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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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억대 부담금 때문에 재건축 위기

반포현대아파트 가구당 약 1억3500만 원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강남 재건축들 벌써 걱정

  • | 정혜연 기자 grape06@donga.com

    입력2018-05-27 14:4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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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7년 1개 동 총 80가구로 준공된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 아파트는 5월 15일 조합원당 1억3569만 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액을 통보받았다. [지호영 기자]

    1987년 1개 동 총 80가구로 준공된 서울 서초구 반포현대 아파트는 5월 15일 조합원당 1억3569만 원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담금 예상액을 통보받았다. [지호영 기자]

     소문만 무성하던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재초환) 부담금의 윤곽이 드러났다. 5월 15일 서울 서초구청은 서초구 반포현대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가구당 1억3569만 원의 재초환 부담금을 산정, 통지했다. 1987년 10월 현대산업개발이 준공한 반포현대아파트는 지상 10층짜리 1개 동에 80가구가 사는 작은 단지다. 조합 측은 4월 2일 재초환 부과금 예상액을 가구당 850만 원으로 산정했지만 구청으로부터 보완 요청을 받았고, 이후 7157만 원으로 고쳐 다시 제출했다. 그러나 구청은 이를 인정하지 않고 주변 5개 단지의 시세를 반영해 1억3569만 원으로 최종 결정했다(표 참조).

    제도 도입 후 첫 부담금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한 조합원당 평균 개발이익이 3000만 원을 넘으면 초과금액의 최고 50%를 부담금으로 내게 한 제도다. 초과이익은 아파트 준공인가일인 재건축 종료 시점의 집값에서 사업을 시작할 때 집값, 시세 상승분, 개발비용 등을 뺀 금액이다. 정부가 세금으로 구축한 대중교통망과 교육시설, 공공시설 등 각종 인프라를 토대로 집값이 상승한 만큼 그에 따른 개인의 불로소득을 돌려받겠다는 취지로 2006년 만들어졌다. 

    그런데 2007년 말 부동산시장이 급격히 냉각되면서 도입 시기가 미뤄졌고 2008년과 2012년, 2014년 총 3차례 유예됐다. 마지막 유예 종료 시점이 2017년 말이었는데 한 차례 더 유예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의 과열을 막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 등으로 올해 1월부터 시행됐다. 

    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한 번도 부과된 적이 없던 탓에 실제로 얼마나 부과될지를 두고 논란이 많았다. 일부 조합은 ‘그래봐야 몇천만 원 수준일 것’이라며 크게 걱정하지 않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월 21일 국토교통부(국토부)는 서울 강남 4구 15개 단지를 대상으로 시뮬레이션해본 결과 조합원당 평균 4억4000만 원이 부과될 것이라고 고지했다. 가장 많은 재초환 부담금을 내는 재건축 단지는 8억4000만 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치까지 나오자 시장이 요동쳤다. 

    몇몇 재건축조합은 반발하고 나섰다. 3월 26일 강남구 대치동 대치쌍용2차,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등 11개 재건축조합이 “재초환 부담금은 미실현 이익에 대한 세금 부과이기 때문에 위헌 여지가 있다. 이대로 진행되면 사실상 재건축을 포기하라는 것이나 다름없다. 법리적으로 따져볼 문제”라며 헌법소원을 낸 것. 그러나 4월 17일 헌법재판소는 각하 결정을 내렸다. 각하 결정 이유로 “재건축초과이익환수법상 준공인가 이후에야 재초환 부담금의 부과 대상이 될지 결정되기 때문에 소송을 제기한 조합들이 현재 기본권을 침해받고 있지 않다”는 점을 들었다. 



