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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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평도 포격 불똥 튄 여야 주도권 잡기 물밑 전쟁

대포폰 정국에서 MB정부 대북정책 노선 대결로

  • 엄상현 기자 gangpen@donga.com

    입력2010-11-29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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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평도 포격 불똥 튄 여야 주도권 잡기 물밑 전쟁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서울광장 천막농성과 함께 1인 시위를 시작한 첫날인 11월 23일 북한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이 발생하자 즉각 당으로 복귀해 대책을 숙의했다.

    북한의 연평도 도발 이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해 여야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이번 사건의 파장이 얼마나 지속될지, 남북관계는 물론 여론의 흐름은 어떻게 변할지 그 어떤 것도 가늠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민주당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대정부 대포폰 공세는 일단 멈췄다. 하지만 그 시기와 모양새가 좋지 않아 곤혹스러운 분위기다. 포격 도발 당일인 11월 23일 오전 11시, 민주당 손학규 대표는 광화문 한복판에서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언론과 여론의 주목을 끌고자 나름대로의 신선한 퍼포먼스도 준비했다. 광화문광장에서 손 대표는 ‘대포정권 완전교체’라고 적힌 피켓을 앞세우고 청와대를 향해 트럼펫을 불었다. 곡목은 ‘기상나팔’. 손 대표는 이유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이명박 정권이 잠에서 깨어나라는 뜻”이라고 말했다.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회’가 열리는 29일까지 매일 오전 8시와 11시, 오후 5시에 1시간씩 같은 방식으로 1인 시위를 벌이는 동시에 서울광장에 세운 천막에서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 규명을 위한 국정조사 및 특검쟁취와 4대강 대운하 반대 국민서명’ 운동도 병행할 계획이었다.

    국민들 혼란스러운 감정 정치권도 곤혹

    하지만 이날 오후 2시 34분 북한이 연평도에 포격 도발을 감행하면서 손 대표의 계획은 수포로 돌아갔고, 기대했던 성과도 얻지 못했다는 평가다. 소식을 접한 손 대표는 곧바로 서명운동 천막 철수를 결정하면서 “김정일이랑 참 궁합이 안 맞긴 안 맞아…”라며 아쉬움을 토로했다는 후문이다. 손 대표가 경기도지사 임기를 마친 직후인 2006년 6월, 야심차게 시작한 ‘100일 민심대장정’ 마지막 날인 그해 10월 9일 북한은 1차 핵실험을 단행했다. 그 탓에 손 대표의 야심작은 흥행에 참패를 면치 못했다. 어찌 보면 그때와 유사한 것.

    민주당 일부에선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으로 정국 주도권을 빼앗기지 않을까 우려한다. 집권여당이 천안함 폭침사건 때처럼 사회적 충격과 관심도가 높은 이번 사건을 주도하면서 4대강 사업과 청와대 불법사찰 의혹사건 등 그동안 민주당이 집중적으로 제기했던 사안에 대한 여론의 관심이 식을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민주당 한 고위 당직자는 “솔직히 이번 사건 때문에 민주당의 대국민 호소가 공허한 메아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는 노릇 아닌가”라며 곤혹스러운 속내를 내비쳤다.

    한나라당이라고 마음 편한 건 아니다. 당장은 민주당의 집요한 공세가 멈추긴 했지만, 연평도 포격 도발사건의 여파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미칠지 가늠하기 쉽지 않다는 게 문제다. 실제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의 강경한 대북정책 기조에 대한 여론도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대부분의 국민은 포격 도발을 감행한 북한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면서 다른 한편으론 전면전으로 치닫는 것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내는 등 매우 감정적이며 혼란스러워하는 상황이다. 이런 기류는 안정적인 국정운영을 바라는 보수층을 불안하게 하면서, 결과적으로 집권여당 이반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다.

