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가정은 서로가 비슷한 이유로 행복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각자의 이유로 불행하다.” 톨스토이의 걸작 ‘안나 카레니나’의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한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 이 구절은 톨스토이 자신의 가정사에도 꼭 들어맞는다. 세계 3대 악처로 알려진 톨스토이의 아내 소피아는 톨스토이를 숭배하는 제자들에 대한 질투와 유산 문제 때문에 자살하겠다는 제스처도 불사했고, 그때마다 집을 벗어나지 못했던 톨스토이는 가슴을 쥐어뜯었다.
마이클 호프먼의 신작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은 톨스토이가 소피아와의 불화로 가출을 감행해 아스타포보 역에서 눈을 감기까지 대략 1년간의 삶을 다양한 주변인의 눈을 통해 재구성한 영화다. 많은 유명인사가 그러하듯 톨스토이 역시 젊은 시절 두 번이나 몸을 섞었던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낭만주의자였다. 때론 성자처럼 자애롭고, 때론 48년간 동고동락한 마누라 하나 어쩌지 못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자작나무 숲을 거닐 뿐이다. 이런 톨스토이를 아내인 소피아는 경멸과 위선으로, 의사 마코비츠키는 성자로, 막내딸인 사샤는 존경할 만한 아버지로, 톨스토이주의자의 좌장이었던 체르트코프는 숭앙하는 연인으로 대한다. 톨스토이와 그의 유산을 둘러싼 가족과 숭배자들의 애증과 심리 게임이 톨스토이의 비서로 입문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던 젊은 청년 발렌틴의 눈으로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그런데 영화의 원작인 제이 파리니의 소설 ‘톨스토이의 마지막 정거장’과 달리 마이클 호프먼의 영화는 스토리의 무게중심을 톨스토이가 아닌 아내 소피아로 옮겼다. 남편의 악필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소피아는 ‘전쟁과 평화’를 6번씩 옮기고, 48년을 톨스토이와 함께했다. 살아 있는 성인이 코를 골아도 남편의 옆에 누워 얼굴을 매만지고,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톨스토이의 육성 대신 오페라 아리아를 틀어 노작가의 심중을 헤아리는 여인. 서로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고 졸도하고 총질까지 불사하다, 서로를 사랑스러운 암탉과 수탉이라 부르며 다시 침대에서 섹스를 벌이는 노부부의 순환 고리는 세상을 오래 견뎌낸 모든 부부의 모습을 닮았다.
영화 속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유명 인사라 그의 모든 말을 속기사가 기록하고 집의 정원에는 촬영기사들이 상주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을 정도다. 그러나 생명을 외경하라던 톨스토이는 비서의 뺨에 앉은 모기를 죽이고, 노동을 강조하면서도 하녀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는다. 한 인간으로서의 모순. 인간 톨스토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보다 더 톨스토이적이라고 농을 건네는 모습에는 가장 위대한 영혼을 지닌 인간도 사회적 명성을 등에 업고 살며 평범한 인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진실이 반사된다.
감독 마이클 호프먼은 여기에 젊고 순수한 비서 발렌틴과 그가 사랑하는 톨스토이주의자 마샤의 이야기를 곁들여 톨스토이와 소피아도 한때 젊은 시절이 있었음을, 상대를 완벽히 이해하고 신뢰했고 서로가 서로의 반쪽임을 확신하는 날들이 있었음을 일깨운다.
진중하고 비극적인 한 노작가의 말년을 때론 유쾌한 소동극처럼, 때론 비극적인 오페라처럼 펼쳐내는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은 원작과는 또 다른 질감으로 톨스토이가 설파한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결국 가정불화로 가출하는 지경에 이르지만, 초라한 시골 역에서 죽기 직전 대문호가 찾고 그리워하고 그 존재의 유무를 직감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늙은 아내였으니까.
제임스 맥어보이가 발렌틴 역으로 실제 부인인 앤 마리 더프와 연기 앙상블을 이루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톨스토이의 화신에 가까운 열연을 펼친다. 특히 남편의 사랑이 식어버렸다고 생각해서 산발을 한 채 물에 뛰어드는 헬렌 미렌의 연기는 소피아 역에 생생한 삶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압권을 이룬다.
