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제공 · Nassim_credit David Monteith-Hodge]
공연 당일 무대조명이 켜지는 순간까지도 배우는 공연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전달받지 못한다. 대본 읽기나 리허설도 없다. 작가 이름을 딴 즉흥극 ‘낫심’에서 배우는 무대 위에 놓인 스크린 영상을 통해 대본을 처음 읽는다. 일단 읽으면 다시 되돌릴 수 없기에 이는 고스란히 배우의 연기가 된다. 이를 지켜보는 관객은 배우의 긴장감이 가미된 생생한 현장성과 즉흥성을 포착할 수 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관객도 배우와 함께 극에 직접 참여해야 비로소 극이 완성된다.
고수희, 권해효, 김꽃비, 김선영, 문소리, 유준상, 이자람, 한예리 등 배우 21명이 매일 번갈아가며 ‘낫심’ 무대에 선다. 오롯이 배우 1명만 등장하는 즉흥극이라 출연 배우의 밀도 높은 무대가 보고 싶은 팬에게는 좋은 기회다. 그러다 보니 아이돌스타 공연처럼 티켓 판매가 시작되자마자 매진되는 사례가 속출했다. 다만 예측 불허한 상황에서 나오는 배우의 순발력이 연기력은 아닐 것이다. 준비된 배우가 선사하는 최고 기량에 익숙한 관객은 당황스러울 수도 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는 퇴장했지만, 공연 ‘커튼콜’을 촬영하려던 관객들은 공연 엔딩 시점을 이해하지 못해 타이밍을 놓치기 일쑤다.
두산아트센터는 매년 특정 사회적 주제를 정해 ‘두산인문극장’이라는 이름으로 공연, 전시, 강연을 선보인다. 2016년 주제는 ‘모험’, 2017년은 ‘갈등’이었고 올해는 ‘이타주의자’다. 소신이 뚜렷한 극단적 이타주의는 오만과 독선으로 빠질 수 있다. ‘낫심’은 인문학적 깊이를 맛볼 수 있는 참신한 즉흥극이라기보다 신선한 퍼포먼스 쇼에 가까운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