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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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아동뮤지컬 ‘아빠! 사랑해요’

  • 김유림 기자 rim@donga.com

    입력2012-01-09 10:2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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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도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
    “어렸을 때 아빠를 떠올리면 누워 계셨던 기억밖에 없어. 평일에는 늘 늦었고 토요일도 야근이었지. 고작 하루 쉬는 일요일에는 종일 안방에서 주무셨어. 놀아달라고 방에 들어갔다가 주무시는 아빠 얼굴만 빤히 바라보다 나왔던 기억이 나.”

    20대 중반이 된 친구의 말이다. 어려서 추억이 없으니 성인이 돼서도 아빠와 서먹하다. 그는 “요즘도 아빠가 현관문을 여는 소리가 들리면 나도 모르게 방에 들어가 잠자는 척한다”고 털어놨다. 정신없이 일하느라 가족과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해 어느새 가족의 이방인이 돼버리는 것이 우리 아빠들의 현실이다.

    겨울방학이다. 아직도 학원과 아내에게만 아이들을 맡긴 채 ‘나 몰라라’ 하는 아빠가 있다면 반성, 그리고 각성해야 한다. 방학은 아이들에게 아빠 노릇 할 수 있는 최고의 시간이다. 초등학생 이하 자녀를 둔 아빠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명품 공연이 아동뮤지컬 ‘아빠! 사랑해요’다.

    뮤지컬 ‘아빠! 사랑해요’는 샘 맥브래트니의 그림책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가 원작이다. 이 그림책은 미국 교사협회의 100대 아동도서 중 하나로 선정됐으며 영국, 프랑스, 일본, 한국 등 37개국에서 출판돼 전 세계적으로 2200만 부 이상 팔렸다.

    여자아이 ‘나리’는 숲 속 놀이터에서 아기토끼, 아빠토끼와 놀이를 한다. 새싹이 자라는 봄, 화창한 여름, 낙엽 떨어지는 가을, 추운 겨울을 지나 나리는 집으로 돌아간다. 피곤한 듯 아빠 등에 업힌 아기토끼는 “아빠, 내가 아빠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아세요?”라고 묻는다. 아빠토끼와 아기토끼는 서로 누구의 사랑이 더 큰지에 대해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아기토끼는 아빠토끼 등에 기대 스르르 잠이 들고, 아빠토끼가 속삭인다.



    “나는 저 달까지 갔다가 다시 돌아오는 길만큼 너를 사랑한단다.”

    이 뮤지컬의 가장 큰 장점은 체험 뮤지컬이라는 것. 사계절에 맞게 색깔 찾기, 얼음땡 하며 안아주기, 숨바꼭질 등 다양한 동작 놀이를 한다. 노래와 율동도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어린아이도 55분 동안 이야기에 푹 빠진다. 아빠와 함께 웃고 움직이면서 아이들의 감성지수가 높아진다. 파스텔 톤으로 사계절을 표현한 무대는 마치 그림책을 그대로 옮겨온 듯 생생하다. 특히 주인공 토끼 두 마리는 동화책에서 깡충 뛰어나온 듯 보들보들 사랑스럽다.

    10곡의 뮤지컬 넘버 역시 아이들이 함께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간결하고 유쾌하다. 두 살 남짓한 어린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누구나 신나게 즐길 수 있는 이 공연은 그동안 아이에게 소홀했던 아빠에게 딱 좋은 ‘면죄부’다. 손잡고 함께 보면서 아이에게 “나도 너를 정말 사랑한단다”라고 속삭인다면, 그 어떤 로봇이나 인형보다 아이 기억에 오래 남는 선물이 되지 않을까. 2월 26일까지, 서울 동양아트홀, 문의 02-6711-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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