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람 원리주의’는 이교도 축출서 시작
98년에 나온 문건은 96년 문건의 축소판이다. 따라서 문건에 담긴 주장은 기본적으로 같다. 시오니즘(이스라엘)과 십자군(미국을 주축으로 한 서방국가)의 연합세력이 아랍세계를 침략해 회교성지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예루살렘을 점령하였다는 점을 지적하면서 이들 이교도들을 몰아내는 투쟁을 촉구하는 내용을 담았다.
96년 문건은 두 가지 부제를 달고 있다. 각각 ‘두 성지를 점점령한 미국인에 대한 전쟁(아라비아 반도에서 이교도들을 추방하라)’, 그리고 ‘전 세계, 특히 아라비아 반도의 이슬람 형제에게 보내는 오사마 빈 라덴의 메시지’라는 제목이다. 이 문건에서 빈 라덴은 1980년대 아프가니스탄 내전과 90년대 전반기 보스니아 내전에서 회교도들이 이슬람 공동체를 파괴하려는 이교도들에 맞서 용감히 싸웠다는 사실을 언급하면서 그 투쟁정신을 이어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빈 라덴 역시 79년부터 10년 동안 아프가니스탄 내전에서 투쟁한 경력이 있는 인물이다. 그가 아프간 내전에서 체득한 기본이념은 탈레반 정권의 그것처럼, 이교도들을 몰아내는 동시에 아랍권의 세속적이고 부패한 정부를 쓰러뜨려 회교원리주의에 바탕한 신성국가를 세운다는 것이다. 이 문건은 빈 라덴이 아프리카 수단에서 활동하다 미 CIA의 압력을 받은 수단 당국이 그를 추방하자, 아프가니스탄으로 옮겨온 바로 그해에 쓴 것이다.

이 문건에는 아프가니스탄에 본부를 둔 알 카이다(기지) 조직의 지도자 오사마 빈 라덴을 필두로 해 이집트 지하드 그룹의 지도자 아이만 알 자와히리, 이집트 이슬람 그룹의 아마드 타하 등 5명이 공동 서명했다. 빈 라덴은 맨 앞에 서명했다. 3억 달러의 재산가로 미국이 ‘테러 주범’으로 낙인찍어 온 아랍권 무장조직을 재정적으로 지원해 온 중심인물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성명서에서 빈 라덴을 비롯한 이슬람 무장조직 지도자들은 지하드(성전)를 위해 전 세계 미국인을 죽이는 것은 모든 회교도의 의무라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