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법인 엘케이비앤파트너스(엘케이비) 김현정 파트너변호사(변호사시험 1회)에게 지금까지 맡았던 사건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언론에 보도된 기사 제목들을 보여줬다. 김 변호사가 2015년 서울중앙지법 국선전담변호사로서 억울하게 성범죄자로 몰린 피고인의 무죄를 입증한 사건이었다. 국내에서 여성이 강간 혐의로 기소된 첫 사건이었다. 당시 사건은 국민참여재판으로 진행됐는데, 피고인이 상대 남성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손발을 묶은 채 성폭행을 시도했다고 알려져 배심원을 설득하기가 어려웠다고 한다.
‘판검사가 지인에게 추천하는 로펌’
변호인으로서 피고인을 여러 차례 만나 대화하는 과정에서 김 변호사는 그의 무죄를 확신했다고 한다. 김 변호사는 지적장애가 있는 데다 키 151㎝, 몸무게 44㎏인 왜소한 체구의 피고인이 남성을 성폭행하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 보고, 객관적 증거를 확보하는 데 주력했다. 김 변호사는 피고인이 사는 동네를 찾아 평소 고소인 측과 관계 등을 탐문했다. 그 결과 상대 남성이 평소 피고인에게 ‘갑’ 행세를 하면서 비정상적이고 불평등한 관계를 유지한 정황들을 포착했다. 이 남성이 자기 잘못을 덮고자 피고인에게 성폭행 누명을 씌우려 했던 것이다. 남성 측은 “피고인이 수면제를 먹이고 성폭행을 시도했는데, 사건 현장 혈흔에서 졸피뎀(수면제의 일종)이 나온 게 그 증거”라고 주장했다. 김 변호사는 사건 현장에서 발견된 피고인 혈흔에서도 수면제 성분이 나온 사실을 확인하고 법정에서 “성폭행 의도를 가진 이가 스스로 수면제를 먹었을 리 없다”고 지적해 끝내 피고의 무죄를 입증해냈다.엘케이비는 이처럼 사회적약자를 변호하거나 대다수 변호사가 패소를 예견해 감히 맡지 못하는 사건을 승소로 이끄는 로펌으로 명성이 높다. ‘판검사가 주변 지인에게 추천하는 로펌’ ‘서초동 김앤장’이라는 별명도 뒤따른다. 이 같은 성공의 주역이 바로 엘케이비에서 중추적 존재인 파트너변호사들이다. 국내 로펌 변호사는 크게 대표변호사, 파트너변호사, 소속변호사로 나뉜다. 보통 대표변호사는 판검사를 지낸 노하우가 강점이며, 소속변호사는 주니어 법조인으로서 열정을 앞세운다. 파트너변호사는 수임한 사건을 일선에서 이끄는, 로펌의 야전지휘관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엘케이비의 경우 소속변호사로 합류해 내부 승진한 파트너변호사가 적잖고,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낸 변호사를 파트너변호사로 영입해 맨파워가 탄탄하다. 엘케이비 창립 멤버인 이덕희 파트너변호사(사법연수원 31기)는 “2012년 창립 이후 한동안 서초동에 ‘엘케이비는 해가 지지 않는다’는 말이 있었는데, 변호사들이 사건을 처리하느라 매일같이 야근을 해 사무실 불이 꺼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그는 “이런 노력으로 지금의 엘케이비를 있게 한 중추 그룹이 바로 파트너변호사들”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는 7월 18일 서울 서초구 엘케이비 사무실에서 이덕희, 정진열(사법연수원 32기), 서윤정(사법연수원 32기), 신재연(변호사시험 1회), 김현정 파트너변호사를 만나 전문 분야의 법률 이슈와 그에 대한 대응 방안 등을 들었다.
김현정 파트너변호사
“학폭 피해 걱정? 자녀 스마트폰에 주목하라”
김현정 파트너변호사 [김도균]
보호자가 자녀의 학폭 피해 사실을 조기 발견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겠지만, 부모가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는 게 중요하다. 스마트폰이 자녀의 학폭 피해를 나타내는 지표가 될 수 있다. 자녀의 스마트폰 요금이 평소보다 갑자기 늘어났다면 가해 학생들로부터 각종 부가서비스 결제를 강요받은 징후일 수 있다.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이유 없이 반복적으로 탈퇴하거나 계정 상태 메시지에 ‘우울’ 같은 단어가 있어도 예의주시해야 한다. 전자는 사이버 괴롭힘을 피하기 위한 대응일 수 있고, 후자는 학폭에 따른 힘든 감정을 간접적으로 토로한 것일 수 있다.”
의료과실 피해자, 법적 분쟁 ‘을’ 되기 십상
서윤정 파트너변호사
“의료 사건, 변호사가 맥 짚을 줄 알아야”
서윤정 파트너변호사 [김도균]
피해자가 의료인 과실을 입증하기 쉽지 않을 텐데.
“변호사가 사건의 맥을 짚으면서 법원 의료 감정을 바탕으로 과실을 입증해야 한다. 의료인 과실 사건에서 핵심 증거는 진료기록부다. 다만 의사가 진료기록부를 불성실하게 작성했을 경우 간호사가 작성한 간호기록부나 각종 검사결과지 등으로 의료 과실을 추정하고 이를 법원 감정으로 확인한다. 폐쇄회로(CC)TV 기록과 진료기록부, 간호기록부를 대조해 환자 측 주장과 의료인 측 주장 중 어느 쪽이 사실인지 확인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최근 수임한 사건 가운데 인상 깊었던 것은 무엇인가.
