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팸족’ 증가로 첨단 펫케어 제품 시장 확대
반려동물을 겨냥한 상품·서비스 시장 규모가 커지면서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 3사가 ‘펫테크’(반려동물 양육 관련 기술)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던 이동통신 업계가 급성장하는 반려동물 시장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기존 반려동물 관련 시장은 사료 제품 중심이었으나, ‘펫팸족’(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여기는 사람)이 늘면서 첨단기술을 적용한 펫테크 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이 1월 펴낸 보고서 ‘성장하는 펫케어 산업 최신 트렌드와 우리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 강화 방안’에 따르면 국내 펫케어 시장 규모는 2017년 14억8000만 달러(약 2조836억 원)에서 2020년 17억9000만 달러(약 2조5000억 원)로 커졌고 2026년엔 27억9000만 달러(약 3조9000억 원)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최근 펫테크는 양적·질적 팽창을 거듭하고 있다. 특허청에 따르면 2016년 3243건이던 반려동물용 가전제품 관련 상표출원은 지난해 5941건으로 매년 증가세다. 특히 각 상표출원 사례를 살펴보면 사물인터넷(IoT) 기술과 관련된 펫테크 상품의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통신 3사의 펫테크 진출 양상을 살펴보면 ‘동물의료’에 주목했다는 점에선 공통된 셀링 포인트가 있으나, 각론은 서로 다르다. 우선 KT와 LG유플러스는 기존 IoT 플랫폼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용 소형 가전제품 시장에 진출했다. 반려동물의 운동량을 체크해 사료를 급여하는 자동급식기, 먹이 제공과 놀이를 결합한 펫토이 등 ‘섭생(攝生)’에 방점을 찍었다. 반면 SK텔레콤은 인공지능(AI) 기반의 반려동물 진단 보조 서비스를 동물병원에 보급하고 나섰다.
반려동물 흥미 끌고 건강 챙기고…
LG유플러스가 출시한 반려동물 대상 스마트홈 서비스 ‘펫토이’. [사진 제공 · LG유플러스]
LG유플러스는 이미 IoT 기반 서비스인 ‘U+ 스마트홈’으로 반려동물 케어 시장에 진출한 바 있다. 가정용 폐쇄회로(CC)TV인 ‘맘카’와 자동급식기, 간식 로봇 등 기기를 연동해 반려동물의 나이나 몸무게에 맞는 먹이 급여를 가능케 했다. 이번에 새로 출시된 펫토이와 전용 앱을 맘카에 연결하면 반려동물의 놀이 모습을 실시간 혹은 녹화된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다.
사물인터넷(IoT) 웨어러블, 자동급식기로 구성된 KT의 ‘반려견 디바이스팩’. [사진 제공 · KT]
KT는 반려견 디바이스팩 사용자를 대상으로 ‘페보 반려견 케어플랜’ 상품도 내놨다. 반려견 디바이스팩을 사용하면서 ‘실시간 반려견 건강 리포트 서비스’를 신청하면 받을 수 있는 일종의 반려견 의료비 지원 서비스다. 월 1만 원을 납부하면 한 해 최대 130만 원까지 입원비, 수술비 등 반려견 의료비를 지원받을 수 있다.
AI 기술로 수의사 엑스레이 판독 보조
동물병원에 보급된 SK텔레콤의 인공지능(AI) 기반 수의(獸醫) 영상진단 보조 서비스 ‘엑스칼리버’. [사진 제공 · SK텔레콤]
엑스칼리버는 반려견의 건강 이상을 얼마나 정확히 찾을 수 있을까. AI 엑스레이 분석의 정확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 ‘질환탐지율’이 있다. 같은 엑스레이 사진에 대한 실제 수의사의 판독과 AI 분석이 일치하는 정도를 의미한다. 엑스칼리버의 경우 7가지 유형의 근골격계 이상(異常)에 대한 질환탐지율은 86%, 흉부 이상 패턴 10종은 84%에 달한다는 게 SK텔레콤 측 설명이다. SK텔레콤은 국내 5개 국립대의 수의대학과 협업해 데이터셋(자료 집합)을 개발하고 인간에 비해 적은 동물 의료 데이터를 보완하고자 데이터 증강 기술도 적용했다.
통신 3사가 펫테크 시장에 본격 진출한 배경은 무엇일까. 일각에선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사업 다각화를 통한 새로운 먹을거리 확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한국의 이동통신 회선 수는 5561만 개(7월 기준)로 전체 인구 5163만9909명(행정안전부 지난해 말 통계 기준)보다 많다. 사실상 국내 이동통신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얘기다. 이에 업계 관계자는 “향후 (통신 3사가) 내수시장뿐 아니라 해외 수출을 염두에 둔 펫테크 사업 확장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 각 통신사의 펫케어 사업 전략에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SK텔레콤의 IoT 사업은 경쟁 업체에 비해 B2B(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펫케어 사업은 개별 소비자를 타깃으로 할 경우 별도의 디바이스 제조사와 협업해야 해 마진이 줄어들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SK텔레콤은 반려동물 의료계를 대상으로 한 일종의 B2B 펫테크 사업에 나섰다는 것이다. 기존 AI 사업, 더 나아가 탈통신 기조의 연장선으로도 분석된다. KT와 LG유플러스는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 형태의 기존 IoT 영업망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을 키우는 소비자들을 가가호호(家家戶戶) 방식으로 공략하고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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