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NCT에게서 스크래치로 시작하는 노래를 듣게 되리라 기대한 이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NCT 127의 ‘삐그덕(WALK)’은 꽤나 올드스쿨의 힙합 느낌으로 다가온다. 보도자료에도 언급된 ‘2000년대 초반’ 느낌은 묵직한 저음 신스에서도 넘쳐나고, 솔풀한 보컬 화음 샘플이 찌르고 들어오면서 비트를 밀어낼 때면 1990년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청량이나 ‘이지리스닝’ 등 트렌드 화두와도 거리가 있고, 어찌 보면 NCT와 함께 자주 거론되는 ‘네오(Neo)’ 스타일과도 결이 조금은 다르다.
그 덕분에 듣는 재미가 있는 곡이다. 거침없다는 듯 가사를 읊어대는 목소리들은 조금은 ‘껄렁한’ 분위기에서 강한 흡인력을 보여준다. 성대 근육으로 청자의 귀를 짓누르는 것 같은 마크의 랩은 날카롭고 태일, 도영 등 보컬 멤버들도 때론 야리야리하면서도 때론 도톰한 발성으로 유려한 프레이징을 들려준다. 2절 끝에서는 주로 보컬을 맡던 해찬과 정우가 랩을 들려줘 재미를 더한다. 16비트의 하이햇과 함께 빠르게 울려대는 신스 소리가 긴박한 시간의 흐름처럼 가슴을 조이는 가운데, 쟈니의 음울한 허스키 음색이 보여주는 거만한 느긋함이 즐거운 대조를 이룬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 ‘WALK-The 6th Album’ 수록곡들이다. 장르를 넘나들면서 상이한 사운드가 서로 맞부딪치고, 이를 통해 신선함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화성 진행이나 멜로디, 악기 운용에서 재즈풍 요소들이 어반(urban)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스산한 래핑과 유려한 R&B의 교차 ‘No Clue’나 펑키한 비트에 하우스풍 피아노가 겹쳐지며 흥미로운 바이브를 구성하는 ‘Pricey’ 같은 곡이 그렇다. ‘오렌지색 물감(Orange Seoul)’도 샘플을 잘게 자르고 뒤집으며 독특한 질감을 내는 글리치(glitch)가 구성하는 화성 위에서 재즈풍 악기 연주가 분방하게 공존하며 낭만적인 무드를 흥겹게 몰아간다. 낯선 감각들이 어지럽게 교차하기보다는 꽤나 어른스러운 분위기로 매만지며 그 속에서 팝적인 친근함을 이끌어내는 곡들이다.
앨범은 유려한 R&B 보컬과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매끄럽고 환상적인 보컬 화성, 까칠한 래핑의 교차가 여느 때보다도 준수한 균형감과 짜릿한 청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그래서 “드디어 SM에서 제대로 된 랩이 나온다”는 NCT 초창기 기대감이 이제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완성형으로 충족됐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는 단지 랩을 잘하는 멤버가 있거나 본격적인 힙합 사운드를 구사한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 SM의 음악적 자산과 전통 위에 안정적이고도 효과적인 구성미를 제시하고 이를 K팝, 또는 팝 음악으로서 성립시키는 완성도의 차원이다. 앨범을 듣고 다시 ‘삐그덕(WALK)’으로 돌아와 본다. 조금은 ‘슴슴’하던 첫맛이 탄탄함으로 다가온다.
그 덕분에 듣는 재미가 있는 곡이다. 거침없다는 듯 가사를 읊어대는 목소리들은 조금은 ‘껄렁한’ 분위기에서 강한 흡인력을 보여준다. 성대 근육으로 청자의 귀를 짓누르는 것 같은 마크의 랩은 날카롭고 태일, 도영 등 보컬 멤버들도 때론 야리야리하면서도 때론 도톰한 발성으로 유려한 프레이징을 들려준다. 2절 끝에서는 주로 보컬을 맡던 해찬과 정우가 랩을 들려줘 재미를 더한다. 16비트의 하이햇과 함께 빠르게 울려대는 신스 소리가 긴박한 시간의 흐름처럼 가슴을 조이는 가운데, 쟈니의 음울한 허스키 음색이 보여주는 거만한 느긋함이 즐거운 대조를 이룬다.
NCT 127이 신곡 ‘삐그덕(WALK)’을 선보였다. [NCT 127 공식 X(옛 트위터)]
‘슴슴’하던 첫맛이 탄탄함으로
그럼에도 이 곡은 아주 자극적이지는 않다. 과거 이들의 ‘Fact Check(불가사의; 不可思議)’ ‘영웅(英雄; Kick It)’ ‘Make A Wish(Birthday Song)’ 같은 곡들과 나란히 놓으면 더욱 그렇다. 변칙적이고 과감한 시도로 아찔한 비현실감을 주고 낯선 경이감을 안겨주는 그런 곡은 아니다. NCT라고 해서 꼭 K팝의 기예를 보여줘야 한다는 법은 없지만 말이다. 그 대신 ‘삐그덕(WALK)’은 특유의 매력적으로 비뚤어진 무드를 좀 더 불량아 같은 방향으로 설정한 뒤 안정적으로 밀어붙인다.
이를 뒷받침하는 것은 사실 ‘WALK-The 6th Album’ 수록곡들이다. 장르를 넘나들면서 상이한 사운드가 서로 맞부딪치고, 이를 통해 신선함을 제공한다. 그러면서도 화성 진행이나 멜로디, 악기 운용에서 재즈풍 요소들이 어반(urban)한 공기를 만들어낸다. 스산한 래핑과 유려한 R&B의 교차 ‘No Clue’나 펑키한 비트에 하우스풍 피아노가 겹쳐지며 흥미로운 바이브를 구성하는 ‘Pricey’ 같은 곡이 그렇다. ‘오렌지색 물감(Orange Seoul)’도 샘플을 잘게 자르고 뒤집으며 독특한 질감을 내는 글리치(glitch)가 구성하는 화성 위에서 재즈풍 악기 연주가 분방하게 공존하며 낭만적인 무드를 흥겹게 몰아간다. 낯선 감각들이 어지럽게 교차하기보다는 꽤나 어른스러운 분위기로 매만지며 그 속에서 팝적인 친근함을 이끌어내는 곡들이다.
앨범은 유려한 R&B 보컬과 SM엔터테인먼트 특유의 매끄럽고 환상적인 보컬 화성, 까칠한 래핑의 교차가 여느 때보다도 준수한 균형감과 짜릿한 청각적 쾌감을 제공한다. 그래서 “드디어 SM에서 제대로 된 랩이 나온다”는 NCT 초창기 기대감이 이제는 재론의 여지가 없을 만큼 완성형으로 충족됐음을 재확인하게 된다. 이는 단지 랩을 잘하는 멤버가 있거나 본격적인 힙합 사운드를 구사한다는 식의 문제가 아니다. SM의 음악적 자산과 전통 위에 안정적이고도 효과적인 구성미를 제시하고 이를 K팝, 또는 팝 음악으로서 성립시키는 완성도의 차원이다. 앨범을 듣고 다시 ‘삐그덕(WALK)’으로 돌아와 본다. 조금은 ‘슴슴’하던 첫맛이 탄탄함으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