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날 삼척동자도 아는 ‘유산소운동’이라는 말이 지금으로부터 불과 40여 년 전 한 젊은 미국인 의사가 만든 것임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는 지금도 활동하는 케네스 쿠퍼(Kenneth H. Cooper)다.
쿠퍼는 1931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태어났다. 치주과 전공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예방의학의 중요성에 눈뜬 그는 오클라호마의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1957년 26세에 군의관으로 군대에 들어가 미국 육군을 거처 주로 공군에서 근무했다.
공군에서 항공군의관으로 텍사스 샌안토니오 항공우주의학연구소 책임자가 된 그는 한때 우주비행사를 꿈꾸기도 했다. 그는 이때 미국 국립항공우주국(NASA)과 협력연구를 통해 우주비행사가 무중력 상태인 좁은 우주선 공간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궁극적인 관심은 항공우주의학이라는 한정된 분야를 떠나, 일반 대중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운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관심과 꾸준한 연구 덕분에 오늘날 누구나 알고 있는 유산소운동이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다.
‘12분 달리기 테스트’
이 같은 결실에는 공군과 NASA의 공동연구가 많은 기여를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쿠퍼 개인의 경험도 큰 동기로 작용했다. 29세가 되는 해 어느 날 수상스키를 타던 그는 심한 가슴 통증을 느끼고 심장마비가 오는 것 아닌가 덜컥 겁을 내며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검사 결과 별다른 병이 있는 것은 아니고 ‘운동 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쿠퍼는 당시 의사로부터 20kg 가까이 증가한 체중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채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곧 바로 달리기를 시작하며 체중 조절에 나섰다. 꾸준한 근성 덕분인지 그는 불과 1년 후 체중 조절에 성공하고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첫 완주하는 경험도 맛봤다.
그렇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공군과 NASA의 도움을 받아 유산소운동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던 쿠퍼는 1968년 마침내 유명한 저서 ‘유산소운동(Aerobics)’을 출간한다. 원래 에어로빅이란 말은 조직 또는 유기물이 생명을 유지하려고 공기, 즉 산소를 필요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는 여기에다 ‘s’를 덧붙여 에어로빅스, 즉 유산소운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쿠퍼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미국 전역을 유산소운동 열풍에 빠져들게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유산소운동이 몸에 이롭다는 전제 하에, 건강한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유산소운동이 필요하며 서로 다른 종류의 유산소운동 사이에서 그 효과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쿠퍼가 내세운 주장과 이론이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실행 과정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그의 대표적인 업적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지금도 여전히 많은 기관에서 시행하는 ‘12분 달리기 테스트(12min run fitness test)’라는 것이 있다(표 참조). 쿠퍼는 피검사자가 12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한 뒤, 성별과 연령별로 구분한 평가수치를 통해 피검사자의 심폐지구력, 즉 건강상태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40대 남자의 경우 표에서와 같이 12분 동안 2.5km 이상 달리면 매우 건강한 상태고, 1.4km 미만으로 달리면 매우 허약한 상태로 분류된다. 쿠퍼는 이 기준이 심폐지구력을 측정하는 과학적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VO2max)과 0.90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상관관계 1.0이면 완전한 일치).
12분 달리기 테스트는 거리 측정이 가능한 운동장이나 일반 도로에서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러닝머신 위에서도 가능하다. 뜀판을 한 단계 정도 올려 도로 상태와 비슷하게 만들고 달리면 건강상태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12분 달리기 테스트에서 일일이 거리를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려고 고안한 ‘2.4km 테스트(2.4km run test)’라는 것도 있다. 이 검사는 2.4km라는 정해진 거리를 최대한 빨리 뛰는 시간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12분 테스트와 비슷한 기준표로 피검사자의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유산소운동의 선풍적인 붐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쿠퍼는 1970년 대령을 마지막으로 13년간의 군생활을 청산했다. 그는 제대 후 텍사스 댈러스에 쿠퍼에어로빅스센터와 비영리 연구·교육기관인 쿠퍼연구소를 설립하며 유산소운동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개인적 유명세를 바탕으로 관련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사업적 성공에 힘입어 쿠퍼에어로빅스센터는 이후 텍사스 매키니에 제2센터를 개설했다.
