주식을 갚기 위해 되사는 것)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많다. 에코프로 주가가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해 주식을 빌려서 팔았으나(공매도 했으나), 되레 주가가 오르자 매도했던 주식을 다시 사들여 주가가 큰 폭으로 치솟게 됐다는 얘기다. 아직 골드만삭스 등 외국계 투자은행들이 에코프로그룹주에 대한 공매도 잔고를 대량 유지 중이지만 개인투자자는 이들 공매도 세력도 결국 견디지 못하고 쇼트 커버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를 둘러싼 현 상황은 ‘개미 대 공매도’라는 오랜 대결 구도에서 개인투자자가 보기 드물게 승리를 거머쥔 것으로 요약된다. 개인투자자가 똘똘 뭉쳐 에코프로에 대한 강한 매수세를 유지했고, 그 결과 공매도 세력이 쇼트 커버링이라는 백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공매도는 주식을 빌려와 매도하는 ‘차입 공매도’에 한해 합법이다. 따라서 공매도 후에는 차입한 주식을 상환해야 하는데, 예상과 달리 주가가 떨어지지 않아 시세차익을 얻지 못하면 주식을 빌리는 기간이 길어진다. 이로 인해 이자 부담이 지나치게 커질 경우 공매도 세력이 팔았던 주식을 재매입하는 쇼트 커버링이 발생하는 것이다.

    공매도 잔고 1조… 불씨 여전

    실제 한국거래소 공매도 통계에 따르면 공매도 세력인 외국인투자자는 7월 들어 에코프로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에코프로 주가가 처음 90만 원대로 올라선 7월 3일 외국인투자자는 에코프로를 3244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주가가 111만 원을 돌파하며 ‘황제주’에 등극한 7월 18일에도 외국인투자자는 에코프로를 2492억 원 순매수했다. 두 날 외국인투자자는 코스닥시장에서 각각 4726억 원, 4991억 원 순매수했는데, 그중 절반 이상이 에코프로에 쏠린 것이다. 지난달 5%대를 기록하던 에코프로 차입 공매도 비중도 7월 3일 이후 3%대로 떨어졌다.



    공매도 세력의 쇼트 커버링은 에코프로 주가에 화력을 더하는 불쏘시개로 작용하고 있다. 7월 3일 에코프로 주가가 급등한 일차적 원인은 테슬라의 깜짝 실적이었다. 테슬라가 7월 2일(현지 시간) 2분기 차량 인도 대수가 46만6000대를 기록해 전년 대비 83% 증가했다고 발표하면서 국내 2차전지 대장주인 에코프로에 대한 매수세가 나타났다. 이에 에코프로 주가가 치솟자 공매도 세력도 쇼트 커버링에 나섰고 이후 쇼트 커버링이 주가를 더욱 상승시키는 ‘쇼트 스퀴즈’까지 벌어진 것이다. 공매도 세력의 항복 선언에 개인투자자는 또다시 에코프로를 담는 순환이 이어지고 있다. 에코프로 주가는 7월 18~19일 이틀 연속 110만 원대를 기록했다(그래프1 참조). 에코프로의 2차전지 사업 자회사 에코프로비엠도 이와 유사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그래프2 참조).

    에코프로 종목토론방에 한 개인투자자가 올린 게시물(왼쪽). [네이버 증권 캡처]

    에코프로 종목토론방에 한 개인투자자가 올린 게시물(왼쪽). [네이버 증권 캡처]

    다만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 잔고는 여전히 1조 원을 넘는다. 주가 하락을 기다리며 ‘버티기’에 들어간 공매도 세력도 적잖은 것이다. 7월 17일 기준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 잔고는 1조3094억 원이다. 이 중 상장 주식 수 대비 0.5% 이상(대량) 공매도 잔고를 보유해 신고 의무를 가진 주체는 외국계 투자은행 메릴린치인터내셔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이다(표 참조). 최초 의무발생일에 따르면 이들은 4~5월부터 에코프로에 대한 공매도 물량을 유지하고 있다. 당시 에코프로 주가가 50만~60만 원대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막대한 손실을 입고도 공매도를 청산하지 않고 있는 것이다.

    에코프로비엠도 상황은 비슷하다. 같은 날 기준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 잔고는 1조4472억 원이다. 이 중 대량 공매도 잔고를 가진 주체는 메릴린치인터내셔널,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씨티그룹 등이다. 릴린치인터내셔널, 골드만삭스, 씨티그룹은 비교적 최근인 6~7월부터 에코프로비엠에 대한 공매도를 보유했으나, 모건스탠리는 지난해 7월 15일부터 공매도를 유지하고 있다. 당시 에코프로비엠 주가는 현재의 3분의 1 수준인 11만1500원이었다.