    이런 가운데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5월 2일 서초구청에 부담금 산정 관련 자료를 제출했다. 당초 반포현대아파트는 준공 시점의 아파트 가격을 전용 84㎡ 기준 13억 원으로 제시했다. 그러나 서초구청은 반포리체, 반포자이 등 주변 5개 단지의 평균가격을 고려해 최종 15억 원으로 결정했다. 반포리체의 가장 최근 가격인 2월 실거래가는 전용 84㎡ 19억7000만 원으로 역대 최고가였다. 서초구청은 반포현대아파트가 소형 단지임을 감안해 준공 시점 가격을 15억 원으로 낮춰 산정했음에도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이 최초 제출한 금액의 15.9배에 해당하는 재초환 부담금 통지서를 고지했다. 

    재건축조합 측의 입장을 듣고자 5월 21일 반포현대아파트를 찾아갔다. 서울지하철 9호선 사평역 2번 출구로 나가자마자 왼쪽에 자리한 1개 동짜리 나 홀로 아파트가 보였다. 대로변에 인접해 있지 않았으면 눈에 띄지 않을 정도로 작은 아파트였다. 단지 오른쪽으로 반포리체가 자리하고, 왼쪽으로는 올해 9월 입주 예정인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의 막바지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반포현대아파트 재건축조합은 지난해 말 동부건설을 시공사로 정하고 올해 하반기 착공해 2020년 지하 2층~지상 20층, 총 2개 동 108가구 아파트단지로 완공하는 것이 목표였다. 사실 반포현대아파트는 공사 마무리가 한창인 인근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전 삼호가든맨션 4차)과 함께 재건축이 될 뻔했다. 2015년 반포현대아파트와 삼호가든맨션 4차 재건축조합 사이에 통합재건축 논의가 오갔다. 두 단지는 골목길을 사이에 두고 나란히 들어서 있어 통합재건축을 하기에 무리가 없어 보였다.

    “재건축? 이제 못 하는 거죠”

    반포현대아파트는 서울지하철 9호선 사평역 2번 출구에 위치해 있다(왼쪽). 반포현대아파트는 지난해 시공사를 동부건설로 선정하고 지하 2층~지상 20층, 총 2개 동 10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캡처]

    반포현대아파트는 서울지하철 9호선 사평역 2번 출구에 위치해 있다(왼쪽). 반포현대아파트는 지난해 시공사를 동부건설로 선정하고 지하 2층~지상 20층, 총 2개 동 108가구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재개발·재건축 클린업시스템 캡처]

    그러나 양측 재건축 진행 속도에 약간의 차이가 난 것이 문제가 됐다. 삼호가든맨션 4차의 재건축 추진 속도가 빨랐는데 통합재건축을 할 경우 반년 정도 지체가 예상됐다. 이로 인해 결국 통합재건축은 무산됐다. 3년 뒤인 올해 9월 삼호가든맨션 4차는 재건축을 마무리하고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으로 새롭게 입주하는 반면, 반포현대아파트는 재초환 부과금을 통보받고 재건축 추진의 기로에 서게 됐다. 

    주민들은 이번 재초환 부과에 반감을 드러냈다. 한 주민은 “구청 발표가 난 뒤 아파트 주민들의 분위기가 좋지 않다. 좋은 일도 아닌데 매일같이 언론사에서 찾아오는 통에 더 심란하다”며 인터뷰를 꺼렸다. 또 다른 주민은 “조합원은 아닌데 재초환 부담금이 1억 원 넘게 나오니까 앞으로 어떻게 될지 걱정된다. 재건축을 하는 건지, 언제 이사를 가야 하는지 얘기가 나와야 하는데 세 들어 사는 처지에서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당일 부재중이라 이틀 뒤 어렵사리 만난 이순복 재건축조합장에게 재초환에 대한 생각과 향후 대응방안을 물었다. 그는 “현재 조합원 의견을 취합하고 있다. 다들 고민이 많아 향후 계획에 대해 명확하게 말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난색을 표했다. 

