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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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반대매매 리스크에 동학개미들 또 ‘눈물’

금융당국, SG증권發 폭락 주가조작 의심 세력 압수수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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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friend@donga.com

    입력2023-04-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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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빚투(빚내서 투자)로 고생하고 있는 20대입니다. 억 단위 투자를 했다가 실패해 가족과 연도 끊겼습니다. 시간을 거꾸로 돌릴 수만 있으면 다시는 주식에 손도 안 댈 텐데요.”

    지난해부터 상당수 변호사 사무실에는 이 같은 하소연을 하며 개인회생 절차에 대해 상담하는 젊은이가 줄을 잇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유동성이 넘쳐나 투자시장이 과열되고 주식이나 암호화폐, 부동산 투자가 늘었지만, 뒤이은 고금리 기조로 빚투에 나선 2030세대 투자자의 파산 우려가 높아진 것이다.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지난해 개인회생 신청자 가운데 2030세대 비율은 46.6%로 관련 통계 작성을 시작한 2020년(42.5%)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3월 전국 법원이 접수한 개인회생 신청 건수도 1만1228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빚투(빚내서 투자) 리스크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GETTYIMAGES]

    “개인 빚투는 금융시장 리스크”

    장기화되는 고금리 기조, 미국 은행 파산에 따른 금융시장 불안으로 빚투 뇌관은 점차 부풀고 있다. 시장에서 경고음이 울리는 와중에 지난해 국내 주식시장을 떠났던 개인투자자들이 올해 들어 증시로 회귀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빚투 규모가 크게 늘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개인투자자의 거래 대금은 4월 20일 기준 20조1050억 원(코스피 8조103억 원+코스닥 12조947억 원)으로 지난해 말 7조 원 수준과 비교해 급등했다. 빚투 규모를 가늠하는 척도인 신용융자 잔고가 4월 21일 기준 20조4017억 원(코스피 9조8632억 원+코스닥 10조5385억 원, 금융투자협회 집계)이라는 점에서 개인투자자 상당수가 빚에 의존한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올해 초 주식시장이 2차전지 관련주를 중심으로 과열 양상을 보이자 최근 금융감독원은 일부 기업에 대한 검사에 나섰다.

    밪투와 관련해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부동산 가격 폭등 국면에서 소외됐던 젊은 층이 대체 투자처로 주식시장을 주목해 빚투에 나섰다”면서 “최근 외국인투자자들이 다시 한국 주식시장에 주목한다는 시그널을 보고 개인투자자들이 추격매수에 나선 것으로 보이는데, 개인투자자의 빚투가 금융시장 리스크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계 증권사 소시에테제네랄(SG)을 통해 매도 물량이 쏟아진 종목을 중심으로 하한가가 이어지면서 시장 리스크는 더 커지고 있다. 최근 몇 년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인 국내 가스주(株)들이 하한가를 기록하며 며칠 사이 시가총액이 7조 원 이상 증발했다. 이번 폭락 사태의 배경에는 차액결제거래(CFD)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주가조작 세력이 CFD 계좌를 악용해 장기간 주가를 올렸다가 최근 투매에 나섰고, 반대매매로 추가 하락세에 기름을 부었다는 것이다. 금융위원회 자본시장조사단은 4월 27일 주가조작 관련 의혹을 받는 한 투자컨설팅업체의 서울 강남구 사무실과 관계자들 명의로 된 업체를 압수수색했다. CFD는 투자자가 기초자산 없이 증권사가 산정한 증거금을 내고 차액만 결제하는 파생 거래 상품으로 신용융자와 유사하다. 그 대신 레버리지를 일으킨 CFD 계좌에서 손실이 생기면 증권사는 반대매매로 손실을 메우고 결국 피해는 투자자에게 돌아간다. 하락장 속에서 반대매매 우려까지 높아져 빚투 리스크가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



    SG발(發) 매물 폭탄으로 연기금에도 불똥이 튀었다. 가스 관련주 중에서도 삼천리, 서울가스, 대성홀딩스 주가는 4월 24~26일 사흘 연속 하한가를 이어갔다. 이들 종목 주가가 급락하면서 국내 연기금도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보인다. 최근 1년 동안 연기금 위탁 운용펀드가 삼천리(359억 원)와 서울가스(468억 원), 대성홀딩스(528억 원) 주식을 수백억 원 규모로 순매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美 중소은행 위기설 추가 악재

    주식시장의 혼란이 이어지면서 직장인과 개인투자자가 모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정부가 2차전지를 콕 집어 경고음을 내는 바람에 투자자가 피해를 봤다” “가스주 주가조작 세력에 당했다”는 볼멘소리와 “누가 위험하게 빚내서 주식투자를 하라고 강요라도 했냐”는 비판이 엇갈린다. 최근 주식시장 상황에 대해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일부 코스닥 종목의 주가 급등은 정상적인 상황으로 보기 어렵고, 제자리를 찾으려면 조만간 추가 주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가스 관련주를 중심으로 일부 작전 세력이 수년에 걸쳐 투자자를 속인 것으로 추정되는 만큼 주가조작 같은 금융범죄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등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금융시장 혼란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적잖다. 미국 중소 지역은행 퍼스트리퍼블릭은행의 실적 악화와 주가 폭락으로 은행발 위기설이 재점화되는 것도 변수다. 4월 24일 퍼스트리버블릭은행이 발표한 1분기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자 시장에 불안감이 확산됐다. 이튿날 퍼스트리퍼블릭은행 주가는 전날보다 50% 가까이 급락했다. 석병훈 교수는 “미국 주요 은행의 실적은 시장 기대보다 좋았으나, 퍼스트리퍼블릭은행 등 중소형 은행 실적이 부진하자 은행권 안정성에 대한 불신이 커졌다”면서 “금융시장 불안으로 주가가 추가 조정되면 빚투에 나선 이들이 자칫 궁지에 몰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시장의 뇌관이라고 볼 여지도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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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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