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가 발표한 휴머노이드 프로젝트 ‘옵티머스’. [테슬라 유튜브]
“보여주기 식 과대광고”
코드명 ‘옵티머스’로 불리는 이 로봇은 키 177㎝, 무게 57㎏에 인간 형상의 2족 보행을 하는 휴머노이드다. 시속 8㎞ 속도로 이동하며, 68㎏ 무게를 들어 올린다. 또 20㎏의 물건을 운반할 수 있다. 머리에는 주변 상황을 감지하는 카메라 8개와 다양한 센서가 장착됐으며, 자동조종장치인 오토파일럿과 슈퍼컴퓨터 시스템 도조(Dojo)가 탑재된다. 자율주행 기능에 사용하는 것과 동일한 칩, 센서 등 핵심 기술을 기반으로 제작될 예정이다.이 로봇은 “사람들이 꺼려하는 반복적인 일과 위험한 일”을 대신하는 역할을 한다. 무거운 상자를 들어 올리거나 가게에서 식료품을 사다 주는 사소한 작업을 할 수 있다. 머스크는 2022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의 프로토타입(시제품)을 선보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테슬라가 집중해온 배터리, 자율주행 등 전기차 관련 기술에 인공지능(AI) 기술과 각종 센서 기술을 탑재한다면 로봇 개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그러나 업계 전문가들과 현지 언론들은 테슬라봇 개발 소식에 상반된 반응을 보인다.
라구나탄 라즈쿠마르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공학 교수는 “테슬라의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보여주기 식 과대광고”라고 비판했다. 미국 로이터통신은 “상점에 가서 식료품을 살 수 있는 휴머노이드를 만들려면 지구상의 어떤 회사도 족히 10년 이상 걸릴 것”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테슬라는 휴머노이드를 설계하고 구축하는 데 필요한 엔지니어링 관련 배경이 없는 상태로, 테슬라봇을 발표한 뒤에야 로봇 관련 개발자와 설계자를 모집하기 시작했다. 1년 안에 시제품을 생산하겠다는 머스크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불분명하다.
아직 머나먼 휴머노이드 개발
헬스케어 로봇으로 개발된 ‘그레이스’(왼쪽). 사람 움직임을 따라 하는 아바타 로봇 ‘T-HR3’. [사진 제공 · 어웨이크닝헬스, 사진 제공 · 도요타]
소프트뱅크가 개발한 ‘페퍼’는 세계 최초 감정 인식 로봇으로, IBM의 왓슨(인공지능 슈퍼컴퓨터)을 기반으로 한 인공지능을 통해 사람의 얼굴과 감정을 인식할 수 있다. 시각, 청각, 촉각 센서를 통해 사람의 표정과 목소리 변화를 감지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소셜 휴머노이드인데, 최근 개발이 중단됐다.
아마존은 인공지능 음성 비서 ‘알렉사’를 휴머노이드로 발전시키는 ‘베스타’를 개발하고 있다. 인공지능 비서 역할을 하는 가정용 로봇으로 ‘걸어 다니는 알렉사’의 모습일 것이라고 예측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밝혀진 바가 없다. 지난 4년간 800명을 투입해 개발하고 있으나 계속해서 출시가 미뤄지고 있다.
휴머노이드 중 인기를 끈 로봇은 홍콩에 본사를 둔 미국 핸슨 로보틱스의 ‘소피아’다. 소피아는 사람과 흡사한 피부를 가졌고, 60여 가지 표정으로 다양한 감정을 표현할 수 있다. 머신러닝을 통해 인간의 얼굴을 인식하고, 사람과 대화하며 소통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최근 핸슨 로보틱스는 싱귤래리티 스튜디오와 함께 헬스케어 로봇 ‘그레이스’를 개발했다. 그레이스는 병원에서 간호 업무를 수행하는 휴머노이드다. 체온과 맥박을 감지하는 열화상 카메라와 센서가 장착돼 있어 환자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고 적절한 치료를 지원한다. 또 사람 얼굴에 있는 48개 이상의 근육을 시뮬레이션해 자연스러운 표정을 지을 수 있다. 격리된 환자를 돌보고 정서를 어루만지는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지만, 상반신만 제작돼 있어 불완전한 형태다.