    인근 부동산공인중개업소는 반포현대아파트의 재초환 부과에 관해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A부동산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워낙 단지가 작아 매매가 1년에 두세 건에 불과한 곳이다. 매매가도 주변 단지와 비교할 수 없다. 재건축이라 해도 빌라 수준의 아파트와 인근 대단지 아파트를 같은 기준으로 볼 수 없지 않은가. 재건축할 때 추가로 내는 공사비도 가구당 1억 원가량 예상되는 데다 재초환 부담금도 많이 나와 아마 재건축을 못 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부동산공인중개사의 의견도 마찬가지였다. B부동산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조합원들이 재건축을 포기한다는 소문이 있다. 구청에서는 초과이익을 3억4000만 원으로 보고 계산했는데, 사실 그 정도 오르리란 보장이 없다. 설령 그만큼 오른다 해도 입주 시점에 팔지 않는 이상 1억 원 넘는 세금을 내기가 힘들다. 팔면 자기 집을 놔두고 다른 데서 살아야 하는데 그걸 원치 않는 이들도 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반포현대아파트 재초환 부담금 규모를 놓고 여러 언론에서 과도한 금액이라는 목소리가 나왔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5월 16일 즉각 보도자료를 내고 반박했다. 재초환 부담금은 예상 초과이익에서 정상주택가격상승분과 개발비용 등을 모두 공제한 금액의 최대 50%만 부과하기 때문에 과도한 재산권 침해로 볼 수 없다는 것. 국토부는 반포현대아파트의 경우 연평균 4.1%에 해당하는 정상주택가격상승분과 개발비용 401억 원을 모두 공제하고도 조합원이 얻는 이익이 평균 약 3억4000만 원이라고 분석했다. 따라서 이 가운데 1억3500만 원을 부담금으로 납부해도 2억 원이 남아 재산권을 침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논란의 소지는 여전히 존재한다. 조합원 평균 부담금은 반포현대아파트 조합이 부담해야 할 전체 재초환 부담금 108억5520만 원을 조합원 수인 80으로 나눈 것에 불과하다. 사실 아파트를 언제 사들였느냐에 따라 가구별 초과이익은 다르다. 실거래가를 보면 2008년 11월 전용 84㎡ 매매가는 5억8000만 원이었던 반면, 2017년 6월 전용 84㎡ 매매가는 9억6500만 원이었다. 준공 시점 가격을 15억 원이라고 본다면 각 조합원의 초과이익은 9억2000만 원, 5억3500만 원으로 이 둘의 초과이익 차이는 3억8500만 원에 이른다. 따라서 두 조합원이 같은 금액의 재초환 부담금을 통보받을 경우 형평성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 아직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마련돼 있지 않다.

    재초환에 위축된 강남 재건축

    반포현대아파트 재초환 부담금 통보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일제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 [동아DB]

    반포현대아파트 재초환 부담금 통보 이후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일제히 위축되는 분위기다. 사진은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전경. [동아DB]

