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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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수준의 베토벤 협주곡 연주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

  • 황장원 음악칼럼니스트 tris727@naver.com

    입력2015-05-11 10: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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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마터면 그냥 지나칠 뻔했다. 5월 12일 경기 고양시 고양아람누리에서 진행되는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와 말러 체임버 오케스트라(MCO)의 ‘베토벤 여행(The Beethoven journey)’ 공연 말이다. 사실 다뤄야 할 공연이 많아 잊고 있었다. ‘안스네스와 MCO가 오는데 설마 지나칠까’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들의 지명도와 그들이 최근 완결한 ‘베토벤 협주곡 사이클’ 음반에 대한 호평을 과신했던 탓도 있다.

    일단 그들이 누구인지부터 알아보자. 먼저 레이프 오베 안스네스는 1970년 노르웨이에서 태어난 피아니스트다. 17세에 오슬로에서 데뷔한 이래 화려한 콩쿠르 입선 경력을 내세우는 대신 탄탄한 실력과 개성을 바탕으로 메이저 무대를 차례로 섭렵하면서 꾸준히 경력을 쌓아왔고, 지금은 국제무대에서 활동하는 정상급 중견 피아니스트로 꼽힌다.

    과거 EMI에서 녹음한 30여 장의 음반으로 그라모폰, BBC뮤직매거진, 디아파송(Diapason), 에호 클라시크(Echo Klassik) 등 유수 음악매체로부터 일관된 호평과 수많은 음반상을 받았으며, 런던 바비칸 센터(아티스트 프로파일 시리즈),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상주 피아니스트), 뉴욕 카네기홀(퍼스펙티브 시리즈) 등 최고 공연장 및 오케스트라들로부터 지속적인 러브콜을 받고 있다.

    비록 동년배인 예브게니 키신이나 아르카디 볼로도스처럼 뜨거운 화제를 몰고 다니지는 않지만, 언제 어디서나 성실한 자세로 완성도 높은 연주를 들려주기에 확고한 신뢰도를 구축하고 있는 피아니스트가 바로 안스네스다.

    다음으로 MCO는 지난해 타계한 거장 클라우디오 아바도의 세례를 받은 악단으로, 1997년 기존 ‘구스타프 말러 청소년 오케스트라’의 OB단원(졸업생)들을 주축으로 결성됐다. 이미 충분한 수련과 경험을 쌓은 단원들로 구성된 만큼 창단 초기부터 명망 높은 지휘자들과 호흡을 맞추며 국제무대에서 각광받아왔고 최근에는 영국 출신 대니얼 하딩을 ‘계관 지휘자’로 추대한 대신, 별도의 음악감독이나 수석지휘자를 두지 않은 채 폭넓고 자유로운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편 안스네스와 MCO는 2012년부터 ‘베토벤 여행’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는 4년에 걸쳐 전 세계 22개국 55개 도시에서 베토벤 피아노협주곡을 연주하는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소니(Sony Classical)에서 녹음한 3장의 음반과 곧 공개될 필 그라브스키 감독의 다큐멘터리도 포함돼 있으며, 이번 고양아람누리 공연도 그 일환이다. 최근 발매돼 대호평을 받은 음반에 담긴 연주로 미뤄 짐작해볼 때, 이번 공연에서는 그야말로 최고 수준의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연주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다만 베토벤 피아노협주곡 전 5곡 가운데 1번과 5번(황제)만 연주된다는 점이 아쉽다. 아무래도 관객 동원에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는 지역 공연장의 고충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론 그 정도 빅 이벤트라면 역발상을 통한 돌파를 시도해볼 여지도 충분하기에 더욱 아쉽다. 더욱이 고양아람누리는 음향이 좋기로 이름난 공연장과 국내에서 손꼽히는 우수한 공연기획팀을 보유하고 있음에도 그런 양질의 자원을 충분히 활용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최고 수준의 베토벤 협주곡 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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