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14일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것을 자축하며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로 쏟아져 나온 인파 속에서 한 해군 수병이 간호사를 끌어안고 격렬한 키스를 퍼붓는 모습을 촬영한 ‘수병과 간호사’ 역시 ‘라이프’ 지면을 통해 한 시대의 상징으로 남았다.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리는 라이프 사진전 ‘하나의 역사, 70억의 기억’은 1936년 창간 후 2007년 폐간할 때까지 보도사진 분야에서 독보적 위상을 차지했던 잡지 ‘라이프’의 발자취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다. 20세기 최고의 사진기자들이 촬영한 900만 장의 사진 중 ‘인간 vs 인간’ ‘역사에 기억될 순간’ ‘이것이 우리의 삶’ 등 세 가지 주제에 맞춰 선별한 130여 개 ‘장면’이 관람객을 맞는다. 특히 눈길을 끄는 건 1949년 김구 선생이 서거한 뒤 경교장 앞마당에 엎드려 오열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담은 사진 한 장. 총탄 자국이 선명하게 남은 김구 선생 집무실 창문 너머로 슬픔에 빠진 서울 풍경이 내다보이는 이 사진은 ‘혼란 속의 한국, 호랑이를 잃다’라는 제목으로 그해 ‘라이프’에 실린 것중 하나다.
물레 앞에서 묵언 수행 중인 간디 전 인도 총리와 젊은 날의 엘리자베스 영국 여왕, 인류 최초로 달 표면을 밟은 아폴로 11호의 우주인 등 ‘라이프’를 통해 역사로 남은 현대사의 큰 인물들도 만날 수 있다. 11월 25일까지, 문의 02-747-7790.
1 ‘김구 선생의 장례식 풍경’, Carl Mydans, 1949.
2 ‘수병의 키스’, Alfred Eisenstaedt, 1945.
3 ‘물레와 같이 있는 마하트마 간디’, Margaret Bourke-White, 19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