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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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삼겹 · 파채 넣은 5800원 진라면 맛이 궁금하다면? [구기자의 #쿠스타그램]

노란색 · 붉은색 감성 터지는 복합문화공간 ‘롤리폴리 꼬또’

  • 구희언 기자 hawkeye@donga.com

    입력2021-05-09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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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붉은 벽돌 10만 장이 들어간 롤리폴리 꼬또 건물(왼쪽). 오뚜기에서 만든 공간이라는 힌트를 주듯, 곳곳에 오뚝이 오브제가 있다. [김도균]

    붉은 벽돌 10만 장이 들어간 롤리폴리 꼬또 건물(왼쪽). 오뚜기에서 만든 공간이라는 힌트를 주듯, 곳곳에 오뚝이 오브제가 있다. [김도균]

    지난해 11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문을 연 복합문화공간 ‘롤리폴리 꼬또’. 이곳은 인스타그램 피드를 살피다 우연히 본 사진 한 장 덕분에 알게 됐다. 처음에는 붉은 벽돌에 노란 포인트가 있는 컬러 벽을 배경으로 찍은 사진의 감성이 마음에 들었고, ‘#롤리폴리꼬또’라는 해시태그를 타고 넘어가니 맛있어 보이는 음식과 현장에서 판다는 아기자기한 문구류가 눈에 들어왔다. 그냥 봐서는 눈사람인지, 조롱이떡인지 모를 8자 모양의 소품이 곳곳에 놓인 공간, 이 정도 ‘사진 맛집’이라면 소개하기 좋겠다고 생각했다.

    폭풍 검색하다 뒤늦게 여기가 올해로 창립 52주년인 식품기업 오뚜기에서 만든 복합문화공간이라는 사실을 알았다. 아, 그래서 이름이 ‘롤리폴리’(roly-poly toy : 오뚝이)였구나. 뒤에 ‘꼬또’(cotto · 코토)는 이탈리아어로 ‘잘 구워진’ ‘벽돌로 만든 공간’이라는 의미라니 처음부터 이름에 힌트가 다 있었던 셈이다.

    오뚜기 홍보팀에 연락해 취재하고 싶다고 하자 “우리가 만든 공간은 맞는데, 롤리폴리 꼬또가 오뚜기 공간이라는 걸 너무 티 내고 싶진 않다”는 의외의 답이 돌아왔다. 실제로 오뚜기는 이 공간을 오픈할 때 보도 자료도 내지 않았다. 기업 대다수가 팝업이나 플래그십 스토어를 낼 때면 로고 크게 박고 광고 짱짱하게 하면서 “우리가 지금 이런 거 해요! 관심 좀 줘요!”라고 호소하곤 하는 데 말이다.

    오뚜기의 첫 플래그십 스토어인 ‘롤리폴리 꼬또’는 고객의 소리를 듣고, 브랜드가 전하고 싶은 바를 말하는 공간이다. MZ세대에게 친밀하게 다가가기 위한 공간으로 만들려다 보니 기업 로고나 캐릭터가 있을 법한 자리를 ‘오뚝이’ 조형물과 숫자 8이 채우고 있다. 쓰러지지 않고 언제나 일어서는 오뚝이를 모티프로 삼았으며, 완벽한 쉼(rest)과 맛의 즐거움(savour)을 지향한다.

    평일에는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토요일에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8시까지 열고 일요일에는 쉰다. 브레이크 타임은 오후 3시부터 5시까지이고 종종 문을 닫기도 하니 방문 전 공식 인스타그램을 확인하자.



    처음부터 이름에 힌트가 다 있었구나

    혼자 와 식사하기 좋은 자리가 마련돼 있다(왼쪽). 2층에도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많다. [김도균]

    혼자 와 식사하기 좋은 자리가 마련돼 있다(왼쪽). 2층에도 사진 찍기 좋은 공간이 많다. [김도균]

    4월 23일 오후 롤리폴리 꼬또를 찾았다. 서울지하철 9호선 선정릉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조금만 걸으면 되는데, 하얀 건물들 사이에서 붉은 벽돌 건물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이곳은 오뚜기 소유의 두 건물을 이어 만든 1015.77㎡ 규모로 케이브, 큐브, 슬로프, 쉐이드, 가든, 홀, 살라 일곱 가지 공간으로 구분돼 있다. 이곳을 찾았다면 빨간 벽돌과 노란 포인트 벽에서 사진을 남기는 건 필수. 사진이 화사하면서도 감성적으로 잘 나온다.

