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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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석밥>>> 2분에 뚝딱 밥맛보다는 가격

CJ 독주 속에 오뚜기, 농심, 동원F&B 추격전 양상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0-09-17 17: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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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밥>>> 2분에 뚝딱 밥맛보다는 가격
    기자는 홀로 사는 ‘자취남’이지만 즉석밥을 사먹을 엄두가 나지 않았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갓 지은 집밥이 아니면 끌리지 않았다. 하지만 바쁜 일상과 ‘귀차니즘’ 속에 직접 밥을 지어 먹을 엄두는 더욱 나지 않았다. 밥 한 끼 먹겠다고 쌀을 씻는 일부터가 큰일이었다. 씻을 필요 없는 쌀은 가격이 비싸고 양 조절도 문제다. 최소 2인분 단위인 전기밥솥으로 밥을 해서 혼자 먹으면 어중간한 양이 남았다. 한 번에 5~6인분의 밥을 한 뒤 비닐봉지에 나눠 담아 냉장고 냉동칸에 넣어두고 필요할 때마다 전자레인지에 데워먹기도 했지만, 한번 얼린 밥은 확실히 맛이 없다. 결국 전자레인지만 있으면 2분 만에 ‘집밥’으로 변하는 즉석밥에 손이 가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즉석밥은 1996년 출시된 CJ제일제당(이하 CJ)의 ‘햇반’이다. 당시에는 CJ 내부에서도 ‘밥을 사먹는 사람이 있을까’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1인 가구, 맞벌이 가정이 늘어나면서 즉석밥 시장은 급성장했다. 2004년 1000억 원을 돌파한 뒤 2010년에는 1300억 원대에 이른다. 2002년 농심이 ‘따끈따끈한 햅쌀밥’을, 2004년 오뚜기가 ‘오뚜기밥’을, 2007년 동원F·B가 ‘쎈쿡’을 출시하며 시장에 뛰어들어 1강3중 구도를 형성했다. 즉석밥 종류도 ‘맨밥’ 중심에서 참살이(웰빙) 열풍을 타고 현미밥·오곡밥 등 잡곡밥류, 미역국·육개장 등과 세트를 이룬 복합밥류로 다양해졌다.

    당일 도정…쌀 차별화 등 밥맛 잡기

    즉석밥>>> 2분에 뚝딱 밥맛보다는 가격

    집밥 못지않은 즉석밥에 손이 간다.

    업체들은 저마다 개성 있는 전략으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 전문기관 AC닐슨에 따르면 2010년 7월 즉석밥 시장 점유율(판매량 기준)은 1위 CJ 59.3%, 2위 오뚜기 20.6%, 농심 13.7%, 동원F·B 6.4% 순이다.

    즉석밥 시장 1위를 지키려는 CJ가 선택한 전략은 ‘품질’. 햇반 브랜드를 담당하는 최동재 부장은 “경쟁사들의 저가 공세에도 1위를 유지하는 힘은 품질력이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고 건강한 먹을거리에 대한 소비자들의 욕구가 커질수록 품질 경쟁의 중요성이 더 커질 것이다”고 전망했다.



    CJ는 도정한 쌀로 바로 즉석밥을 만드는 ‘당일 도정 시스템’을 가동했다. 2006년 ‘3일 이내 도정한 쌀로 만든 즉석밥’에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한 것. 도정은 현미를 깎아 백미로 만드는 과정이다. CJ는 당일 도정으로 밥의 신선함을 살렸다고 홍보한다.

    여기에 10년 넘게 즉석밥을 생산하며 쌓은 노하우도 CJ의 힘이다. CJ는 즉석밥 시장 트렌드를 주도해왔다. ‘2인분 햇반’ ‘작은 두 공기 햇반’ 등을 출시해 다양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했다. 여기에 각종 잡곡밥, 기능성 밥을 출시해 즉석밥 시장 전체를 키우는 데도 공헌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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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뚜기는 ‘150m 암반수’를 내세운다. 밥을 짓는 물이 달라 더 깨끗하고 맛있다는 것. 오뚜기밥은 2004년 즉석밥 시장에 등장한 뒤 10% 미만의 점유율을 유지했으나, 2007년 10월 첫 한국 우주인 이소연 씨의 우주식으로 선정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기 시작했다. 오뚜기 홍보실 관계자는 “러시아 의생물학연구소(IBMP)에서 15일간의 예비시험과 60일간의 장기저장 시험, 안전성 시험을 거쳐 까다롭게 선정된 만큼 공장 설비의 기술력, 원료의 신뢰성을 인정받았다”고 홍보했다. 오뚜기는 2007년 시장점유율 10% 벽을 넘은 뒤 올해 20%대에 진입했다. 덮밥, 리조토, 국밥류 등 즉석식 시장에서 쌓은 노하우를 이용한 복합밥도 오뚜기의 경쟁력이다.

