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버필드’의 한 장면.
올해 초 미국에서 돌풍을 일으킨 영화 ‘클로버필드’는 괴수가 나타나 대도시를 파괴한다는 이야기다. 영화는 뉴욕 중심부에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으로 시작하는데, 이어 이 영화의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가 나온다. 자유의 여신상 머리 부분이 거리로 날아와 떨어지는 장면이다. 이 장면을 앞세운 예고편은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예고편을 본 사람들은 영화가 개봉되자 극장으로 몰려들었다. ‘클로버필드’는 저예산으로도 수억 달러를 들인 대작 이상의 흥행성적을 올린 ‘저비용 고효율’ 작품이다.
그런데 사실 이 문제의 장면은 4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968년작 ‘혹성탈출’ 마지막 장면이다. 주인공 찰턴 헤스턴은 말을 타고 해변가를 달리던 중 뭔가를 발견한다. 거기에는 바다에 처박혀 상반신만 드러내놓은 자유의 여신상이 있었다. 원숭이들이 지배하는 그곳이 바로 그렇게 돌아가고 싶어했던 지구였던 것이다.
문명세계, 그리고 인간의 자유의지를 상징하는 자유의 여신상. 그 여신상을 갖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뉴욕은 행운의 도시다. 영화 ‘대부’에서 어린 콜리오네가 뉴욕에 들어오는 배 갑판에서 멀리 보이는 자유의 여신상을 보고 자신이 신세계에 도착했음을 알게 되듯 뉴욕은 곧 자유의 여신상이고, 자유의 여신상은 뉴욕의 아이콘이었다.
그렇게 된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에 있어서만은 아니었다. 뉴욕은 적어도 한때는 자유롭고자 하는 이들, 꿈과 희망을 찾으러 오는 이들의 도시였다. 남북전쟁 이후 19세기 말을 거치며 20세기에 이르기까지 뉴욕의 성장은 찬란했다. 자본과 일자리, 자유를 찾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자유의 여신상이 뉴욕의 아이콘이 된 것은 자유의 여신상이 갖고 있는 이미지가 뉴욕의 역사와 일치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남대문, 왕조 시대의 성문은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 수 있을까. 진정한 국보 1호, 서울의 상징이 될 수 있느냐는 그 답에서 구해질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