그는 제대 후 50여 개 국가를 방문해 유산소운동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1970년 브라질에서 당시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유산소운동 훈련과 관련한 여러 조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펠레가 주축이 된 당시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지금까지도 월드컵 역사상 최강팀으로 손꼽힌다. 월드컵 3회 우승을 달성하며 줄리메컵을 브라질 품에 영원히 안긴 팀이다. 이런 인연으로 브라질에서는 지금도 조깅(Jogging)을 쿠퍼링(Coopering)이라고 부른다. 헝가리 역시 쿠퍼 이론에 큰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도 국가 공인 체력테스트를 쿠퍼테스트라고 부른다.
심장 건강과 수면 연장
하지만 쿠퍼의 유산소운동 이론이 순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유산소운동이 건강에 좋으며 심장 건강과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그의 이론이 1970년대 미국 사회에 대대적인 달리기 붐을 일으켰음에도 많은 의사가 여전히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던 1984년 당시 달리기 붐을 일으켰던 또 한 명의 주역 짐 픽스(Jim Fixx·1932~84)가 매일 조깅을 하던 버몬트 주 하드윅 산길에서 조깅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77년 명저 ‘달리기 전서(The Complete Book of Running)’를 출간하며 달리기 전도사로 활약한 그가 52세 나이에 조깅 도중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달리기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단번에 부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 후 우여곡절을 거치며 유산소운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회복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유산소운동 창시자 쿠퍼는 지금 여든이 넘은 나이로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이며, 쿠퍼에어로빅스센터는 역시 의사 출신인 그의 아들이 경영한다.
쿠퍼는 1931년 미국 오클라호마 주 오클라호마시티에서 태어났다. 치주과 전공 치과의사인 아버지의 영향으로 일찌감치 예방의학의 중요성에 눈뜬 그는 오클라호마의대를 졸업하고 하버드대에서 공중보건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어 1957년 26세에 군의관으로 군대에 들어가 미국 육군을 거처 주로 공군에서 근무했다.
공군에서 항공군의관으로 텍사스 샌안토니오 항공우주의학연구소 책임자가 된 그는 한때 우주비행사를 꿈꾸기도 했다. 그는 이때 미국 국립항공우주국(NASA)과 협력연구를 통해 우주비행사가 무중력 상태인 좁은 우주선 공간에서 어떻게 효율적으로 건강을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연구를 주도했다.
하지만 당시 그의 궁극적인 관심은 항공우주의학이라는 한정된 분야를 떠나, 일반 대중이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어느 정도 운동이 필요한지에 대한 객관적 기준을 제시하는 데 있었다. 그리고 이런 관심과 꾸준한 연구 덕분에 오늘날 누구나 알고 있는 유산소운동이라는 개념을 만들게 된다.
‘12분 달리기 테스트’
이 같은 결실에는 공군과 NASA의 공동연구가 많은 기여를 한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쿠퍼 개인의 경험도 큰 동기로 작용했다. 29세가 되는 해 어느 날 수상스키를 타던 그는 심한 가슴 통증을 느끼고 심장마비가 오는 것 아닌가 덜컥 겁을 내며 병원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검사 결과 별다른 병이 있는 것은 아니고 ‘운동 부족’이라는 진단이 나왔다. 쿠퍼는 당시 의사로부터 20kg 가까이 증가한 체중과 스트레스 등이 원인인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채 서른도 안 된 젊은 나이에 이런 이야기를 들었으니 충격에 빠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곧 바로 달리기를 시작하며 체중 조절에 나섰다. 꾸준한 근성 덕분인지 그는 불과 1년 후 체중 조절에 성공하고 보스턴 마라톤대회를 첫 완주하는 경험도 맛봤다.
그렇게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공군과 NASA의 도움을 받아 유산소운동 관련 연구를 꾸준히 진행하던 쿠퍼는 1968년 마침내 유명한 저서 ‘유산소운동(Aerobics)’을 출간한다. 원래 에어로빅이란 말은 조직 또는 유기물이 생명을 유지하려고 공기, 즉 산소를 필요로 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그는 여기에다 ‘s’를 덧붙여 에어로빅스, 즉 유산소운동이라는 신조어를 탄생시켰다.
