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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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M 인수전 → 폭로전으로, 진흙탕 싸움

이수만 처조카 공동대표 폭로 시작… 법원 가처분 결과, 공정위 기업결합심사 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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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입력2023-02-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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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빌보드 제공]

    이수만 전 SM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왼쪽)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 [빌보드 제공]

    ‘하이브+이수만’ vs ‘카카오+SM 현 경영진’의 SM엔터테인먼트(SM) 경영권 분쟁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하이브가 이수만 전 SM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을 전격 인수하고 나섰지만, 성공 여부를 단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 전 총괄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신청의 향배,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을 돌파한 SM 주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심사 등 복잡한 변수들이 얽혀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하이브보다 한발 앞서 SM 지분 확보에 나선 카카오가 물러서지 않을 기세다. K팝 시장의 초석을 다진 SM의 미래는 어디로 향할까.

    얼라인, 경영 분쟁 촉발

    SM 경영권 분쟁의 시작은 지난해 2월로 거슬러 올라간다(표1 참조). 지난해 2월 SM 지분 1%를 보유한 행동주의펀드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얼라인)은 SM에 주주 서한을 보내 이 전 총괄의 개인회사 라이크기획이 가져가는 돈이 너무 많다고 지적하며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했다. SM과 라이크기획이 체결한 계약에 따르면 SM은 매출의 6%에 해당하는 금액을 라이크기획에 지불해야 한다. 영업이익이 아닌 매출의 6%라 SM이 적자를 내도 라이크기획은 돈을 챙기는 구조였다. 실제 2020년 SM은 적자가 803억 원이었지만, 라이크기획에 129억 원을 지급했다. 이 문제로 지난해 세무조사에서 200억 원 넘는 세금을 추징당하기도 했다. 얼라인은 이후 좀 더 적극적으로 SM의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3월 SM 주주총회에서는 출석 주주 81% 찬성으로 얼라인이 추천한 감사가 선임됐다. 지난해 8월 얼라인은 이 전 총괄의 프로듀싱 계약 개선 및 배당 확대를 촉구하기도 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SM 현 이사진인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얼라인의 요구사항을 받아들여 이 전 총괄의 프로듀싱 계약을 조기 종료했다. 이성수 대표는 이 전 총괄의 처조카로 2005년 SM에 입사해 2020년 공동대표에 올랐다. 탁영준 대표는 2001년 SM에 매니저로 입사해 가수매니지먼트 본부장을 지낸 뒤 이 대표와 같은 해에 공동대표로 선임됐다. 업계에 따르면 이 전 총괄은 SM 초창기부터 함께하면서 누구보다 믿었던 두 대표의 반발에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 전 총괄은 지분 매각을 서둘렀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한다. 전 총괄이 계속 SM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조건을 내걸어 합의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괄과 SM 현 경영진이 본격적으로 대립하기 시작한 것은 올해 1월 20일 SM 현 경영진이 얼라인의 지배구조 개선 방안을 수용하면서다. 지배구조 개선안에 따르면 SM과 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관계회사, 그리고 자회사의 모든 거래를 면밀히 검토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게 된다. 더불어 본업과 무관한 비핵심 자산을 매각한다고 언급돼 있다. 이후 2월 3일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이 전 총괄이 없는 ‘SM 3.0 시대’ 비전을 발표하며 SM에서 이 전 총괄을 완전히 배제시켰다. 2월 7일에는 카카오가 SM이 발행한 123만 주 규모의 신주와 전환사채 114만 주를 인수해 SM 지분 9.05%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인수자금은 약 2172억5200만 원이다. 이에 대해 SM은 음악 사업 다각화를 위한 협력이라고 밝혔으나,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 전 총괄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미국에 체류 중이던 이 전 총괄은 즉각 조치에 나섰다.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은 위법 행위라며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발표한 뒤 급거 귀국해, 2월 8일 서울동부지법에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 금지 가처분신청서를 냈다. SM 정관상 신주 및 전환사채 발행은 긴급한 자금조달 등 경영상 필요가 있을 때만 허용되는데, 현재 SM은 순현금이 3000억 원 수준이라 자금 조달이 시급하지 않다는 것이다.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 결정은 카카오 신주 납부대금일인 3월 6일 이전에는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이수만 역외탈세 의혹

