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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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여행자 시선으로 일상을 즐겨봐요 [SynchroniCITY]

불평만 하지 말고~

  • 안현모 동시통역사·김영대 음악평론가

    입력2021-07-19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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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대 혹시 여행감독이라는 직업이 있는 거 아세요?

    현모 기숙사 사감 같은 건가요? 여행 똑바로 하나 감독하는. ㅎㅎ

    영대 저도 처음에는 여행 콘텐츠를 영화감독처럼 만드는 사람인 줄 알았어요. 근데 정말 여행에 대한 것들을 감독해주는 사람이더라고요.

    현모 아항, 코칭해주는 건가요?



    영대 비슷해요. 여행가이드와 여행작가의 중간 같은 역할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의미 있는 여행을 어떻게 할지 계획을 짜주기도 하고요. 여행의 ‘주제의식’ 같은 걸 만들어주는 사람이죠.

    현모 근데 여행감독이 왜요? 하시게요??

    영대 아뇨, 한 여행감독 말씀 중 인상적인 게 있어서요.

    현모 뭐라고 하셨는데요?

    영대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하라. 단순히 구경거리를 보고 인증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의미를 더하라는 것. 제가 평소 여행을 대하는 태도와 완전히 일치하는 말이라 좋았어요.

    현모 오, 그래야죠. 혹시 영대 님도 그런 여행이 있으세요?

    영대 흠, 딱 이 장소라고 말할 게 있나 생각 중이에요. 물론 신기한 볼거리는 여럿 있었죠. 옐로스톤 같은. 최고 ‘여행’이라고 꼽기는 어려운 거 같아요. 현모 님은요?

    현모 ㅎㅎ 저는 그 지역 하면 어떤 경험이 딱 떠오르는 거 같아요. 포르투갈에서는 서핑학교, 인도에서는 명상학교에 다녔고, 밀라노에서는 디자인위크 구경하고.

    영대 명상과 서핑. 아! 정말 인상적인 곳이 하나 떠올랐어요. 바로 워싱턴주에 있는 스노퀄미 폭포!

    현모 명상과 서핑. 일명 명핑! 블랙핑크를 잇는 블핑 아닌, 명핑!

    영대 제가 ‘프렌즈’를 제외하면 유일하게 ‘마니아’라고 할 수 있는 게 1990년대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드라마 ‘트윈 픽스’예요. ‘트윈 픽스’ 촬영지가 시애틀 근처 도시 스노퀄미거든요. 오프닝에 나오는 폭포가 바로 스노퀄미 폭포고요. 제겐 무척 많은 스토리와 기억이 담긴 곳이라 감격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현모 오, 폭포에 묻혀 눈물이 보이진 않았겠죠?

    영대 ㅎㅎㅎ 아마도. 사실 그런 평범한 산책이나 나들이를 더 좋아해요. 이를테면 남들 눈에는 별스럽지 않은 동네 길, 수도 없이 방문했던 공원의 익숙한 풍경 같은 거요. 그런 소박함 속에서 매번 다름을 느낀답니다.

    현모 와, 저도 진심으로 하고 싶은 얘기예요! 사실 저는 매일 서울에서도 ‘내가 지구별 여행자’라는 의식을 늘 갖고 사는 편이에요. 어릴 때 류시화 작가의 ‘지구별 여행자’라는 책을 좋아했거든요. 근데 그게 긴긴 코로나19 시국을 거치면서 훨씬 강해졌어요!!

    영대 “매순간을 춤추라!”는 말이 인상적인 책이죠. 특히 인도 관련 에피소드가 모두 인상적이었던.

    현모 ‘옴마니반메훔’(관세음보살의 자비를 나타내는 주문으로 ‘온 우주에 충만한 지혜와 자비가 지상의 모든 존재에게 그대로 실현될지어다’라는 뜻). 저는 길을 걷거나 버스를 기다리면서 문득문득 내가 지금 여행객이라면 이 경험이 어떨까, 이런 생각을 많이 해요. 내게는 지루한 이 일상이 한국에 5박6일 놀러온 여행자에게는 하나하나가 얼마나 신기하고 소중한 경험일까 하는 생각이요.

