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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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 이목 끈 K-탄핵 시위, ‘동북 간방’ 지정학적 특성과 연관”

[안영배의 웰빙 풍수] 새로운 물결 일어나 세계로 퍼져 나가는 시발점… 2030세대 K-컬처 문화적 울림

  • 안영배 미국 캐롤라인대 철학과 교수(풍수학 박사)

    입력2024-12-24 09: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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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시위로 K-컬처가 또다시 세계인의 주목을 받았다. 비상계엄과 무장 군인 등 엄중하고도 위험천만한 정치적 상황에서도 축제 같은 분위기로 집회를 주도한 한국인의 시위 장면이 세계에 놀라움을 안겼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독창적인 K-시위라는 것이 세계 주요 외신의 반응이다. 특히 K-시위에 등장한 응원봉과 LED 촛불, K팝, MZ세대가 흥미를 끌었다.

    대일항쟁기인 1919년 한국의 3·1운동은 중국인 마음을 움직여 중국 5·4운동의 자양제가 됐다. 이번에 있었던 콘서트 같은 탄핵 시위 역시 세계 각국 시민에게 민주주의를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가 됐다.

    이제 한국 문화 콘텐츠인 K-컬처는 과거 1990년대 아시아권에서 유행하던 한류(韓流)를 넘어 전 세계에서 호응을 일으키는 글로벌 현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이처럼 한국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문화적 울림이 세계를 향해 파급력을 확대해가는 데는 한반도 땅의 독특한 성격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범국민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12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범국민 촛불대행진에 참여한 시민들이 기뻐하고 있다. [뉴시스]

    새로운 문명이 시작되는 동북방위

    한반도는 지정학적으로 극동(極東·Far East)으로 불리는데, 주역의 8괘 방위 이론에 의하면 동북 간방(艮方)에 해당한다. 주역은 8개 방위(동, 서, 남, 북, 동북, 서북, 서남, 동남)에 각각 괘 이름을 붙여 특징을 설명한다. 그중 간괘(艮卦)의 방위, 즉 동북방은 ‘만물이 마침을 이루는 곳이자, 시작을 이루는 곳(物之所成終 而所成始也)’이다. 세상에 드러난 온갖 문화 혹은 문명이 흐르고 흘러 마침내 결실을 맺는 종점이면서 새로운 물결이 일어나 세계 각지로 퍼져 나가는 시발점이 간방이라는 뜻이다.

    간방은 풍수에서도 매우 특별한 방위로 취급된다. ‘신의 입김’이 가장 활발하게 작동하는 영역이라고 해 귀문방(鬼門方)으로도 불린다. 한국인이 유독 신성(神性) 혹은 영성(靈性)에 민감하고 신명 나는 문화에 익숙한 것도 간방의 지정학적 특성과 깊이 연관돼 있다.

    또한 간방에 사는 사람들은 역사적으로 간(艮)의 마음(心)인 한(恨)이 많다. 이는 간방이 ‘개자리’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개자리는 강이나 냇바닥이 패어 깊어진 곳을 가리키는 것으로, 주목받지 못하거나 감춰진 곳을 의미한다. 이를테면 농사짓는 땅에서 햇빛이 들지 않고 쟁기질도 안 되는 버려진 공간이다. 바로 이런 구석진 곳에서 모진 인내를 거친 끝에 훌륭한 결실을 이루는 것이 간방의 숙명이기도 하다.

    이러한 간방에 특히 주목한 인물이 미래를 예견하는 승려로 유명했던 탄허스님(1913~1983)이다. 그는 “지구가 성숙됨에 따라 후천시대는 결실시대로 변하는데, 이 결실을 맡은 방위가 간방이며, 간방은 지리적인 팔괘 분야로 보면 바로 우리 한국”이라고 역설했다.

    한편으로 간방은 주역 팔괘 이론으로 소남(小男)이라고 해서 젊은 층을 상징한다. 즉 간방에서 이러한 물결을 이끌어내는 주인공이 20, 30대 젊은이라는 뜻이다. 탄허스님은 1960년 학생들이 중심 세력이 된 4·19혁명이야말로 결실시대가 도래해 결실 방위인 한반도에서 일어난 우주적 사건이라고 했다. 바로 이러한 물결이 시간이 흐를수록 파급력이 거세지기 시작했고, 지금에 와서는 한국 젊은이를 중심으로 한 K-컬처가 세계만방으로 흘러나가고 있는 것이다.

    세계에 기적 소리 울리는 행주형 한반도

    한반도는 주역 8괘로는 간방이면서 역사적으로는 해동(海東)으로 불렸다. 중국 ‘사서’에는 백제 의자왕을 ‘해동의 증자’라 기록했고, 발해 역시 ‘해동성국’이라고 일컬었다. 3면이 바다로 둘러싸인 데다, 북쪽은 압록강·두만강이 중국 땅과 경계를 이루는 지형이다 보니 ‘바다 동쪽’이라는 뜻의 해동이 어울리는 표현이라고 하겠다.