    청와대도 곤혹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북한의 도발이 있기 직전까지 청와대 내에서는 강경일변도의 대북정책에서 다소 완화하는 방향으로 수정 논의가 진행돼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안함 사건에 대한 북한의 사과 없이는 대북지원이 불가하다는 ‘원칙론자’들에 맞서 인도적 지원은 허용하고 남북대화로 해법을 찾자는 ‘대화론자’들의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현 정부가 임기 중 남북관계를 전혀 진척시키지 못하고 오히려 악화시켰다는 평가를 받을 경우 차기 대선에서 여권 후보 측에 부담으로 작용하리라는 우려도 일정 부분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번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로 청와대 내 대화론자들의 입지가 크게 약화돼 향후 대북정책 수정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려질 가능성이 높다”는 게 청와대 한 관계자의 전망이다.

    여야는 일단 여론의 흐름을 예의 주시하면서 북한의 포격 도발이 미칠 파장을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해석한다. 이를 바탕으로 여야는 이번 사건의 책임 소재를 놓고 치열한 정쟁을 예고했다. 다음은 민주당 차영 대변인의 이야기다.

    “현 정부는 천안함 사건 때 강경대응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번에 제대로 대응도 못했다. 교전수칙조차 제대로 지키지 못했다. 다 끝나고 나서 응징하겠다는 말이 무슨 소용 있느냐. 주장만 있을 뿐 실제론 속수무책 아닌가. 현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이 얼마나 헛구호인지 명백히 드러난 것이다. 금강산에서 관광객이 피살당하고, 천안함의 장병들이 희생된 지 얼마 안 돼 또 사상자가 나왔다. 도대체 얼마나 희생할 때까지 강경하게 가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차 대변인은 그러면서 “햇볕정책이 유일한 대안이다. 원활한 남북대화와 대북지원 속에서도 연평도 해전이 일어났을 때 즉각 응전해 퇴각시키지 않았느냐”고 주장했다. 민주당은 11월 29일 ‘4대강 사업 저지 범국민대회’를 예정대로 치르고 이를 계기로 여당과 청와대를 향해 대포폰 공세를 재가동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남북관계를 극도로 악화시킨 현 정부의 대북 강경노선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면서 정국 주도권을 잡겠다는 복안이다.

    반면 한나라당은 천안함 사건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의 포격 도발의 책임을 과거 김대중-노무현 정부의 ‘햇볕정책’에서 찾았다.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주호영 소장의 주장이다.

    “대북 압박정책 실패 vs 정상관계 복원 진통”

    연평도 포격 불똥 튄 여야 주도권 잡기 물밑 전쟁

    11월 24일 연평도를 긴급 방문해 민가에 떨어진 포탄피를 살펴보는 안상수 한나라당 대표와 소속 의원들.

    “이번 사건이 대북 압박정책을 쓴 결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국정운영을 할 능력이 없다. 햇볕정책은 상대방이 변화할 가능성이 있을 때 써야 하는데, 북한은 그걸 이용했다. 햇볕정책을 써서 남은 게 핵무기밖에 없지 않은가. 압박 정책에 반발한다고 해서 햇볕정책으로 되돌아가야 한다는 주장은 억지다. 전쟁이 겁나서 퍼주자고 한다면, 도대체 언제까지 퍼주자는 이야기인가. 전쟁사를 봐라.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다. 햇볕정책이니 유화정책이니 현실성 없는 정책을 편 결과 이런 일이 일어난 것이다.”

    한나라당 전력기획본부장을 맡고 있는 정진섭 의원은 “현 정부의 기조는 강경노선이 아니라 원칙노선”이라고 전제하고 “현 정부가 그동안 원칙대로 해왔기 때문에 북한이 견디기 힘들었고, 결국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무모하게 도발을 감행한 것이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이어 “이번 북한의 도발은 왜곡된 남북관계가 원칙에 따라 정상적인 관계로 돌아오는 과정에서 겪는 진통이다. 잠시 아픔이 있지만 극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첨예한 여야 이견은 북한의 포격 도발을 계기로 대북정책을 둘러싼 노선전쟁으로 확전될 공산이 크다. 여기에 대포폰 정쟁까지 가세한다면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여야 대립은 자칫 파국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여야가 12월 6일 이전까지 처리하기로 합의한 내년도 예산 국회통과도 불투명하다. 차 대변인은 “여야가 예산안 처리를 합의하긴 했지만 그때 가봐야 안다. 말이 그렇지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여야 대치로 인한 국회의 파행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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