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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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것’에 Z세대 취향 얹은 최신 유행들

[김상하의 이게 뭐Z?] 완전히 새로운 유행은 없어… 디테일이 유행 좌우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3-05-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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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행은 돌고 돈다”는 말이 있다. 그 때문일까. “예전에 유행했던 거랑 비슷하네”라는 말이 나오는 것들이 많다. 얼마 전 한창 인기였던 메타버스 플랫폼 ‘본디’를 싸이월드와 비슷하다고 여긴 사람이 많은 것처럼 말이다.

    사실 콘텐츠는 완전히 새로운 것으로서 유행하기가 쉽지 않다. 사람들이 어느 정도 익숙하고 받아들이기 쉽다고 느껴야 하기 때문이다. 과거와 현재의 유행 사이엔 기술과 디테일 차이만 있을 뿐이다. 여기서 디테일이란 시간이 흐르고 세대가 바뀌면서 과거 유행에 신세대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을 더한 것을 의미한다.

    # ‘국민 영수증’ Z세대 버전 ‘거지방’을 아시나요

    거지방에서는 지출을 평가받고 우스운 절약 팁을 공유할 수 있다. [aag116116 트위터 캡처, bandjomhae 트위터 캡처]

    거지방에서는 지출을 평가받고 우스운 절약 팁을 공유할 수 있다. [aag116116 트위터 캡처, bandjomhae 트위터 캡처]

    요즘 Z세대 사이에서 ‘거지방’이 유행이다. 이름만 들으면 생소할 수 있지만 2021~2022년 KBS Joy 프로그램 ‘국민 영수증’을 떠올리면 된다. 이 프로그램이 방영될 때 단체 카카오톡방을 만들어 영수증을 공유하고 이 돈을 쓰는 게 맞는지 아닌지를 확인하는 것이 유행처럼 번졌는데, 그게 거지방으로 다시 유행하고 있다.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을 통해 들어갈 수 있는 거지방은 그 수가 500개를 넘는다.

    각 거지방에선 하루 혹은 한 달 단위로 지출 계획을 세우는 등 저마다 기준이 있다. 방에서 지출을 평가받는 사진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퍼지고 있는데, 스타벅스 음료를 마셨다거나 붙임 머리를 해 혼나는 사례가 웃음을 자아낸다. 돈을 가장 많이 쓴 사람은 ‘거지왕’이 된다. 닉네임도 거지왕으로 바꾸고 자필로 사과문을 작성해 방에 업로드해야 한다. 거지방에선 여럿이 모여 소비를 검사받음으로써 절약 습관을 기를 수 있을 뿐 아니라, “나만 돈을 못 모으는 게 아니구나”라는 위로까지 얻을 수 있다.

    # 움짤티콘, 캐릭터 가미해 되살아나다

    카카오톡에서 판매하는 황은정(왼쪽), 다나카 움짤티콘. [카카오톡 이모티콘 캡처]

    카카오톡에서 판매하는 황은정(왼쪽), 다나카 움짤티콘. [카카오톡 이모티콘 캡처]

    과거 싸이월드와 블로그가 유행하던 시절엔 ‘움짤’(움직이는 짤방)로 만든 이모티콘, 이른바 ‘움짤티콘’이 유행했다. 특히 아이돌 팬이 많이 사용했는데, 그게 최근 들어 카카오톡이나 유튜브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특히 유튜브에서 인기 있는 크리에이터들이 움짤티콘을 제작하는 것을 흔히 볼 수 있다. 대표적인 예가 ‘사내뷰공업’ 채널의 부캐릭터 ‘황은정’이다. 황은정은 움짤티콘을 신박하게 제작해 출시했다. 2000년대 학교를 배경으로 설정하고, 황은정이 미래 그리기 대회에 그림을 제출하는 콘셉트를 택한 것이다.

    황은정 외에도 다양한 크리에이터가 움짤티콘을 출시했는데, 개그맨 김경욱의 부캐 ‘다나카’, 유튜버 빠더너스의 부캐 ‘복학생 후니’ 등이 있다. 움짤티콘 제작에는 사진과 문구만 있으면 되지만 팬덤이 없으면 만든 의미가 퇴색된다. 캐릭터를 모르면 움짤티콘의 의미를 선뜻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움짤티콘의 재유행은 그만큼 다양한 캐릭터가 사람들로부터 사랑받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다.

    # 스티커에 MBTI ‘묻히니’ 새 유행 됐네

    케이테스트 라벨스티커 테스트 결과. [케이테스트 라벨스티커 캡처]

    케이테스트 라벨스티커 테스트 결과. [케이테스트 라벨스티커 캡처]

    과거 스티커는 Z세대의 관심 밖이었다. 그러나 최근 ‘다이어리 꾸미기’(다꾸)가 유행하면서 다양한 스티커가 다시 등장하고 있다. MBTI를 바탕으로 내가 자주 쓰는 말을 스티커 형태로 만들어주는 심리테스트인 ‘케이테스트 라벨스티커 테스트’가 그 예다. 요즘 Z세대 사이에서 인기라 SNS에서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케이테스트 라벨스티커 테스트에선 사람 성격에 따라 ‘쏘쏘’ ‘샤이’ ‘스마일링’ 등 스티커 라벨이 나뉘고, 다시 이를 바탕으로 MBTI가 나온다. 검사 결과는 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쓰는 문구로 구성된다. 검사자는 실제 자신의 언어 습관을 바탕으로 이것에 동그라미를 치고, 정말 그런지 SNS에서 평가받는 식으로 이 테스트를 활용한다. 라벨 스티커를 실제로 출시하면 좋겠다는 사람도 많은데, 노트북 등에 붙여서 자신이 직접 이 말을 하지 않아도 본인이 어떤 성향의 사람인지 알 수 있게 하고 싶다는 게 이유다. 과거 자신이 좋아하는 캐릭터 스티커를 붙이고 다니면서 취향을 나타내고, 이를 보고 공감하는 친구와 유대감을 쌓으며 소소한 이야기를 나눈 것처럼 말이다.

    Z세대는 어떤 세대보다 본인을 잘 알고, 또 자신에 대해 말하고 싶어 한다. 스티커로 본인을 표현하는 것은 어찌 보면 철 지난, Z세대가 어렸을 때 유행하던 것이다. 그럼에도 라벨 스티커가 다시 유행하는 건 ‘옛것’에 ‘디테일’(MBTI)이 더해지면 새 유행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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