    코너에 몰린 이 전 총괄은 방시혁 하이브 의장과 손을 잡았다. 2월 10일 하이브가 이 전 총괄이 보유한 SM 지분의 14.8%를 4228억 원(주당 12만 원)에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공시한 것이다. 이와 함께 하이브는 3월 1일까지 SM 지분 25%를 주당 12만 원에 공개매수한다고 발표했다. 만약 하이브가 공개매수에 성공하면 하이브는 SM 지분의 39.8%를 확보하게 된다(그래프 참조). 하이브의 공개매수 자금 규모는 7142억 원 정도로 추산된다. 2월 16일 하이브는 3월 말 진행되는 SM 정기 주주총회를 앞두고 주주 제안을 통한 경영진 후보 인선도 마쳤다. 하이브는 후보로 이재상 하이브아메리카 대표, 정진수 하이브 CLO(최고교육책임자), 이진화 하이브 경영기획실장을 제안했다. 이 전 총괄은 하이브를 대신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SM 현 이사진에 주주 제안서를 제출하며 “모범적인 지배구조의 실현”이라고 말했다. 같은 날 이성수 대표는 유튜브 채널을 오픈하고 이 전 총괄의 역외탈세와 부동산·카지노 사업 의혹을 제기하며 공개 저격에 나섰다. 이 대표는 “앞으로 14차례에 걸쳐 이 전 총괄의 치부를 폭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 등 현 SM 이사 4명의 임기는 3월 말 만료된다.



    지금까지는 흐름이 하이브에 유리해 보이지만 SM을 인수해 경영권을 확보하기까지는 여러 변수가 남아 있다. 먼저 SM 현 이사진이 발행한 신주 및 전환사채 가처분신청 결과가 관건이다. 법원이 이 전 총괄 측 손을 들어주면 카카오의 9.05% 지분이 사라져 하이브가 유리하지만, 반대일 경우 경영권 분쟁이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가처분신청이 받아들여진다 해도 하이브 입장에서는 무엇보다 SM 주가가 치솟으면서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을 돌파해 3월 1일까지 지분 25%(595만1826주)를 확보하는 데 빨간불이 켜졌다. SM 주가는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발표한 2월 10일 16.45% 상승하며 11만4700원을 기록했다. 이후 4거래일간 연속 올라 2월 16일 7.59% 상승한 13만1900원에 장을 마쳤다. 하이브가 공개매수를 발표하기 하루 전인 2월 9일 종가 9만8500원 대비 33% 이상 상승한 수치다. SM 주가가 12만 원을 넘으면 소액주주들이 공개매수에 응할 가능성이 낮다.

    주주들은 공개매수 가격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얼라인도 하이브에 공개매수 가격을 높이라고 요구했다. 얼라인은 2월 10일 입장문을 통해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은 SM이 ‘SM 3.0’ 멀티프로듀싱 전략을 실행할 경우 기대되는 매출·영업이익 상승 여력, 그리고 비핵심 사업·비영업자산·내부거래 정리를 통한 효율화 효과를 감안할 때 너무 낮은 가격”이라면서 “공개매수 가격이 대폭 인상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이브는 SM 지분 25%를 공개매수 가격인 12만 원에 확보하려면 7142억 원을 투입해야 한다. 하지만 주가가 계속 상승해 13만 원이 되면 7737억 원, 14만 원이면 8333억 원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하이브는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 기업결합심사를 통과해야 SM을 최종적으로 품을 수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0억 원 이상인 회사가 자산 또는 매출액이 300억 원 이상인 상장회사 주식을 15% 이상 취득할 경우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현재는 하이브의 SM 지분이 14.8%로 이에 해당하지 않지만 공개매수로 15.0%를 넘으면 공정위에 기업결합을 신고해야 한다. 독과점 부작용이 우려되는 경우 공정위는 지분 인수를 막거나 제한하는 등 시정조치를 내릴 수 있다. 업계는 방탄소년단(BTS) 소속사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K팝 공룡 기업이 탄생하는 것으로 독과점을 우려한다. 한국음악콘텐츠협회가 집계하는 국내 공인 음악 차트 써클차트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앨범 판매량 1위 기획사는 하이브(26.9%)로 나타났다. 이어 SM 25.2%, JYP 20.4%, YG 7.8%, 카카오 5.9%를 기록했다. 하이브가 SM을 인수하면 앨범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게 된다.

