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컵 열기와 대통령선거, 촛불시위를 주도한 이들에게 ‘P세대’라는 새로운 이름이 생겼다. 신조어를 만든 제일기획측은 P세대란 적극적인 참여(Participation), 열정(Passion), 힘(Potential Power)을 바탕으로 패러다임의 변화를 일으키는 세대(Paradigm Shifter)라고 설명한다. 이들의 주요한 특징 중 하나가 인터넷과 휴대전화를 통한 다양한 커뮤니케이션. “인터넷 없이는 하루도 살 수 없다”는 사람이 80%나 되고 응답자의 43%가 평균 2.39개의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다.
미국의 저명한 과학 칼럼니스트 하워드 라인골드는 첨단장비에 능숙한 이들에게 ‘참여군중(smart Mobs)’(황금가지에서 같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라인골드는 컴퓨터, 인터넷, 이동통신장비를 동원한 이 새로운 공동체가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필리핀에서 독재자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기여했음을 예로 든다. 2001년 1월 독재자 에스트라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필리핀 국민들은 어느 날 동시에 ‘에드사로 갈 것, 검정색 옷 착용’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1시간 내에 수만명이 운집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좌파지식인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는 ‘제국’(이학사 펴냄)이라는 책에서 ‘다중(multitud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다중은 디지털 생산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밀접하게 결합된 다양성과 창조성을 지닌 구성권력이다. 이들은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와 명령사회주의 사이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한국사회도 이미 다중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일관된 조립라인에 선 포드주의 시대의 ‘대중노동자’에서 컴퓨터화된 노동과정에서 일하는 ‘사회화된 노동자’ 혹은 ‘비물질 노동자’로의 이행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와 동시에 항상 기술의 상업적 지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트와 네그리의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닉 다이어-위데포드 교수(웨스턴온타리오대학·정보미디어학)는 저서 ‘사이버-맑스’에서 다중이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첨단기술을 재전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일반지성’이라는 말로 개념화했다.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에 따르면 자동화된 기계에는 노동자를 탈숙련화하고 통제하려는 자본가의 욕망이 새겨져 있는 동시에, 노동에서 해방되려는 노동자의 욕망도 새겨져 있다. 즉 기술 혹은 기계에는 모순된 잠재성과 내재된 압력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인데, 자본이 창조해놓은 전 지구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화의 논리를 거부하는 집단성이 바로 ‘일반지성’의 힘이다.
일반지성은 자본가가 만들어놓은 정보고속도로를 타고 초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해가고 있다. 콰테말라의 코카콜라 공장 점거 농성을 지지해 미국의 노동조합과 교회가 10년간 벌인 연대 캠페인, 토지개혁과 농작물 다변화라는 문제를 놓고 국제적으로 형성된 설탕노동자 네트워크, 미국·유럽·말레이시아·브라질·일본·남아프리카 대표들로 구성된 자동차노동자협회. 그중에서도 90년대 들어 영국에서 벌어진 ‘맥도날드에 저항한 2인조’ 사건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2명의 영국 활동가가 맥도날드 햄버거 체인점의 저임금 노동관행, 아이들을 겨냥한 광고, 우림 파괴, 건강을 해치는 상품 판촉 등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한 혐의로 고소당하자 이들을 지지하는 전 세계 수많은 단체들이 맥도날드 불매운동에 가담했다. 이들은 맥도날드를 비판하는 글과 그래픽, 비디오, 오디오 자료를 모아놓은 웹사이트 ‘맥스포트라이트’를 개설해 맥도날드 외에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운동은 초기에 산발적이고 국지적인 형태로 시작되지만 오늘날 일련의 연결, 접촉, 연합, 협력의 네트워크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자본의 전 지구화’에 대항하는 ‘또 다른 전 지구화’의 모습이다.
다이어-위데포드는 정보혁명이 낳은 놀라운 성과를 인정하지만, 정보혁명이 유토피아와 다름없는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는 ‘탈산업주의 미래학의 주장’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그 점에서 저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보여준 정보혁명의 유토피아는 없다”고.