“뇌수술을 받았다가 후유증을 얻은 20대 의뢰인을 변호하고 있다. 젊은 환자가 의료인 과실로 손발 거동이 불편해지고 인지장애까지 얻어 안타까웠다. 피고 측은 명의로 소문난 의사였는데, 1차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친 후 ‘그리 어려운 수술이 아니다’라며 환자에게 2차 수술을 권했고, 수술을 진행했다가 사고가 났다. 당초 법원 의료감정인의 감정 결과는 피고 측에 유리한, 상당히 편파적인 내용이었다. 그래서 영상의학과, 정신의학과에도 진료기록 감정을 의뢰해 수술 과정에서 환자의 뇌에 상처가 난 점과 그 결과 의사 판단에 장애가 생긴 사실을 입증하고 있다. 아직 사건이 진행 중이지만 의료 과실이 인정될 가능성이 생겨 의뢰인에게 희망이 생겼다.”
각종 경제 사건, 기업법무 분야 베테랑 다수
정진열 파트너변호사
“중견·중소기업도 법적 리스크 대비해야”
정진열 파트너변호사 [김도균]
수십 명의 일치된 진술을 어떻게 돌파했나.
“동대문 일대에서 유명한 조폭 출신 사업가 A 씨의 영향력 탓에 의뢰인 B 씨가 절대적으로 불리한 형국이었다. 객관적 증거를 찾아 돌파구를 마련했다. 세무서에 신고된 상가 관리회사의 주식 소유 관계, 지배구조와 증자 등 주식 변동 내역을 꼼꼼히 분석했다. 그 결과 실물 주권 발행 등 회사 운영 과정에 A 씨가 전혀 관여하지 않았음을 입증할 수 있었다.”
최근 정 변호사는 중견·중소기업의 법적 리스크 관리와 자체 컴플라이언스 구축도 돕고 있다. 그는 “대기업에 비해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은 법적 리스크에 특히 취약한 형편”이라면서 “대표적 분야가 내부통제 시스템 구축과 중대재해 예방으로, 엘케이비는 관련 분야에서 최적의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연 파트너변호사
“기업 구조 변경 속 일반주주 보호할 장치 필요”
신재연 파트너변호사 [김도균]
상장주식 매수 기준인 시장 주가를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한 복잡한 소송이었는데.
“상장회사의 주식 매수 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이 구체적으로 자본시장법에 정해져 있고, 그 예외를 인정한 대법원 판례는 없었다. 의뢰인들은 시장 주가 자체가 왜곡됐기에 자산과 수익을 기준으로 한 주가 산정을 희망했지만, 이를 법원이 받아들이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 항소심 마지막 순간 법원이 인용할 수 있는 다른 계산법을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자본시장법에 정한 ‘시장 주가를 기준으로 한 계산방법’을 따르되, 기준 시점을 달리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그 결과 우리 측이 주장한 제일모직 상장일을 기준으로 한 주식 매수 가격으로 결정됐다. 변호사로서 획기적 발상의 중요성을 깨닫게 된 계기였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합병 비율이 왜곡돼 일반주주가 피해를 보는 경우가 적잖다.
“인수합병, 회사 분할 같은 대규모 구조 변경이 이뤄지면 일반주주들이 그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이들을 보호하는 법적 장치는 아직 미흡하다. 인수합병 과정에서 일반주주 주식을 대주주 주식과 같은 가격으로 매수하게 하는 ‘주식공개매수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오로지 대주주 이익을 위한 인수합병이나 회사 분할을 의결한 이사들에게 배임 등 법적 책임을 철저히 묻는 사회적 분위기도 형성돼야 한다.”
“공모지침서 문구 다의적이면 법률 전문가 도움 필요”
이덕희 파트너변호사
“부동산개발 입찰 시 ‘공모지침서’ 꼼꼼히 따져야”
이덕희 파트너변호사 [김도균]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은 공모지침서 내용을 확실히 숙지해야 한다. 사업 규모가 큰 입찰일수록 공모지침서 내용이 복잡한 경우가 많다. 공모지침서에서 평가지침으로 명시한 사항이 특히 중요하다. 이를 잘못 이해하고 입찰에 참여했다가 불이익을 본 사례가 적잖다. 따라서 공모지침서와 평가지침이 복잡하거나, 그 문구가 다의적으로 해석될 경우 조항별로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공기업이 특히 주의할 점은 무엇인가.
“공기업이 주도하는 개발사업과 관련된 대법원 판례를 살펴보면 ‘공공계약 입찰 절차의 하자가 그 공공성과 공정성을 현저히 침해할 정도로 중대하고, 이를 묵인하면 사회질서에 반하는 결과가 될 게 분명한 경우 등에 한해 무효가 된다’는 게 핵심이다. 입찰을 공모하는 공기업 입장에서 절차상 공공성과 공정성을 의심받지 않도록 최대한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해 분쟁을 예방할 필요가 있다.”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김우정 기자입니다. 정치, 산업, 부동산 등 여러분이 궁금한 모든 이슈를 취재합니다.
[영상] “SK하이닉스, 마이크론보다 이익은 3배인데 시가총액은 낮아”
네이버 3분기 역대 최대 실적… 분기 영업익 첫 5000억 돌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