    영대 그죠. 한편으로 저는 가장 평범한 곳에서 특별함을 만날 수 있고, 가장 특이한 곳에서 보편적인 것을 발견하는 것이 여행의 수확 같아요. 인류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모토처럼 삼은 문구가 있어요. 바로 ‘낯선 곳에서 나를 만나다’. 저는 이게 꼭 인류학의 현지조사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라 여행에도 적용되는 말 같아요. 결국 뭔가를 보려고 가는 것 같지만 돌아오면서는 나 자신을 발견하고 되돌아보게 되는 거랄까.

    현모 핵공감! 요즘 다시 집 앞 카페에 나가기조차 조심스러운 시기가 돼 먼 옛날이야기 같고 슬프네요. 가까운 카페나 가게를 다니면서 여행 기분을 느끼곤 했거든요.

    영대 답답하고 슬프죠. 팬데믹이 정말 많은 걸 제약하는 거 같아요. 뭔가 대안이 없을까….

    코로나19 사태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메타버스 여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GETTYIMAGES]

    코로나19 사태로 자유롭게 여행을 할 수 없게 되자 메타버스 여행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GETTYIMAGES]

    현모 아, 신기하게도, 팬데믹이 길어지니까 저 같은 아날로그적인 사람한테도 어떤 변화가 찾아왔느냐면요, 바로 VR(가상현실) 장비가 사고 싶어졌어요. ㅋㅋㅋ 메타버스 공간에서 어디든 맘대로 누비고 다니려고요.

    영대 실제로 팬데믹 와중에 제일 성장한 게 메타버스 시장이라더군요. ‘제페토’ 같은.

    현모 그럴 수밖에요. 가상현실 헤드셋 오큘러스 퀘스트의 판매도 급증! 단지 공간 제약에서 벗어나는 것뿐 아니라, 신분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는 짜릿함도 매력적이잖아요.

    영대 신분 제약이라면 어떤 거예요?

    현모 아, ㅋㅋ 제페토 같은 플랫폼에서는 내가 누구든 될 수 있다는 거죠. 나이도, 직업도, 성별도 얼마든지 원하는 대로 ‘부캐’를 창조할 수 있다는 거.

    영대 아, 아바타 말이죠? 혹시 프리챌 아바타 기억하세요? ㅎㅎㅎ 예전에는 프로필 사진 같은 것에 불과했는데 이제는 나를 규정하는 정체성이 되더라고요.

    현모 메타버스의 가장 큰 특징은 경제활동이 가능하다는 거잖아요. 그래서 진짜로 단순 사교, 네트워킹에 그치지 않고 직업 활동을 해보고 싶다는 호기심도 들어요.

    영대 심지어 이제 부동산 개념이 가상공간으로까지 확대된다고 하더라고요. 블록체인 기술을 이용한 NFT(Non-Fungible Token: 대체 불가능한 토큰)가 등장해 그걸로 뭐든 거래하고요. 근데 메타버스가 과연 여행도 대체할 수 있을지 감이 안 잡혀요.

    현모 충분히 가능할 거 같아요. 원래 여행의 즐거움이 최고로 고조되는 단계는 여행을 떠나기 전 준비하고 계획을 짤 때잖아요. 부동산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는 ‘구글어스2’ 같은 걸로 앞으로 방문하고 싶은 곳들을 죽 사전답사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거 같아요.

    영대 하긴, 유튜브에 4K 카메라로 답사하듯 찍어놓은 영상만으로도 어느 정도 갈증이 풀리더라고요. 게다가 구글어스로도 묘한 대리만족이 되기도 하고요. 정말 여행은 준비와 계획 단계의 흥분감이 거의 절반인 거 같아요!

    현모 맞아요. 저도 요즘 자유롭게 못 다닌다고 불평만 하지 말고 대안을 찾아보자, 외국어 공부라도 하면서 머지않아 빗장이 풀릴 날을 대비하자고 다짐해요.

    영대 그래도 막국수는 메타버스에서 못 먹잖아요!

    현모 엇! 갑자기 떠올랐어요!! 제가 구글어스2에 최초 막국숫집을 차리겠습니다. 헉! 설마 벌써 있는 건 아니겠죠?

    (계속)


    안현모는… 방송인이자 동시통역사. 서울대,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졸업. SBS 기자와 앵커로 활약하며 취재 및 보도 역량을 쌓았다. 뉴스, 예능을 넘나들며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우주 만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본 연재를 시작했다.





    김영대는… 음악평론가. 연세대 졸업 후 미국 워싱턴대에서 음악학으로 박사학위 취득.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집필 및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 ‘BTS : THE REVIEW’ 등이 있으며 유튜브 ‘김영대 LIVE’를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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