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4

2002.03.07

록음악 기상도는 ‘맑음’

  • < 강헌/ 대중음악평론가 > authodox@orgio.net

    입력2004-10-19 13:3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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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록음악 기상도는 ‘맑음’
    록밴드는 모든 음악 청년들의 꿈이었지만 불행하게도 한국에서는 1964년 신중현이 첫발을 내디뎠던 ‘add4’ 이후 극소수 뮤지션만이 그 꿈을 실현했을 뿐이다. 록은 언제나 변방과 지하의 메아리로 사라져갔다.

    수년 전 홍대 앞 클럽들을 중심으로 요원의 불길처럼 일었던 인디록의 기세도 생존이라는 엄연한 벽 앞에 허덕인다. 주류의 경기장으로 거의 ‘유이’(唯二)하게 진입한 윤도현밴드와 크라잉넛조차도 90년대를 대표하던 주류 밴드 ‘넥스트’가 분사한 카리스마에는 역부족이다.

    2002년 벽두, 봄여름가을겨울이 베테랑의 저력을 보여주는 가운데 만만치 않은 음악 이력을 지닌 뮤지션들로 구성된 한 신인 밴드가 출사표를 던졌다. 윤도현밴드의 리드 기타리스트였던 유병열과 안치환과 자유의 드러머였던 나성호, 그리고 피노키오 출신 보컬리스트 한호훈, 정선연밴드에 몸담았던 베이시스트 김태일이 스크럼을 짠 밴드 ‘비갠후’.

    세 곡의 연주곡을 포함한 열네 개의 트랙을 담은 이들의 혼신 어린 데뷔 앨범은 언뜻 대단히 회고적으로 보인다. 90년대의 물결을 이루었던 모던록이나 펑크 같은 당대의 조류에 현혹되지 않은 채 록음악이 헤비메탈을 통해 축적한 본연의 에너지를 진지하게 불러내는 한편, ‘하루 동안’ ‘아름다운 날에’ 같은 풍요로운 선율의 악흥을 담은 슬로록의 발라드 넘버까지 종횡한다. 영화 ‘킬러들의 수다’의 엔딩 크레딧과 함께 울려퍼졌던 ‘다시 사는 거야’와 ‘내버려둬’, 그리고 앨범의 후반전을 여는 ‘있는 그대로가 좋다’를 가로지르며 육박하는 응축된 파워감은 유병열의 트레이드 마크다. 이와 대구를 이루는 나성호의 드러밍은 첫 앨범인데도 오래 한솥밥을 먹은 듯 거침없이 키스톤 플레이를 펼친다. 그리고 그 위를 수놓듯 펼쳐지는 한호훈의 보컬은 고역에서 아련한 서정적 비감을 불러일으킨다.

    하루가 다르게 명멸하는 온갖 트렌드를 넘어 이들이 서술하는 미학은 중용의 ‘따뜻한’ 록이다. 이들은 질주할 때조차 뿌리 뽑힌 자들의 지극한 동감이 우러나오며 가만히 멈추는 듯한 순간에도 결코 가벼워지지 않는다.



    우리의 짧은 대중음악사는 크게 네 차례의 록음악 르네상스를 맞았다. 60~70년대 초창기 나이트 클럽 록밴드, 그리고 70년대 말 80년대 초 캠퍼스 밴드의 도약, 지금도 기억에 생생한 80년대 중후반 언더그라운드의 메탈 키드들의 돌풍, 그리고 90년대 후반의 펑크와 얼터너티브 붐. 자, 이제 새로운 시대에 ‘비갠후’가 도전장을 던진다. 이들의 유산 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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