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통령 3남 김홍걸씨는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LA) 저택에서 두문불출하고 있다. 월 1000만원은 상회할 것으로 보이는 집세와 생활비는 지금도 꼬박꼬박 지출되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홍걸씨가 최규선씨로부터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홍걸씨의 호화 미국 생활을 가능하게 했던 ‘자금 창구’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자금 조달과 관련해 정치권에선 네 가지 가능성이 제기된다. △홍걸씨가 스스로 벌어 돈을 마련했거나 △미국 내 누군가가 홍걸씨에게 실질적인 경제적 도움을 주었거나 △홍걸씨가 최규선씨 등 한국의 비리 커넥션을 통해 돈을 조성했거나 △미국에 거주하는 대통령 친인척이 홍걸씨에게 도움을 주었을 가능성 등이다.
형식적으로 홍걸씨는 LA 포모나대학 태평양연구소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그러나 태평양연구소측은 홍걸씨가 연구소에서 일하고 있는지 여부도 확인해 주지 않고 있다. LA의 교포신문인 ‘코리아나뉴스’ 관계자는 ‘주간동아’와의 국제전화에서, “태평양연구소 관계자는 내게 ‘우리는 동양 서적을 번역하는 곳으로 연구원들에게 고액의 급여를 줄 형편이 못 된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김홍걸씨는 2000년 6월 LA 팔로스버디스에서 97만5000달러짜리 저택을 구입했다. 그런데 무기중개상 조풍언씨 일가와 수년째 왕래하고 있는 LA 교민 A씨는 최근 ‘주간동아’와의 국제전화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공개했다. A씨는 “팔로스버디스는 조풍언씨가 예전부터 살던 동네였다. 2001년 4월, 조씨는 같은 팔로스버디스 주택가에서 홍걸씨의 저택보다 조금 더 규모가 크고 비싼 새 저택을 구입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홍걸씨 저택과 조풍언씨의 새 저택은 자동차로 2분 거리.

‘주간동아’가 계약서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조씨는 미국 무기생산업체 ITT사가 90년부터 2000년까지 한국에 무기를 수출할 경우 4~7%의 커미션을 받기로 무기중개 계약을 맺었다. 국방부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 조달본부와 ITT사는 97년부터 99년 동안 합작 계약분을 합쳐 1억3798만 달러를 계약한 것으로 돼 있다. 당시 환율로 계산할 때 조씨가 받은 커미션은 45억~80억원에 이른다는 게 한나라당의 주장이다.
99년 48억원의 순이익을 낸 ‘알토란’ 같은 대우정보통신을 실제 가치의 10분의 1 수준인 250억원에 조씨가 실질적으로 인수했다는 주장도 있다. 조씨가 한국에서 큰돈을 벌었다는 것은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그 과정에 정권 차원의 특혜가 개입되었는지 여부가 쟁점이다.
김대중 대통령 일가와 선대 때부터 친한 것으로 알려진 조씨는 김대통령의 일산 자택을 매입하면서 의문을 더했다. ‘조씨가 미국 내 홍걸씨 후견인’이라는 의혹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넓은 미국 땅에서 ‘2분 거리 이웃사촌’이 된 두 집안의 ‘관계’가 눈길을 끈다.

최규선씨의 비리 스캔들이 터지기 전, 홍걸씨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듯한 국내 인맥은 최씨를 정점으로 동심원을 그렸다. 예를 들어 S건설 손병문 회장은 자신의 서울 강남구 뉴욕제과 4층 사무실을 홍걸씨가 무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주었는데, 홍걸씨와 손회장 사이에 다리를 놓아준 사람이 최씨였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구체적으로 복권사업자 선정 과정에서의 홍걸씨 역할이 그의 사법처리 여부의 핵심 잣대가 될 것이라고 한다. 홍걸씨가 자신의 후광을 최씨에게 적극적으로 빌려주었는지, 최씨가 홍걸씨도 모르게 홍걸씨 이름을 일방적으로 팔고 다녔는지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청와대측은 홍걸씨의 미국 집 구입 자금 출처와 관련, 지인의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 내 대통령 친인척 자금의 유입 가능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구체적인 정보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만약 친인척이 아닌 직계 가족의 돈이 홍걸씨 집 구입 자금과 생활비에 들어갔다면 ‘그 돈의 출처는 어디냐’는 또 다른 논란에 휩싸일 수 있다. 홍걸씨 본인이 직접 와서 해명하지 않고서는 사태가 수습될 수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