    즉석밥>>> 2분에 뚝딱 밥맛보다는 가격

    다양한 즉석밥의 등장으로 선택을 어려워하는 소비자가 늘었다.

    CJ와 오뚜기가 쌀을 가공하고 밥을 짓는 일에 집중한다면, 농심은 밥의 원료인 쌀에 주목한다. 농심 홍보실 관계자는 “밥맛은 결국 쌀이 결정한다. 쌀로 경쟁사와 차별화했다”고 말했다. 농심의 대표 상품은 국내에서 한정 재배되는 경기도산 고시히카리 쌀로 지은 ‘고시히카리 쌀밥’이다. 고시히카리 쌀은 찰기와 윤기가 좋고 특유의 쫄깃쫄깃한 식감으로 초밥집에서 많이 애용하는 쌀이다. ‘고향산천’ 쌀밥 시리즈도 인기를 모으고 있다. 강원도·경상도·전라도·충청도 지역의 대표 쌀을 이용해 만든 밥으로, 밥맛은 물론 고향에 대한 향수를 떠올리게 하는 스토리텔링까지 담았다. 고향산천 쌀밥의 포장 색깔이 경상도, 전라도에서 지지율이 높은 정당 색깔과 같아 “지역감정에 기댄 마케팅이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즉석밥계에서 막내인 동원F·B는 “밥 냄새가 나야 진짜 밥이다”는 광고 문구를 내놓으며 등장했다. 3000기압의 초고압 공법을 이용해 밥맛이 뛰어다는 것. 동원F·B 홍보실 관계자는 “3000기압으로 밥을 하면 쌀 안의 공기가 빠지고 딱딱한 전분 구조가 부드러워진다. 여기에 수분을 잡아 밥의 찰기를 높였다”고 설명했다. 식이섬유, 단백질, 칼슘 등 영양분이 풍부한 ‘발아현미밥’도 내놓았다. 김성용 식품브랜드팀장은 “건강을 중시하는 참살이 열풍을 고려할 때, 잡곡밥이 장기적으로는 시장 판도를 바꿀 것이다”고 강조했다.

    소비자 사실상 맛 우열 가리지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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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즉석밥 업체들은 ‘탱글탱글’‘쫄깃쫄깃’‘구수한’‘찰지고 윤기 나는’등의 표현을 쓰며 뛰어난 맛을 강조한다. 하지만 일반 소비자가 흰쌀밥의 맛을 정확히 구분하기란 어렵다. 또 고슬고슬한 밥, 차진 밥 등 선호하는 밥도 제각각이다. 소비자보호원은 2008년 11월 상품 비교 정보사이트 ‘T-gate’에 즉석밥을 비교한 게시물을 올렸다. 어떤 제품이 좋은지 고르기 어려워하는 소비자들의 궁금증을 해소하고자 일반 소비자를 패널로 모집, 직접 제품 비교에 나선 것이다.

    패널의 평가는 대체적으로 시장점유율 1위인 CJ 햇반에 호의적이다. 햇반은 “밥알이 희고 통통하다. 구수한 맛이 한국인의 입맛에 맞다”는 평이 주를 이뤘다. 햅쌀밥은 “찹쌀을 섞어 윤기와 찰기를 더해 매력 있다”는 평을, 오뚜기밥은 “밥알이 탱탱해 씹는 맛이 일품. 젊은 층이 좋아할 맛이다”는 평을, 쎈쿡은 “밥알이 부드럽고 차진 맛이 난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이는 주관적인 평가일 뿐이다. A패널이 가장 선호한다는 제품이 B패널에게는 혹평을 받았고, C패널이 개봉하기 가장 편하다고 추천한 제품이 D패널에게는 개봉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기도 했다.

    맛으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다 보니 결국 구매 때는 가격이 가장 중요한 요인이 된다. 각종 회사의 광고 문구가 무색해질 정도다. “즉석밥으로 자취생활을 연명한다”는 최지은(28) 씨는 “여러 회사의 즉석밥을 먹어보았지만 흰쌀밥류 즉석밥은 맛에 큰 차이가 없다. 결국 가격이다”고 말했다. 롯데마트 이태동 인스턴트식품 담당도 “가격이 중요해 증정행사를 하는 상품이 인기를 끈다”고 설명했다. 2010년 상반기 롯데마트의 즉석밥 판매 1위도 ‘3+2 행사’를 진행한 제품이 차지했다.

    가격이 중요한 만큼 즉석밥의 주된 유통경로인 대형 할인마트에서는 판촉행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즉석밥을 구매할 경우 자사 제품인 라면, 즉석 국수, 김 등을 추가로 제공한다. 하지만 소비자보호원 소비자정보팀 이기헌 팀장은 “증정품을 제공하면 당장은 좀 더 싸게 제품을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소비자들이 경쟁사와 가격 비교를 하기는 더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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