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4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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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에이터’ Z세대

[김상하의 이게 뭐Z?] AI스러운 용암 먹방 영상 제작… 인이어 형태 앨범도 유행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07-13 09: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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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마트폰만 있으면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는 시대다. 손재주가 뛰어나지 않아도 애플리케이션(앱)만 사용하면 영상을 만들고 디자인도 그럴듯하게 완성할 수 있다. Z세대는 못 만드는 게 없다는 말이 과장은 아니다. 새로운 걸 만들어내는 감각은 Z세대의 전매특허다. 이번 주엔 Z세대가 만든 유행들을 살펴보자.

    #먹는 용암이 유행

    용암처럼 생긴 디저트를 먹는 틱톡커. 틱톡 @enfoo 계정 캡처

    용암처럼 생긴 디저트를 먹는 틱톡커. 틱톡 @enfoo 계정 캡처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알고리즘엔 인공지능(AI)으로 만든 콘텐츠가 많이 뜬다. 특히 눈으로 보는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 영상에서 AI 활약이 돋보인다. 행성을 자르거나, 유리로 된 과일과 채소를 써는 듯한 영상이 대표적이다. 얼핏 보면 진짜 같아서 “저거 어디서 팔지”라고 묻는 댓글도 있다.

    유리 과일 영상처럼 조금만 보면 AI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콘텐츠가 있는가 하면, 인간이 만든 영상인지 긴가민가하게 되는 것들도 있다. 용암 먹방 영상은 AI가 만든 것처럼 보여도 실은 크리에이터가 직접 제작한 영상이다. 말 그대로 용암처럼 생긴 디저트를 만들어 먹는다. 용암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물엿에 옥수수전분, 주황색 색소를 동시에 넣고 섞은 후 그 위에 마시멜로와 마시멜로 스프레드를 올린다. 토치로 살짝 겉면을 태운 후 초코 가루를 올리면 끝이다. 이때 투명한 유리그릇에 담아 주황색 조명을 아래서 비추면 용암처럼 보이는 연출이 가능하다.

    Z세대 사이에선 기상천외한 레시피가 꾸준히 유행했다. 이번에는 ‘AI스럽게 보이는 비현실적 요리’를 만든다는 점이 색다르다. 못 만드는 게 없는 Z세대의 상상력이 AI 세계까지 넘본 셈이다.

    #‘감다살’ 쥬라기 월드 마케팅

    K-공룡 축하 퍼레이드에 참석한 공룡 캐릭터들. 더쿠 홈페이지 캡처

    K-공룡 축하 퍼레이드에 참석한 공룡 캐릭터들. 더쿠 홈페이지 캡처

    Z세대는 감동과 느낌이 살아 있는 콘텐츠를 ‘감다살’이라고 칭찬한다. 말 그대로 감(感)이 살아 있다는 뜻이다. 좋아하는 연예인의 메이크업이나 의상이 콘셉트에 잘 맞을 때 또는 예능프로그램 편집이 유행에 잘 들어맞을 때 ‘감다살’이라고 표현한다. 최근 개봉한 영화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마케팅은 감다살의 대표적 사례다.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이 개봉하면서 스칼릿 조핸슨과 배우진이 한국을 찾았다. 국내 팬들이 열광한 건 할리우드 배우들의 내한 때문만은 아니다. ‘K-공룡 축하 퍼레이드’가 SNS에서 화제가 된 것이다. 우리에게 친숙한 NC다이노스의 단디·쎄리 공룡 마스코트, ‘뽀롱뽀롱 뽀로로’의 크롱, 경기 용인시 마스코트 조아용, 예능프로그램 ‘지구오락실’에 등장한 철용이 등이 레드카펫에 총출동했다. ‘국민 공룡’ 캐릭터가 배우들과 함께 춤추고 사진도 찍었다.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다 알고 팬덤도 있는 캐릭터들을 모은 이번 행사는 ‘쥬라기 월드’ 배우들이 내한한 것보다 더 많은 눈길을 끌었다. 앞으로 영화계에서는 ‘감다살’을 위한 차별화된 마케팅이 더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아이돌 앨범 이제는 다르다

    걸그룹 아일릿의 인이어 앨범. 알라딘 홈페이지 캡처

    걸그룹 아일릿의 인이어 앨범. 알라딘 홈페이지 캡처

    아이돌 앨범은 진화 중이다. 예전처럼 CD와 사진집만 넣어서는 팬심을 사로잡기 어렵다. 지드래곤이 USB 형태의 앨범을 만들었을 때만 해도 신기하다는 반응이 많았지만, 이제는 그보다 더 새로운 앨범만 살아남는 시대가 됐다. 지금은 앨범이 그 자체로 굿즈고, 경험이다.

    최근 입소문이 난 앨범은 걸그룹 아일릿의 인이어 앨범이다. 인이어는 무대 공연에서 가수와 엔지니어들이 소리를 들으려고 사용하는 모니터링 이어폰이다. 아이돌은 자신만의 인이어를 맞추는 경우가 많아 아이돌 팬이라면 친숙한 물건이다. 아일릿의 이번 앨범에는 인이어 형태의 앨범과 이를 직접 커스텀할 수 있는 스티커가 포함돼 있다. 아이돌과 진짜 함께하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아이유의 CD 플레이어 앨범이나, 보이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의 자물쇠가 들어간 앨범 등 다양한 앨범이 출시됐다. 또 키링을 좋아하는 Z세대를 위해 보이그룹 NCT WISH는 키링형 앨범을 제작하기도 했다. 이제 아이돌 앨범은 ‘소장하고 싶은 물건’이 돼야 한다. 단순한 음반을 넘어, 팬과의 연결성을 보여주는 오브제가 돼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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