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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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주 닐슨의 글로벌 경제 읽기

‘화려한 날은 가고∼’

금융위기 이후 검소해진 월가의 크리스마스 파티 …  실리콘밸리는 흥청망청

  • |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 Ynielsen@skku.edu

    입력2018-01-02 18: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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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년 1억2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새 사옥에 입주한 에어비엔비(Airbnb) 임직원들이 흥겨운 파티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제공 · 뉴욕타임스]

    2011년 1억20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하고 새 사옥에 입주한 에어비엔비(Airbnb) 임직원들이 흥겨운 파티를 벌이고 있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계없음. [사진 제공 · 뉴욕타임스]

    해마다 연말이면 여기저기서 송년회를 하느라 바쁘다. 그 가운데 한국 대학에서 일해야만 초대받을 수 있는 아주 특별한 송년회가 있다. 바로 내가 가르치고 있는 학과 학생들의 송년회다. 학생회는 참가 학생들로부터 걷은 회비에 학교 지원금을 보태 송년회를 기획, 준비한다. 예년처럼 송년회는 학과가 위치한 건물 로비에서 진행됐다. 2개 층을 터서 천장이 높은 로비라 생각보다 그럴듯했다. 한식 중심의 뷔페가 마련됐고, 학생들은 한 해를 돌아보는 내용의 엔터테인먼트를 진행했다. 학생들이 직접 준비한 것을 감안한다면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학생들과 소박한 송년회를 치르다 보니 과거 미국 월가에서 경험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떠올랐다. 

    2000년대 들어 어느 해인가 내가 다니던 회사의 실적이 아주 좋지 않았다. 이에 회사는 비용을 절감하고자 크리스마스 파티를 회사 건물에서 열었다. 당시 내 상사는 회사 파티에 참석하지 않겠다고 공언하고는 실제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실적에 상관없이 크리스마스 파티는 화려해야 한다고 생각했던 듯하다.

    드레스코드가 ‘본드걸’

    과거 월가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화려함 그 자체였다. 매년 12월 초 · 중순에 열리는 파티에는 회사 임원부터 비서까지 모든 직원이 초대된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월가의 큰 투자은행들은 뉴욕 미국자연사박물관이나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같은 장소를 빌려 파티를 열기도 했다. 이 파티에는 최소 몇 개의 바(bar)와 음식 코너가 마련돼 훌륭한 주류 및 음식이 끊임없이 제공됐다. 파티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화려한 엔터테인먼트다. 태양의 서커스(Cirque du Soleil) 같은 공연단을 부르기도 했다. 

    이 같은 성대한 파티는 주제에 따라 드레스코드를 정한다. 2007년 세계적 사모펀드 블랙스톤의 창립자 스티븐 슈워츠먼(Stephen Schwarzman)이 주최한 제임스 본드 주제의 파티는 인기가 높았다. 이 파티에 참석하려면 남성은 제임스 본드처럼, 여성은 본드걸처럼 차려입어야 했다. 여성 직원들에게는 매년 크리스마스 파티 때마다 주제에 맞게 드레스를 고르는 것이 성가시기도 했지만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월가의 크리스마스 파티는 대부분 한국인이 경험하기 힘든 분위기일 것이다. 그러나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골드만삭스는 회사 전체의 크리스마스 파티를 중단했다. 다른 월가 회사들 역시 인당 3만 원 수준의 검소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거나 파티 비용을 자선단체에 기부했다. 크리스마스 파티에 많은 돈을 쓰면 대중으로부터 비판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에서였다. 그런데 이것만이 크리스마스 파티를 없앤 이유는 아니었다.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 골치 아픈 일이 너무나 많이 생겼기 때문이기도 했다. 



    서구 여러 국가에는 ‘회사 크리스마스 파티가 있는 날은 가장 많은 부정행위를 저지르는 날’이라는 농담 반 진담 반의 우스갯소리가 있다. 이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월가의 크리스마스 파티 이후 많은 스캔들이 일어났고, 때로는 법정까지 가기도 했다. 골드만삭스 여직원 3명이 회사를 상대로 고소한 2010년 성희롱 사건 재판에서는 여직원들이 ‘2007년 크리스마스 파티 때 접대부(escort girls)들이 있었다’고 증언했다. 이런저런 이유로 중단되거나 검소하게 치르던 월가의 크리스마스 파티가 2016년 이후 과거처럼 성대해지고 있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월가가 연이어 좋은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희롱 스캔들로 얼룩진 크리스마스 파티

    미국에서 가장 큰 10개 은행의 실적 보고서를 보면 금융위기 이후 거의 10년 만인 2017년 이사분기 1170억 달러(약 125조4500억 원)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삼사분기에도 월가 주요 은행의 실적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세제개혁으로 미국의 주요 은행이 타격받을 수 있다고 하지만 미국 은행들의 2018년 실적 전망은 여전히 희망적인 편이다. 

    높은 실적을 바탕으로 월가의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가 되살아날 조짐이 보이지만 과거에 비해서는 크게 조심하는 분위기다. 역시 역풍을 우려해서다. 최근 월가 회사들은 크리스마스 파티를 열더라도 큰돈이 드는 엔터테이너들을 부르지 않는 것으로 전해진다. 그렇다면 이들 엔터테이너들은 어디로 갔을까. 이들은 뉴욕의 월가 대신 서부 실리콘밸리에 불려 다닌다고 한다. 

    최근 미국 언론보도에 따르면 실리콘밸리 회사들은 분위기를 살리고자 크리스마스 파티에 남녀 모델을 초대한다. 지역 모델 에이전시는 남녀 모델 초대에 시간당 50달러(약 5만3600원)에서 많게는 200달러까지 받는다고 한다. 

    2017년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역대 최고 실적을 올렸다. 화려한 크리스마스 파티를 여는 것이 이해가 된다. 이와 동시에 실로콘밸리에서는 여러 건의 성희롱 관련 뉴스가 나왔다. 세계적인 택시 공유 플랫폼 우버의 전 최고경영자(CEO) 트래비스 캘러닉(Travis Kalanick)은 이런 이유로 자리에서 내려와야 했다. 이 밖에도 구글 등 잘나가는 회사의 임직원들도 성희롱 스캔들에 연루돼 있는 상태다. 

    한 해를 마무리 짓는 데는 조금 소박해도, 우리 학생들이 알찬 내용으로 꾸민 송년회가 더 즐거웠다고 생각된다.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많은 것을 성취한 후에도 학창 시절 소박한 송년회를 준비하던 마음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영주닐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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