    SM 직원 85% “하이브 반대”

    SM 내홍도 하이브가 풀어야 할 숙제다. 이성수·탁영준 공동대표는 하이브의 인수가 발표된 2월 10일 “적대적 M&A(인수합병)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냈다. 2월 1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플랫폼 ‘블라인드’의 SM 라운지에서는 하이브와 카카오 인수에 대한 의견을 묻는 투표가 이뤄졌다. 질문은 ‘현 경영진+카카오’와 ‘이수만+하이브’ 가운데 어느 쪽을 지지하는가였다. 투표 결과 참여자의 약 85%인 190명이 카카오와 손잡은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수만과 하이브를 선택한 응답은 약 15%에 해당하는 33명뿐이었다.

    반면 SM 소속 배우 김민종과 유영진 SM 이사 등은 이 전 총괄을 지지하고 있다. 김민종은 2월 14일 서울 그랜드 하얏트 호텔에서 열린 ‘한·몽 경제인 만찬’에 이 전 총괄과 함께 나타나 시선을 모았다. SM 경영권 분쟁 이후 처음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이 전 총괄은 경영 분쟁 사태를 묻는 질문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 이사는 2월 10일 입장문을 통해 “비전 발표 후 이수만 선생님에게 프로듀싱과 관련해 현 경영진이 의논해온 부분이 있는지 물어봤고 일체 그런 일이 없었음을 확인했다”며 “이 전 총괄이 없는 SM은 진정한 SM이 아니며 나는 이 총괄의 뜻을 따를 것”이라고 밝혔다. SM 소속 연예인들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복잡한 마음을 내비치고 있다. 그룹 샤이니 멤버 키는 2월 13일 정규 2집 리패키지 앨범 발매를 앞두고 진행한 ‘킬러’ 카운트다운 라이브에서 콘서트를 원한다는 팬에게 “어디에 얘기해야 콘서트를 열어주는 거냐”며 “회사가 뒤숭숭해서 지금”이라고 SM의 내부 상황을 간접적으로 전했다. 슈퍼주니어 려욱은 SNS 영상을 통해 초콜릿을 먹으면서 “카카오”를 언급했다가 “무섭다”고 했다. 이에 슈퍼주니어 멤버들이 “조심해야 한다”고 댓글을 달아 SM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전했다.

    뒤숭숭한 건 하이브도 마찬가지다. 2월 13일 박지원 하이브 최고경영자(CEO)는 전 직원을 대상으로 설명회를 열고 SM 인수와 관련한 정보를 공유했다. 그는 하이브가 SM을 인수할 시 이 전 총괄이 경영에 참여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에 대해 “이수만의 경영, 프로듀싱 참여는 없다. 로열티도 더는 가져가지 않는다”면서 “방시혁을 비롯한 하이브 레인블 대표들은 SM 아티스트의 프로듀싱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SM을 품는 기업은 K팝 산업을 장악할 것으로 전망된다. 무엇보다 H.O.T, S.E.S., 신화,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소녀시대, EXO, NCT로 이어지는 SM의 30년 K팝 유산을 확보할 수 있다. 또한 SM은 배우 유해진·김서형·문가영 등이 속한 키이스트, 예능인 강호동·신동엽·전현무 등을 보유한 SM C&C, 유명 모델들이 속한 에스팀엔터테인먼트도 자회사로 두고 있어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나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도 확실히 입지를 다질 수 있다(표2 참조). BTS로 몸집을 키워온 하이브가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분야로 진출할 수 있는 교두보가 마련되는 것이다.

    전략적 시너지 효과 클 것

    방 의장은 2월 10일 SM 인수를 공식화하면서 성명서를 통해 “하이브의 내재 역량을 투입해 글로벌 시장에서 K팝 위상을 더욱 확대해나갈 계획”이라며 “K팝의 세계화라는 대업을 달성하는 과정에서 하이브와 SM이 축적한 역량을 종합해 레이블과 플랫폼을 통한 다양한 사업에서 강력한 전략적 시너지를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기훈 하나증권 연구원은 “SM 인수로 레이블이 연합하면 팬 플랫폼에서 가장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이브는 부족한 메타버스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고, SM은 소속 연예인의 미국 매니지먼트 활동을 확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카카오가 SM를 인수하면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국민 가수’ 아이유와 그룹 아이브뿐인 부족한 K팝 IP(지식재산권)를 채울 수 있다.

    박성국 교보증권 연구원은 “하이브, 카카오 누가 SM을 인수하든 SM 체질 개선이 빠르게 이뤄질 전망”이라며 “하이브가 SM을 인수해 SM 3.0이 수정돼도 이 전 총괄의 경영 참여는 제한되고 관계 기업도 정상화될 것으로 보이며, 동시에 멀티레이블 시스템 도입도 기대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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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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