마이클 호프먼의 신작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은 톨스토이가 소피아와의 불화로 가출을 감행해 아스타포보 역에서 눈을 감기까지 대략 1년간의 삶을 다양한 주변인의 눈을 통해 재구성한 영화다. 많은 유명인사가 그러하듯 톨스토이 역시 젊은 시절 두 번이나 몸을 섞었던 여자를 잊지 못하는 낭만주의자였다. 때론 성자처럼 자애롭고, 때론 48년간 동고동락한 마누라 하나 어쩌지 못하는 평범한 노인으로 자작나무 숲을 거닐 뿐이다. 이런 톨스토이를 아내인 소피아는 경멸과 위선으로, 의사 마코비츠키는 성자로, 막내딸인 사샤는 존경할 만한 아버지로, 톨스토이주의자의 좌장이었던 체르트코프는 숭앙하는 연인으로 대한다. 톨스토이와 그의 유산을 둘러싼 가족과 숭배자들의 애증과 심리 게임이 톨스토이의 비서로 입문해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았던 젊은 청년 발렌틴의 눈으로 생생하게 재구성된다.
그런데 영화의 원작인 제이 파리니의 소설 ‘톨스토이의 마지막 정거장’과 달리 마이클 호프먼의 영화는 스토리의 무게중심을 톨스토이가 아닌 아내 소피아로 옮겼다. 남편의 악필을 알아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인 소피아는 ‘전쟁과 평화’를 6번씩 옮기고, 48년을 톨스토이와 함께했다. 살아 있는 성인이 코를 골아도 남편의 옆에 누워 얼굴을 매만지고,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톨스토이의 육성 대신 오페라 아리아를 틀어 노작가의 심중을 헤아리는 여인. 서로에게 소리 지르고 화내고 졸도하고 총질까지 불사하다, 서로를 사랑스러운 암탉과 수탉이라 부르며 다시 침대에서 섹스를 벌이는 노부부의 순환 고리는 세상을 오래 견뎌낸 모든 부부의 모습을 닮았다.
영화 속 톨스토이는 러시아의 유명 인사라 그의 모든 말을 속기사가 기록하고 집의 정원에는 촬영기사들이 상주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카메라에 담을 정도다. 그러나 생명을 외경하라던 톨스토이는 비서의 뺨에 앉은 모기를 죽이고, 노동을 강조하면서도 하녀가 차려주는 저녁을 먹는다. 한 인간으로서의 모순. 인간 톨스토이가 주변 사람들에게 나보다 더 톨스토이적이라고 농을 건네는 모습에는 가장 위대한 영혼을 지닌 인간도 사회적 명성을 등에 업고 살며 평범한 인간의 굴레를 벗어날 수 없다는 진실이 반사된다.
감독 마이클 호프먼은 여기에 젊고 순수한 비서 발렌틴과 그가 사랑하는 톨스토이주의자 마샤의 이야기를 곁들여 톨스토이와 소피아도 한때 젊은 시절이 있었음을, 상대를 완벽히 이해하고 신뢰했고 서로가 서로의 반쪽임을 확신하는 날들이 있었음을 일깨운다.
진중하고 비극적인 한 노작가의 말년을 때론 유쾌한 소동극처럼, 때론 비극적인 오페라처럼 펼쳐내는 영화 ‘톨스토이의 마지막 인생’은 원작과는 또 다른 질감으로 톨스토이가 설파한 사랑의 의미를 곱씹게 만든다. 결국 가정불화로 가출하는 지경에 이르지만, 초라한 시골 역에서 죽기 직전 대문호가 찾고 그리워하고 그 존재의 유무를 직감했던 것은 바로 자신의 늙은 아내였으니까.
제임스 맥어보이가 발렌틴 역으로 실제 부인인 앤 마리 더프와 연기 앙상블을 이루고,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으로 유명한 크리스토퍼 플러머가 톨스토이의 화신에 가까운 열연을 펼친다. 특히 남편의 사랑이 식어버렸다고 생각해서 산발을 한 채 물에 뛰어드는 헬렌 미렌의 연기는 소피아 역에 생생한 삶의 숨결을 불어넣으며 영화의 압권을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