사이버-맑스/ 닉 다이어-위데포드 지음/ 신승철, 이현 옮김/ 560쪽/ 1만9000원
미국의 저명한 과학 칼럼니스트 하워드 라인골드는 첨단장비에 능숙한 이들에게 ‘참여군중(smart Mobs)’(황금가지에서 같은 제목의 책을 펴냈다)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라인골드는 컴퓨터, 인터넷, 이동통신장비를 동원한 이 새로운 공동체가 한국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고, 필리핀에서 독재자 에스트라다 대통령을 몰아내는 데 기여했음을 예로 든다. 2001년 1월 독재자 에스트라다 대통령에게 반기를 든 필리핀 국민들은 어느 날 동시에 ‘에드사로 갈 것, 검정색 옷 착용’이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고 1시간 내에 수만명이 운집하는 저력을 보여주었다.
좌파지식인 마이클 하트와 안토니오 네그리는 ‘제국’(이학사 펴냄)이라는 책에서 ‘다중(multitude)’이라는 개념을 제안했다. 다중은 디지털 생산과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에 밀접하게 결합된 다양성과 창조성을 지닌 구성권력이다. 이들은 미국 주도의 자본주의와 명령사회주의 사이에서 삶을 지키기 위해 투쟁한다. 한국사회도 이미 다중의 시대에 접어들었다. 일관된 조립라인에 선 포드주의 시대의 ‘대중노동자’에서 컴퓨터화된 노동과정에서 일하는 ‘사회화된 노동자’ 혹은 ‘비물질 노동자’로의 이행과정이 순식간에 이루어졌다. 그와 동시에 항상 기술의 상업적 지배 위험에 노출돼 있다.
하트와 네그리의 ‘자율주의적 맑스주의’ 전통을 이어받은 닉 다이어-위데포드 교수(웨스턴온타리오대학·정보미디어학)는 저서 ‘사이버-맑스’에서 다중이 자본주의에 매몰되지 않고 첨단기술을 재전유, 재구성할 수 있는 능력을 ‘일반지성’이라는 말로 개념화했다.
‘자율주의적 맑스주의’에 따르면 자동화된 기계에는 노동자를 탈숙련화하고 통제하려는 자본가의 욕망이 새겨져 있는 동시에, 노동에서 해방되려는 노동자의 욕망도 새겨져 있다. 즉 기술 혹은 기계에는 모순된 잠재성과 내재된 압력이 서로 경쟁하고 있다는 것인데, 자본이 창조해놓은 전 지구적 커뮤니케이션 네트워크를 통해 상품화의 논리를 거부하는 집단성이 바로 ‘일반지성’의 힘이다.
일반지성은 자본가가 만들어놓은 정보고속도로를 타고 초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해가고 있다. 콰테말라의 코카콜라 공장 점거 농성을 지지해 미국의 노동조합과 교회가 10년간 벌인 연대 캠페인, 토지개혁과 농작물 다변화라는 문제를 놓고 국제적으로 형성된 설탕노동자 네트워크, 미국·유럽·말레이시아·브라질·일본·남아프리카 대표들로 구성된 자동차노동자협회. 그중에서도 90년대 들어 영국에서 벌어진 ‘맥도날드에 저항한 2인조’ 사건의 파급력은 대단했다. 2명의 영국 활동가가 맥도날드 햄버거 체인점의 저임금 노동관행, 아이들을 겨냥한 광고, 우림 파괴, 건강을 해치는 상품 판촉 등을 비난하는 내용을 담은 전단을 살포한 혐의로 고소당하자 이들을 지지하는 전 세계 수많은 단체들이 맥도날드 불매운동에 가담했다. 이들은 맥도날드를 비판하는 글과 그래픽, 비디오, 오디오 자료를 모아놓은 웹사이트 ‘맥스포트라이트’를 개설해 맥도날드 외에 다국적 기업의 횡포를 고발하는 장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처럼 운동은 초기에 산발적이고 국지적인 형태로 시작되지만 오늘날 일련의 연결, 접촉, 연합, 협력의 네트워크를 창출해 나가고 있다. 이것이 ‘자본의 전 지구화’에 대항하는 ‘또 다른 전 지구화’의 모습이다.
다이어-위데포드는 정보혁명이 낳은 놀라운 성과를 인정하지만, 정보혁명이 유토피아와 다름없는 지평을 열어줄 것이라는 ‘탈산업주의 미래학의 주장’에는 이의를 제기한다. 그 점에서 저자는 자신 있게 말한다. “앨빈 토플러의 ‘제3의 물결’이 보여준 정보혁명의 유토피아는 없다”고.
사이버-맑스/ 닉 다이어-위데포드 지음/ 신승철, 이현 옮김/ 560쪽/ 1만9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