    노란 8자 모양 손잡이를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오뚝이 조형물과 윈드벨이 전시된 넓은 공간이 나타났다. 손을 씻을 수 있는 세면대가 입구에 바로 보였다. 오뚝이와 벽돌 모양 키링, 볼펜, 연필, 마스킹 테이프 같은 문구류도 팔고 있었다. 혼밥족을 위한 1인 좌석도 많았다. 각 자리에는 스마트폰 거치대와 조명, 무릎담요가 있었다. 분위기만 보면 각 잡고 코스 요리를 시켜 디저트까지 먹어야 할 것 같지만, 카페처럼 음료만 마시거나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다. 주변에 직장인이 많은 지역이라 오전 출근길 커피 메뉴를 사면 할인이 된다. 수제 맥주나 와인도 팔고 있다.

    롤리폴리 꼬또에서는 오뚜기 제품으로 만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 ‘핫한 조합’을 전문가(셰프)의 손을 거쳐 만날 수 있다. 한동안 ‘오뚜기 열라면에 순두부를 넣어 먹으면 맛있다’는 레시피가 SNS에서 인기였는데 그런 메뉴를 맛볼 수 있었다.

    메뉴 가격에는 공통점이 있는데 모두 8로 끝난다. 5800원이면 5.8로 표시하며, 8 역시 오뚝이를 뜻한다. 기자에게 오뚜기 3분 카레는 반찬이 마땅치 않을 때 쓱쓱 비벼서 후다닥 먹는 인스턴트 메뉴의 대명사였는데, 여기서는 멋진 슬로푸드로 만날 수 있다.

    주요 메뉴는 카레와 라면. 쇠고기와 사과 카레, 방아잎 키미카레는 8800원, 진라면 베이스의 우삼겹 파채 라면은 5800원, 채식만두 베이스의 미나리 채황 라면은 7800원이었다. 미나리 채황 라면은 비건인 사람도 먹기 좋은 구성이다. 날치알 주먹밥은 3개 1800원으로 오뚜기 마요네즈 3종류가 들어 있고, 이북식 손만두는 2개 1800원으로 오뚜기의 삼겹살 양파절임 소스가 함께 나온다.

    가장 잘 팔리는 메뉴를 주문해놓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벽돌 계단에는 색색의 찰흙을 뭉쳐놓은 것 같은 예술 작품이 전시돼 있다. 가든에 있는 팽이 모양 스펀 체어는 오뚝이처럼 넘어질 듯 넘어지지 않는 의자라 앉아서 인스타그램 릴스를 찍기에 그만이었다. 캘리그래피 로고와 다양한 조형물은 모두 공예가들의 작품이었다.

    ‘다 아는 맛이구먼’인 줄 알았는데

    인기 메뉴인 라면과 카레, 그리고 에이드(위부터). [김도균]

    인기 메뉴인 라면과 카레, 그리고 에이드(위부터). [김도균]

    이날 기자는 방아잎 키미카레와 진라면 베이스의 우삼겹 파채 라면을 맛봤다. 진라면이나 카레는 맛을 외울 정도로 먹어봤으니 이 메뉴도 예상 가능한 맛이지 않을까 싶었는데 기대보다 맛있었다. 동행한 사진기자의 입맛에도 맞아 싹싹 비웠다.

    롤리폴리 꼬또는 많은 메뉴가 한정판이다. 올해 초에는 스프카레를 하루 10그릇 한정으로 팔았다. 진라면에 타바스코 소스를 넣어 만든 타바라면은 4월 초까지 팔고 리뉴얼을 준비하고 있다(참고로 미국 매킬레니사 타바스코 소스의 공식 수입원이 오뚜기다). 취재 간 시점에는 진비빔면에 고소한 육회를 얹은 육회 진비빔면 플렉스(FLEX)를 하루 8그릇 한정으로 팔았다. 매장 관계자는 “판매 수량을 늘려달라는 요청이 많아 하루 16그릇으로 늘렸다. 5월 초에는 이 메뉴가 없어지고 새로운 메뉴가 나올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깝다면 종종 들러 새로운 메뉴를 맛보는 것도 좋겠다. 일단 동네 다른 레스토랑 대비 가격이 합리적이다. 검색하다 보니 ‘내돈내산’으로 5번이나 방문한 블로거도 있었다. 아, 물론 진라면 봉지 가격을 생각한다면 라면 한 그릇이 비싸다 여겨질 수도 있겠지만. 5월 6일 기준으로 진라면 매운맛 1봉지 가격은 오뚜기몰에서 550원이다. 하지만 ‘분위기 있는 곳에서’ ‘좋은 재료를 듬뿍 넣은’ ‘남이 끓여준’ 라면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이 정도는 플렉스할 수 있지 않을까.

    #HMR의변신 #합리적가격 #감성사진맛집

    여기는 어쩌다 SNS 명소가 됐을까요. 왜 요즘 트렌드를 아는 사람들은 이 장소를 찾을까요. 구희언 기자의 ‘#쿠스타그램’이 찾아가 해부해드립니다. 가볼까 말까 고민된다면 쿠스타그램을 보고 결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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