테슬라의 로봇 부문 진출은 ‘뜻밖의 얘기’는 아니다. 그동안 혼다, 도요타 등 자동차업체들은 로봇 개발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도요타 아키오 도요타 사장은 2018년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도요타를 자동차 회사에서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하는 것이 목표”라며 “로봇은 하나의 중요한 예”라고 선언한 바 있다.
도요타가 2017년 선보인 T-HR3는 ‘아바타’처럼 사람의 움직임을 모방하는 2족 보행 휴머노이드다. 조종하는 오퍼레이터의 움직임을 따라 가정, 병원, 재해지역, 건설 현장에서 안전하게 기능을 수행하며 우주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T-HR3는 웨어러블 컨트롤(슈트를 입고 컨트롤하는 것)로 손, 팔, 발, 다리 등 사용자의 전신 움직임을 로봇에 대응시킬 수 있으며, 사용자가 로봇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헤드마운트형 디스플레이도 지원한다.
혼다가 2000년 11월 선보인 ‘아시모’는 걷기, 장애물 피하기, 계단 오르내리기 등이 가능한 2족 보행 로봇이다. 키 130㎝, 무게 48㎏으로 손을 내밀면 악수하고, 사람의 음성도 인식할 수 있다.
계단 내려오기를 시연 중인 휴머노이드 ‘아시모’(왼쪽). 고난도의 파쿠르를 시험 중인 현대자동차그룹 ‘아틀라스’. [사진 제공 · 혼다, 사진 제공 · 보스턴 다이내믹스(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 ‘아틀라스’ vs 테슬라 ‘테슬라봇’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 또한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인수해 로봇시장에 뛰어들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미국 MIT에서 시작해 구글 알파벳과 소프트뱅크를 거쳐 현대차에 인수됐다.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4족 보행 로봇개 ‘스팟’을 출시한 데 이어, 휴머노이드 ‘아틀라스’를 개발 중이다. 키 150㎝, 무게 80㎏에 달하는 아틀라스는 28개의 액추에이터(동력을 이용한 작동장치)로 구성된 유압 시스템으로 구동한다. 제조사는 아틀라스를 고성능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만들고자 파쿠르(도시와 자연환경에 존재하는 다양한 장애물들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이동하는 개인 훈련)를 적용해 시험하고 있다. 파쿠르 동작은 전신을 사용해 다양한 상황에서 신체 균형을 잡아야 할뿐더러, 행동과 행동 사이에 원활한 동작 전환이 이뤄져야 한다. 아틀라스는 팔을 움직여 중심을 잡고 공중제비, 물구나무 서기 등 고도의 균형감각을 요하는 자세도 스스로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보스턴 다이내믹스 설립자 마크 레이버트는 전기전자학회(IEEE) 스펙트럼을 통해 “아틀라스 개발을 위해 3D(3차원) 프린팅으로 일체형 구조의 다리를 제작하고, 항공우주 버전보다 훨씬 가볍고 잘 작동하는 맞춤형 서보 밸브(기계적 입력 신호로 압력을 제어하는 밸브)를 고안했다”며 “장기 목표는 이동성, 손재주, 지각 및 지능 등에서 인간을 능가하는 로봇을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테슬라의 계획이 실현된다면 머지않아 현대차 ‘아틀라스’와 테슬라 ‘테슬라봇’이 시장에서 격돌할 수도 있다. 로봇 분야에 오랜 기간 몸담아온 이들은 휴머노이드 로봇이 앞으로 수많은 글로벌 연구개발(R&D) 프로젝트의 궁극적 목표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구글과 MIT에서 AI를 연구한 컴퓨터과학자이자 인플루언서인 렉스 프리드먼은 테슬라의 AI 데이에 대한 리뷰로 “휴머노이드의 기능은 위험하고 힘든 일을 대신한다는 것도 있지만 인간 반려자로서 역할에 더 비중을 둘 수도 있다”며 “테슬라봇이 탄생한다면 전자의 지각, 움직임, 물체 조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며, 인간과 로봇의 상호작용 문제는 과제로 남을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