    이에 따라 한반도 지형을 물과 연관된 특징적 형상으로 설명하기도 한다. 풍수적으로 한반도가 떠다니는 배와 같은 형상이라고 해 행주형(行舟形)이라고 하거나, 물에서 노니는 물고기와 같다고 해 유어형(遊魚形)이라고 표현하는 경우다. 둘 다 한반도를 고립된 지역이 아닌, 물을 매개 삼아 교류와 역동적인 움직임이 벌어지는 장소로 본다는 공통점이 있다.

    먼저 한반도를 배에 비유한 이는 통일신라 때 도선국사(827~898)다. 한국 풍수의 비조로 불리는 도선국사는 태백산과 금강산은 뱃머리, 영암 월출산과 제주 한라산은 배꼬리, 부안 변산은 키, 지리산은 돛대, 화순 운주산은 뱃구레(선복)에 해당한다고 봤다. 이후 도선국사가 한반도는 동쪽이 높고 서쪽이 낮아 배가 기울어질 수 있다고 봐서 화순 운주사 골짜기에 천불천탑을 쌓음으로써 배가 잘 항해하도록 균형을 맞췄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행주형은 쉴 새 없이 배가 오감을 의미한다. 그러니 바다를 통해 세계와 끊임없이 교류해야 행주형 명당이 발복된다. 역사적으로도 신라와 고려 등 대외 교류가 활발하던 시기에는 나라가 부강했고, 조선처럼 폐쇄 정책이 강하던 시기에는 나라도 위축됐다. 움직이지 못하는 배는 한낱 고철 더미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세계 난제를 풀어낼 ‘태평양의 열쇠’ 한반도

    금강 하구언댐. [GettyImages]

    금강 하구언댐. [GettyImages]

    한반도를 물고기 형상에 비유할 때는 어떨까. 물고기 역시 갇혀 있어서는 안 된다. 물고기가 물결을 일으키며 노니는 유어농파형(遊魚弄波形)이나, 싱싱한 물고기가 물을 박차고 솟아오르는 활어출수형(活魚出水形) 모습을 띠어야 길하다고 본다.

    19세기 말부터 20세기 초에 걸쳐 수많은 기행 이적을 보인 강증산(1871~1909)은 한반도를 물고기로 설정하면서 미래 한반도 운명을 언급했다. 그는 충남과 전북의 경계를 이루며 흐르는 금강 물줄기가 물고기의 내장이고, 금강이 바다로 빠져나가는 길목인 군산은 물고기의 항문에 해당하는데, 물고기 내장이 썩으면 현 세상(선천)이 끝나고 새로운 세상(후천)이 시작된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소백산맥에서 발원해 군산만으로 흘러드는 금강은 1990년 10월 하구에 둑이 건설됨으로써 항문이 막혔고, 금강 물줄기 역시 4대강 공사로 심각한 수질 오염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환경 파괴 등으로 금강 물이 막혀 내장이 썩어 들어가는 고통을 겪은 후 한반도에 새로운 땅, 새로운 세계가 열린다는 것이다. 강증산은 ‘남통만리(南通萬里)’라는 말로 서해를 개척해 우리 민족이 살 땅이 새로 나온다고 강조했다. 원불교 창시자 소태산 박중빈(1891~1943) 역시 “군산 앞쪽으로 창고가 만 리나 생겨난다”는 뜻의 ‘군창만리(群倉萬里)’를 예언했다. 새만금방조제 사업을 연상케 하는 예언이다. 이처럼 한반도 서해 시대가 열리면서 신세계 중심축으로 한국이 부상한다는 게 한반도 선지자들의 결론이다.

    이런 예언 역시 주역 간방의 법칙과 어긋나지 않는다. 환경 파괴, 질병 등 인류 문화의 어두운 부분 역시 한반도인 간방에서 마치고 간방에서 새로운 물결이 시작된다는 이치이기 때문이다.

    소설 ‘25시’의 작가 게오르규는 1970년대 한국을 방문한 자리에서 물질문명이 팽배한 절망적인 현대 문명에서 인간을 구원할 열쇠가 한국이라고 단언했다. 그는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이 시작되는 ‘태평양의 열쇠’로, 세계의 모든 난제가 ‘열쇠의 나라’ 한국에서 풀릴 것이라고 예언했다. 게오르규의 발언이 한국 방문에 따른 덕담이 아니라 실제로 그렇게 될 것이라는 가능성을 현 한국 K-컬처가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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