롤랜드 에머리히의 ‘투모로우’는 그의 히트작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전지구적 재난을 다루고 있다. ‘인디펜던스 데이’에서 호전적인 외계인들이 지구를 침략했다면, ‘투모로우’에서는 온실효과로 인한 온난화 현상 때문에 지구에 급작스러운 빙하기가 닥친다.
먼저 위기를 감지하고 회의적인 백악관을 설득하는 과학자 주인공이나 전 세계의 관광명소들을 습격하는 대참사, 미국 대통령의 연설로 장식되는 결말 같은 건 거의 반복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그동안 롤랜드 에머리히는 변화했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의 닮은 모양 때문에 오히려 변화가 더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정말 독일인 감독이 만든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뻔뻔스러운 팍스 아메리카나 홍보물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외계인들을 공습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한번 보자. 영화는 그만큼이나 단순한 장르물이기도 했다. 호전적이기만 할 뿐 아무 생각도 없는 외계인들을 지구인들이 컴퓨터 바이러스로 공습하는 아이디어가 과연 장르 세계 밖에서도 통할까?
하지만 ‘투모로우’는 이 모든 것들을 뒤집는다. 여기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리더가 아니라 지금까지 그들이 경멸해 마지않았던 라틴 아메리카로 불법 이민자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죽어가는 나라다.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장중한 스펙터클을 보여주지만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은 졸속 해결책은 없다. 결정적으로 단순무식한 현실도피 오락물이던 ‘인디펜던스 데이’와 달리 ‘투모로우’는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도쿄협약을 지지하지 않고 환경정책을 무시하는 부시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거창하다고 해도 ‘투모로우’는 여전히 장르 속에 갇혀 있다. 등장인물들은 얄팍한 스테레오 타입이고 인간관계는 단순하며 스토리 전개 역시 반복적이다. 오히려 ‘해결책 없음’을 선언하는 정직한 결말이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나 ‘고질라’와 달리 ‘투모로우’의 재난은 은근히 사람을 무섭게 하는 경향이 있다. ‘투모로우’의 재난이 아무리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아도 21세기 초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상기후와 비정상적인 자연재해는 결코 외계인의 침략처럼 오락용 환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Tips | 롤랜드 에머리히
‘고질라’ ‘스타게이트’ 등을 연출한 독일인 영화감독. ‘고질라’에서 ‘중요한 건 사이즈’라고 말했듯, 이번 영화에서도 에머리히는 맨해튼을 통째로 얼려버리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더워지는 지구 얼어붙는 지구’라는 과학 에세이에서 영화의 힌트를 얻었으며, 스스로 나무 심기 운동에 참여하는 환경주의자라고 한다. 전 세계적인 반(反)부시 물결과 함께 ‘투모로우’ 역시 온실가스 감소를 목표로 하는 도쿄협약에서 탈퇴한 부시 정부를 공격하는 뜻이 담겨 있다는 평이 많다.
먼저 위기를 감지하고 회의적인 백악관을 설득하는 과학자 주인공이나 전 세계의 관광명소들을 습격하는 대참사, 미국 대통령의 연설로 장식되는 결말 같은 건 거의 반복처럼 느껴질 정도다.
그러나 그동안 롤랜드 에머리히는 변화했다. ‘인디펜던스 데이’와 ‘투모로우’의 닮은 모양 때문에 오히려 변화가 더 분명하게 눈에 들어온다.
‘인디펜던스 데이’는 정말 독일인 감독이 만든 게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로 뻔뻔스러운 팍스 아메리카나 홍보물이었다. 전 세계 사람들이 미국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미국 독립기념일에 외계인들을 공습하는 클라이맥스 장면을 한번 보자. 영화는 그만큼이나 단순한 장르물이기도 했다. 호전적이기만 할 뿐 아무 생각도 없는 외계인들을 지구인들이 컴퓨터 바이러스로 공습하는 아이디어가 과연 장르 세계 밖에서도 통할까?
하지만 ‘투모로우’는 이 모든 것들을 뒤집는다. 여기서 미국은 더 이상 세계의 리더가 아니라 지금까지 그들이 경멸해 마지않았던 라틴 아메리카로 불법 이민자들을 보낼 수밖에 없는, 죽어가는 나라다. 영화는 ‘인디펜던스 데이’처럼 장중한 스펙터클을 보여주지만 컴퓨터 바이러스와 같은 졸속 해결책은 없다. 결정적으로 단순무식한 현실도피 오락물이던 ‘인디펜던스 데이’와 달리 ‘투모로우’는 분명한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있다. 도쿄협약을 지지하지 않고 환경정책을 무시하는 부시 정권을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의도가 거창하다고 해도 ‘투모로우’는 여전히 장르 속에 갇혀 있다. 등장인물들은 얄팍한 스테레오 타입이고 인간관계는 단순하며 스토리 전개 역시 반복적이다. 오히려 ‘해결책 없음’을 선언하는 정직한 결말이 폭발적인 클라이맥스를 막아버리기도 한다. 하지만 ‘인디펜던스 데이’나 ‘고질라’와 달리 ‘투모로우’의 재난은 은근히 사람을 무섭게 하는 경향이 있다. ‘투모로우’의 재난이 아무리 현실성이 없다고 비판을 받아도 21세기 초를 사는 현대인들에게 이상기후와 비정상적인 자연재해는 결코 외계인의 침략처럼 오락용 환상이 아니기 때문이다.
Tips | 롤랜드 에머리히
‘고질라’ ‘스타게이트’ 등을 연출한 독일인 영화감독. ‘고질라’에서 ‘중요한 건 사이즈’라고 말했듯, 이번 영화에서도 에머리히는 맨해튼을 통째로 얼려버리는 스케일을 보여준다. ‘더워지는 지구 얼어붙는 지구’라는 과학 에세이에서 영화의 힌트를 얻었으며, 스스로 나무 심기 운동에 참여하는 환경주의자라고 한다. 전 세계적인 반(反)부시 물결과 함께 ‘투모로우’ 역시 온실가스 감소를 목표로 하는 도쿄협약에서 탈퇴한 부시 정부를 공격하는 뜻이 담겨 있다는 평이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