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떻게 보면 결혼이란 (동물로서의) 인간 본성에는 별로 어울리지 않는 제도일 수 있다. 사람의 수명이 30년 정도일 때라면 모를까, 평균 수명이 80세를 바라보는 지금 50년 이상을 한 남자 혹은 한 여자만 사랑하며 산다는 것이 과연 가능하긴 한 걸까.
유하 감독의 영화 ‘결혼은 미친 짓이다’는 젊은 두 남녀의 연애담을 통해 결혼이란 제도에 정통으로 시비를 건다. 사랑하는 이들의 사랑을 오히려 식게 만드는 우리의 결혼제도에 과연 문제는 없는가, 영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주인공 남녀가 “결혼하지 않고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라고 말했던 것처럼 ‘이젠 우리도 결혼이라는 제도에 대해 좀더 가벼운 눈으로 바라봐야 하지 않는가’라고 영화는 묻는다. 물론 그 대답은 그리 간단치 않다.

‘평생 한 사람만 사랑한다고 거짓말할 자신이 없어서’ 결혼하지 않기로 마음먹은 준영(감우성)은 괜찮은 외모에 지적인 대학강사. 친구의 결혼식 사회를 보는 대가로 소개팅을 하게 되고 그 자리에서 섹시하고 당돌한 조명 디자이너 연희(엄정화)를 만난다. 함께 차 마시고, 영화 보고, 저녁을 먹고 난 두 사람은 “왔다갔다 택시비보다 여관비가 쌀 것 같다”는 노골적인 농담을 나누다 여관으로 직행하고, 그들의 대화만큼이나 솔직한 섹스에 들어간다.

주말부부처럼 신혼살림을 차릴 땐 서로 ‘쿨’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이들의 사랑은 소유욕으로 발전한다. 준영은 연희에게 걸려오는 남편의 전화가 달갑지 않고, 연희는 준영을 좋아하는 여대생에게 질투를 느낀다. 두 사람은 남들이 가지 않는 새로운 길을 가려고 했지만, 그 길도 결국엔 또 하나의 벽을 만나고 만다.
유하 감독의 연출의 변은 이렇다. “세상 어딘가에는 자신과 완벽하게 맞는 짝이 있으며, 그 사람과는 별다른 노력 없이도 스위트홈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이 현대인들이 갖는 결혼에 대한 환상이다.

‘오늘날의 결혼이 얼마나 타락한 형태로 우리를 지배하고 있는가’라고 이 영화는 묻고 있다. 그러나 ‘결혼이 과연 그렇게 나쁘기만 한 걸까’라는 생각은 그래도 떨치기 힘들다.
아직도 보통 사람들은 눈에 보이는 ‘조건’보다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싶어하며, 일요일 아침 그 사람과 함께 집 앞 공원을 산책하면서 행복을 느끼고 싶어한다고 믿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