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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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연말 K팝 떠난 걸그룹 4팀

[미묘의 케이팝 내비]

  • 미묘 대중음악평론가

    입력2025-01-12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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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년 해체한 걸그룹 체리블렛.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년 해체한 걸그룹 체리블렛. [FNC엔터테인먼트 제공]

    2024년 연말, 시상식과 특별 무대로 K팝 세계가 떠들썩했지만 안타까운 한숨을 짓는 팬들도 있었다. 한 달 사이 걸그룹 네 팀이 해체 또는 계약 종료를 알려서다. 시그니처, 로켓펀치, 루셈블, 프로미스나인이다. 이미 체리블렛, 위키미키, 네이처, 해시태그 등이 해체한 해였음을 상기하면 꽤 많은 수처럼 느껴진다.

    어느 해라도 대중 곁을 떠나는 아이돌그룹은 있게 마련이고, 당연히 지난해에 해체한 보이그룹도 있다. 그럼에도 이 걸그룹들의 고별이 무겁게 느껴진다면 그 이유 중 하나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걸그룹 초강세와 대비돼서일지도 모르겠다. 또한 이들 중 상당수가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를 위시한 아이돌 서바이벌 오디션 출신 멤버들로 인지도를 견인한 점도 감안할 수 있다.

    이들 대부분이 데뷔한 2017~2020년은 ‘세계관’ 도입이 대대적으로 유행하던 시기다. 키치하게 눈에 띄는 콘셉트나 설정으로 눈길을 끈 팀도 많았다. 다만 K팝 걸그룹 세계는 꽤나 큰 격변을 기다리고 있었다. 2020년쯤 강인하고 공격적인 이미지의 통칭 ‘걸크러시’ 유행이 신을 휩쓸었고, 2022년부터는 뉴진스·르세라핌·에스파 등으로 대표되는 새로운 국면이 시작됐다. 여성 팬덤의 강력한 지지와 공감대를 바탕으로 과감한 음악적 시도를 고집스럽고 완성도 있게 수행하면서 강렬한 개성을 형성하는 것이 현세대 걸그룹 열풍의 특징이다.

    급변하는 환경, 명멸하는 스타들

    이 같은 변화의 크기는 어쩌면 사라지는 걸그룹의 기획 부족만 탓하기 어려운 수준일 수 있다. 아이돌 고관심층이 집중하는 방송에서 인지도나 조금 특이한 콘셉트, 남초 성향의 관심, ‘세계관’ 설정 같은 일시적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던 수법 등 기존 방식이 힘을 발휘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고 할 만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비교적 작은 기획사든, FNC엔터테인먼트(체리블렛)나 울림엔터테인먼트(로켓펀치) 등 저력 있는 기획사든 크게 다르지 않을지 모르겠다.

    지난해 해체한 걸그룹 중 적잖은 수는 기획사를 옮기거나 멤버에 변동이 생기는 등 제법 부침을 겪었다. 급변하는 시류에서 기획이 갈팡질팡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럼에도 몸에 잘 붙는 옷을 드디어 찾은 것 같거나, 음악적 변신이 상당한 설득력을 보여주거나, 대중적 인지도를 크게 키울 계기를 맞은 순간 또한 있었다. 결국 이들에게 미련에 가까운 기분이 남는 건 완성되지 않은 가능성이 있었고, 그것이 팬들 마음속에 뭔가를 새기고 지나갔기 때문일 테다. 다른 시대, 다른 환경이었다면 더 오랫동안 좋은 활동을 보여주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갖게 된다. 불과 한 줌의 스타가 남기 위해 수많은 작은 별이 명멸하곤 하는 연예계에서 어쩌면 덧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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