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akashi Murakami, ‘Flower Matango’ (b), 2001~2006 Fiberglass, resin, oil paint, lacquer, acrylic plates, and iron 400×300×250cm, Private Collection. Courtesy of Galerie Emmanuel Perrotin, Paris and Miami.
브랜드의 주인공은 ‘루이비통’이고, 루이비통에게 ‘예술’이라는 작위를 수여한 사람은 바로 다카시 무라카미(47)입니다. 루이비통은 자사의 모노그램 디자인을 일본의 ‘앤디 워홀’이라 불리는 무라카미에게 맡겼는데요. 비영리 공간의 고고함을 순식간에 ‘상업 시장’으로 만들어버린 그는 실은 학창시절 일본의 전통화, 즉 ‘니혼가’를 충실히 공부했습니다. 당시 일본 미대생들은 서양에서 마구 쏟아져 들어오는 문화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있었지만, 학교에선 여전히 전통 회화 수업을 고집했기 때문이죠. 당연히 학생들은 니혼가의 기본인 ‘꽃’ 그리기에 대한 모든 기술을 연마해야 했습니다. 무라카미 역시 그런 걸 배웠고, 나중에 학생들을 가르쳤을 때 당연히 ‘꽃’ 그림 기술을 전수해야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꽃 그림은 그에게 서양문화와 현대미술에 대해 여전히 빗장을 걸어 잠그고 있는 일본 미술의 폐쇄성을 상징하는 것일 수밖에 없었어요. 심지어 그는 꽃 냄새만 맡아도 속이 울렁거릴 지경이었지요.
그런데 해가 거듭되면서 꽃에 대한 그의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어느 날 그는 꽃의 얼굴들을 발견하고 거기서 ‘가와이(귀염)’의 느낌을 갖게 된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가와이’는 아니메(애니메이션)로 대표되는 일본문화 최고의 덕목인데요. 무라카미는 마치 사람처럼, 꽃 한 송이 한 송이가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인격체로 보이게 됐다고 고백했어요. 그는 꽃이 가지고 있는 귀염과 강인함이라는 상반된 매력에 빠져들었습니다. 과거 한 다발의 꽃에 불과했던 대상이 이젠 서로 다른 얼굴을 가진 ‘군중’으로 보이게 된 거죠. 영화 속에서 군중 신을 보듯 말입니다.
그런데 그는 꽃들의 얼굴을 활짝 웃게 만들었어요. 그래서 작품 ‘Flower Matango’(2001~2006) 또는 ‘Cosmos’(1998)를 처음 볼 때 아이들처럼 즐겁게 따라 웃게 되지요. 하지만 웃으면 웃을수록 웃는 것이 얼마나 얼굴 근육을 마비시키는지 깨닫게 됩니다. 강박적인 웃음이 낳는 텅 빈 마음, 생각 속의 틈이 바로 무라카미 예술의 본질 중 하나입니다. 지금은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일본 아니메가 실은 월트 디즈니 영화의 무차별 공격에 대한 대응으로 시작했다는 사실을 아는지요. 무라카미의 꽃은 초고속으로 흡수하며 따라잡은 서양문화와 일본 전통문화 사이의 ‘틈’에서 강박적으로 웃고 있는 일본인들의 초상 같습니다. ‘아니메, 망가, 디즈니, 앤디 워홀 등 그 무엇이 섞여도 좋다.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상관없다. 내게 돈과 명성만 가져다준다면.’ 이 시대의 욕망이 활짝 피운 무라카미의 꽃들은 아마도 그 웃음을 멈출 수 없을 것입니다. 원하든, 원치 않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