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러리세줄은 프랑스 작가 오를랑과 정영한, 이경호의 작품을 선보인다.
오를랑(Orlan)은 자기 신체를 이용한 퍼포먼스 작업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 다소 그로테스크한 분위기를 갖고 있지만, 이러한 작업은 미의 기준과 개념이 타인에 의해 평가받는 현상을 비판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정영한은 그림 같은 풍경을 일컫는 ‘픽처레스크’를 작업의 주요 모티프로 삼는다. 실제 자연이 아닌 매체를 통해 본 바다는 실재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현대인의 일상은 자연 자체보다 매체 속에서 발견되는 자연에 더 익숙하다. 이는 분명 이미지 간의 전도된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의심의 여지 없이 우리는 실재가 이미지의 근거가 된다고 생각해왔지만, 결국 이미지가 실재의 근거가 되는 현대인의 관념체계는 이미 우리 내부에서 진정한 자연이 상실됐음을 반영한다. 정영한은 픽처레스크 기법을 통해 그런 흔적을 드러내면서 상실된 자연의 실재감을 복원하려 한다.
이경호는 퍼포먼스로 이뤄진 비디오 장치에서 출발해 오브제와 기계를 이용한 작업을 진행해왔다. ‘여행자’라는 주제는 사람을 담지만, 그가 이를 풀어나가는 방식을 보면 사람보다 사용 매체에 더 주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체는 우리가 그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그의 작업들을 본다면 우리는 그에게 한 발 더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DC type=bold DC-->1_ 정영한<!--DC type=/bold DC--> 우리 시대의 신화 162.1×112.1cm, 캔버스에 유채, 2006<br><!--DC type=bold DC-->2_ 이경호<!--DC type=/bold DC--> Traveler 비디오 설치, 2006<br><!--DC type=bold DC-->3_ 오를랑<!--DC type=/bold DC--> American Indian Self-Hybridization(미국계 인디언 자가-혼성) 1.48×60inch, 디지털 포토, 2005
갤러리포커스에서는 한국의 국민화가 박수근과 베트남 국민화가 부샹파이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한국인의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하는 박수근은 회백색을 위주로 단조로운 작품 경향을 보이나 한국적 주제를 서민 감각으로 다룬 점이 특색이다. 그의 작품 ‘산’에는 앙상한 나뭇가지와 바위, 산을 표현한 선묘들과 박수근 특유의 색감이 잘 드러나 있다. 박수근(1914~1965)은 강원도 양구 출생으로, 독학으로 미술을 공부했으며 1932년 제11회 조선미술전람회를 통해 화단에 등장했다.
베트남 현대미술의 새 지평을 연 부샹파이(Bui Xuan Phai)는 유럽 화풍과 베트남 고유의 화법을 절묘하게 결합해 ‘동서양 문화의 혼합’이라는 새로운 흐름을 개척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번에 소개되는 작품은 그가 1950~60년에 제작한 스케치. 그는 성냥갑, 신문지, 하드보드, 캔버스 등 일상적 소재에 하노이 풍경, 오페라, 자화상, 시골 풍경 등 주옥같은 작품을 남겼다. 부샹파이는 1920년 베트남 하노이 출생으로 인도차이나 미술대학(Ecole de Beaux Arts Indochina)에서 수학했으며, 1988년 6월 사망했다.
<!--DC type=bold DC-->박수근<!--DC type=/bold DC--> 산 25cm×34.5cm, 종이에 크레파스, 1950년대(왼쪽 위)<br><!--DC type=bold DC-->부샹파이<!--DC type=/bold DC--> 스케치 모음 종이에 연필과 펜, 1950·60년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