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김정일 죽음에 삼가 명복을 빌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습니다. 얼마 전 1990년대 북한 기근을 주제로 논문을 하나 썼습니다. 김정일이 정치적 소외지역인 함경도, 양강도를 내다버림으로써 그곳 사람들이 기근의 최대 피해자가 됐다는 소주제를 논문 에 담았습니다. 사람을 굶겨 죽이는 건 죄악입니다. 금수산기념궁전에 있는 김정일 시신을 보면서 북한이 자유로워지면 사람들이 성난 파도처럼 그곳으로 몰려갈지도 모르겠단 상상을 했습니다.
여론조사가 언제나 국민 의견을 정확히 반영하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는 국민이 가장 낮게 지지한, ‘정부는 조문하지 않고 민간 조문은 허용’하는 안을 골랐습니다.
북한은 우리 정부의 조문 제한 조치를 맹비난하며 이명박 정부와는 영원히 상종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명박 역적패당이라는 표현도 다시 등장했고요. 남남갈등을 부추기려는 의도인 것 같습니다만, 한국 정부도 별반 잘한 게 없단 생각입니다. 다수 국민이 지지한 대로 정부만 조문하고 민간 조문은 불허하겠다고 발 빠르게 발표했으면 어땠을까요. 외부 조문은 받지 않겠다던 북한이 당황했을 겁니다. 김정일 사후 남북관계에서 이니셔티브를 우리가 쥘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김정일 사후 중국의 대응과 한국의 그것에서 전략 차가 느껴집니다.
![전략의 빈곤함](https://dimg.donga.com/egc/CDB/WEEKLY/Article/20/12/01/06/201201060500010_1.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