    재초환 부담금 예정액 통보를 앞둔 단지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운데 서초구 반포주공 1단지 3주구, 강남구 대치쌍용 2차, 송파구 문정동 136 일대 등은 사업시행인가를 받았지만 지난해 말까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하지 못해 재초환 부담금을 내게 된 곳들이다. 이 밖에 지난해 재건축 사업에 속도를 내던 송파구 잠실주공 5단지, 강남구 대치은마 등도 재초환 부담금 대상이라 초과이익이 어느 정도 나올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해당 단지들은 전반적으로 호가가 내려간 상황이다. 특히 반포 재건축 단지 가운데 사업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되던 반포주공 1단지 3주구도 찬물을 끼얹은 분위기였다. 인근 C부동산공인중개업소 대표는 “조합에서는 가구당 재초환 부담금을 2억 원가량으로 보고 있었다. 그런데 올해 초 정부가 최고 8억4000만 원에 이를 것이라고 예상한 단지가 3주구라는 얘기가 나돌면서 거래가 실종된 상태다. 준공 시 전용 84㎡를 받을 수 있고, 추가 공사비를 내지 않는 전용 59㎡의 경우 매물이 17억~18억 원에 나와 있는데 매수 문의조차 없다. 아마 재초환 부담금 예상액이 나온 뒤 그에 따라 가격 조정이 이뤄져야 거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잠실주공 5단지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9월 서울시도시계획위원회 심의에서 잠실주공 5단지는 50층 높이로 재건축하는 계획안이 통과됐다. 이 때문에 지난해 8월 14억~15억 원에 거래되던 전용 84㎡가 11월에는 16억~17억 원에 매매됐다. 인근 D부동산공인중개업소 직원은 “올해 1월 18억9000만 원에 최고가를 경신했다. 그러나 4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이후 거래가 실종됐고, 호가는 계속 떨어지는 분위기다. 지난주 반포현대아파트 재초환 부담금이 1억 원 넘게 나와 이쪽도 상당히 많이 나올 것으로 예상돼 조합에서 사업을 미뤄야 한다는 얘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러한 분위기는 관리처분계획인가를 신청해 재초환 부담금 부과를 피한 단지들에까지 전염되고 있다. 반포 재건축 가운데 속도가 가장 빠른 신반포3차·경남아파트 통합재건축 단지 매물도 거래가 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투기과열지구 내 관리처분계획인가 이후 재건축 단지들은 소유권 이전 등기 시까지 조합원 분양권 거래가 금지되지만 1가구 1주택자가 10년 장기 보유 시 매매가 가능하다. 

    인근 E부동산공인중개업소 대표는 “공사비 1억5000만~2억 원을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전용 59㎡ 매물이 16억~17억 원에 나와 있는데 거래가 안 된다. 7월부터 이주가 시작되고 이르면 내년 초 공사가 시작돼 2022년 입주가 예상되기 때문에 분양권이나 다름없다. 지난해 같으면 나오자마자 거래됐을 매물이 지금은 매수심리 위축으로 소화가 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건축 중단, 4~5년 뒤 문제될 것

    재초환 부담금 예상액을 통보받은 단지는 전국에서 반포현대아파트가 유일하다. 그러나 하나의 사례가 재건축시장 분위기를 완전히 뒤바꿔놓았다. 80가구에 불과한 소형 재건축의 재초환 부담금이 약 1억3500만 원이면 1000가구, 2000가구 등 대규모 재건축 단지의 재초환 부담금은 뚜껑을 열어보지 않아도 어느 정도일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팀장은 “지난해부터 재건축은 현 정부의 타깃이 돼왔다. 재초환 이외에도 안전진단 기준 강화, 보유세 개편 등 규제가 많아 재건축조합들이 사업 추진에 차질을 빚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초기 단계에 놓인 재건축 단지들은 사업을 추진할 동력이 없다. 가격 측면에서 보면 전반적으로 소폭 하향 안정을 유지하다 점차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다. 

    재건축 사업의 침체를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할 수만은 없다. 사업이 위축될 경우 4~5년 뒤 또 다른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최근 서울 시내 신규 아파트 공급 물량은 대부분 재건축·재개발 단지였다. 이는 지난 2~3년간 재건축 조합들이 사업에 속도를 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부터 수억 원대 재초환 부담금이 문제가 돼 재건축 사업이 무산되거나 속도를 내지 못할 경우 3년 뒤 현재 짓고 있는 단지들이 완공되면 신규 아파트 공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신규 아파트 물량이 소화된 이후인 4~5년 뒤 집값 상승이 야기될 수 있다. “재건축을 다음 정권 때로 미뤄야 한다”는 일부 재건축조합의 목소리가 두려운 이유다. 

    김 팀장은 “서울 시내에 대규모로 아파트를 공급할 수 있는 곳은 재건축·재개발 단지 외에 거의 없다. 재건축 사업이 전반적으로 위축되고 몇 년간 추진되지 않아 공백이 생기면 이는 고스란히 서울 시내 신규 물량 부족으로 직결될 것이다. 따라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정부와 이해당사자 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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