    목표주가 12만 원? “뻔한 수작”

    이들 외국계 투자은행은 앞서 에코프로그룹에 대한 부정적인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골드만삭스는 6월 12일 에코프로비엠에 대해 “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높고 양극재는 향후 10년간 공급 과잉이 예상된다”며 매도 의견을 제시했다. 12개월 목표주가는 당시 주가(26만8500원)의 반토막 수준인 12만5000원으로 잡았다. 3월 30일(에코프로비엠 종가 22만6500원)에는 모건스탠리가 에코프로비엠 목표주가를 13만 원으로 제시하며 비중 축소 의견을 낸 바 있다. “에코프로비엠의 최근 주가 상승은 과도하며 양극재 분야 동종업체인 엘앤에프와 사업구조가 유사해 에코프로비엠의 프리미엄을 정당화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개인투자자들은 두 투자은행의 공매도 이력을 고려할 때 해당 보고서의 의도와 신뢰도에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반응이다.

    이런 가운데 최근에는 에코프로그룹주에 대한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 사실까지 적발됐다. 금융위원회(금융위) 조사 결과 주식을 소유하지 않은 상태로 매도 주문을 내는 불법 공매도 행위가 여러 건 포착돼 과징금이 부과된 것이다. 캐나다 퀘벡주 연기금(CDPQ)은 2021년 8월 17일 보유하지 않은 에코프로비엠 주식 929주(2억8000만 원)를 매도 주문했고, 그중 439주(1억3000만 원)가 체결됐다. 프랑스계 자산운용사 AUM인베스트도 같은 해 8월 4일 에코프로에이치엔 주식 250주(2405만 원)를 무차입 공매도 했다. 금융위는 이들에 각각 6480만 원, 480만 원 과징금을 부과했으나 에코프로비엠 종목토론방에서는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금도 불법 공매도로 보이는 사례가 많다” “더 적극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개인투자자들은 진영을 더 단단히 짜는 모습이다. 이럴 때일수록 굳건한 주가 상승세를 견인해 공매도 세력에 쐐기를 박겠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에코프로그룹주 매수를 이어가야 하는 근거로, 한 차례 고배를 마시긴 했으나 8월에는 에코프로의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 편입이 확실시된다는 점, 당장은 아니어도 장기적 관점에서 에코프로그룹주가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자리를 옮길 것이라는 점, 에코프로비엠이 LG에너지솔루션에 양극재를 공급하는 50조 원대 대형 수주 계약 공시가 조만간 올라올 것이라는 점 등을 들고 있다.

    이 중 MSCI지수 편입은 시장에서도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는 분위기다. MSCI지수는 전체 시가총액과 유동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편입 종목을 선정하는데, 에코프로그룹 시가총액은 7월 19일 기준 66조1935억 원을 기록했다. 삼성, LG, SK, 현대차, 포스코에 이은 6위다. 무엇보다 에코프로는 6월 MSCI지수 다음으로 자금 규모가 큰 FTSE지수(런던국제증권거래소(LSE)에 상장된 100개 우량 주식으로 구성된 지수)에 포함된 바 있다. 이 때문에 MSCI지수 편입이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이다. 에코프로는 앞선 5월 MSCI지수에 편입될 것이라는 시장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지만 ‘극단적 가격 상승’ 조항에 걸려 최종 불발됐다.

    “제2 셀트리온 만들고자 할 것”

    개인투자자와 공매도 세력의 대결 구도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현재까지는 개인투자자가 우위를 점하는 듯하지만, 이들 사이에 이탈이 나타나면 언제든 주가가 고꾸라질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셀트리온처럼 코스닥에서 시작해 코스피 진출에 성공한 사례가 있어 에코프로그룹주를 떠받치는 개인투자자의 강력한 매수세가 당분간 잦아들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한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7월 20일 “최근 에코프로그룹주와 관련해 벌어지는 현상은 ‘한국판 게임스톱 사태’(미국 비디오게임 유통업체 게임스톱에 투자한 개인투자자들이 공매도 세력에 대항해 주식을 대량 매수해 주가를 폭등시킨 사건)라고 볼 수 있다”며 “이런 시장의 에너지가 언제 끊어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다만 이미 국내에는 셀트리온이 개인투자자들의 소액주주 운동에 힘입어 코스닥에서 코스피로 특례 이전 상장된 뒤 10위권 대기업으로 성장한 전례가 있다”면서 “이를 지켜본 개인투자자는 자신들이 단합하면 공매도나 기업의 각종 위기에도 ‘제2 셀트리온’을 키워 수혜를 입을 수 있다는 효능감이 커졌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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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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