쿠퍼 책은 순식간에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미국 전역을 유산소운동 열풍에 빠져들게 했다. 그는 이 책에서 유산소운동이 몸에 이롭다는 전제 하에, 건강한 삶을 위해 어느 정도의 유산소운동이 필요하며 서로 다른 종류의 유산소운동 사이에서 그 효과를 어떻게 비교할 수 있을지에 대한 객관적 증거를 제시했다.
당시 쿠퍼가 내세운 주장과 이론이 대중적으로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일반인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그 실행 과정을 간단명료하게 설명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지금까지 그의 대표적인 업적 가운데 하나로 손꼽히며 지금도 여전히 많은 기관에서 시행하는 ‘12분 달리기 테스트(12min run fitness test)’라는 것이 있다(표 참조). 쿠퍼는 피검사자가 12분이라는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한 달릴 수 있는 거리를 측정한 뒤, 성별과 연령별로 구분한 평가수치를 통해 피검사자의 심폐지구력, 즉 건강상태를 손쉽게 측정할 수 있는 기준점을 제시했다. 40대 남자의 경우 표에서와 같이 12분 동안 2.5km 이상 달리면 매우 건강한 상태고, 1.4km 미만으로 달리면 매우 허약한 상태로 분류된다. 쿠퍼는 이 기준이 심폐지구력을 측정하는 과학적 지표인 최대산소섭취량(VO2max)과 0.90의 높은 상관관계를 보인다는 데이터를 제시했다(상관관계 1.0이면 완전한 일치).
12분 달리기 테스트는 거리 측정이 가능한 운동장이나 일반 도로에서 하는 것이 이상적이지만 러닝머신 위에서도 가능하다. 뜀판을 한 단계 정도 올려 도로 상태와 비슷하게 만들고 달리면 건강상태를 쉽게 측정할 수 있다. 12분 달리기 테스트에서 일일이 거리를 측정해야 하는 번거로움을 덜려고 고안한 ‘2.4km 테스트(2.4km run test)’라는 것도 있다. 이 검사는 2.4km라는 정해진 거리를 최대한 빨리 뛰는 시간을 측정하고, 이를 통해 12분 테스트와 비슷한 기준표로 피검사자의 건강상태를 측정하는 방법이다.
유산소운동의 선풍적인 붐을 일으키는 데 성공한 쿠퍼는 1970년 대령을 마지막으로 13년간의 군생활을 청산했다. 그는 제대 후 텍사스 댈러스에 쿠퍼에어로빅스센터와 비영리 연구·교육기관인 쿠퍼연구소를 설립하며 유산소운동 관련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는 개인적 유명세를 바탕으로 관련 사업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사업적 성공에 힘입어 쿠퍼에어로빅스센터는 이후 텍사스 매키니에 제2센터를 개설했다.
그는 제대 후 50여 개 국가를 방문해 유산소운동 관련 강의를 하는 등 왕성하게 활동했다. 특히 1970년 브라질에서 당시 월드컵 축구대표팀에 유산소운동 훈련과 관련한 여러 조언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펠레가 주축이 된 당시 브라질 축구대표팀은 지금까지도 월드컵 역사상 최강팀으로 손꼽힌다. 월드컵 3회 우승을 달성하며 줄리메컵을 브라질 품에 영원히 안긴 팀이다. 이런 인연으로 브라질에서는 지금도 조깅(Jogging)을 쿠퍼링(Coopering)이라고 부른다. 헝가리 역시 쿠퍼 이론에 큰 영향을 받아 지금까지도 국가 공인 체력테스트를 쿠퍼테스트라고 부른다.
심장 건강과 수면 연장
하지만 쿠퍼의 유산소운동 이론이 순탄대로만 걸었던 것은 아니다. 유산소운동이 건강에 좋으며 심장 건강과 수명을 연장해준다는 그의 이론이 1970년대 미국 사회에 대대적인 달리기 붐을 일으켰음에도 많은 의사가 여전히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을 버리지 못했다.
그러던 1984년 당시 달리기 붐을 일으켰던 또 한 명의 주역 짐 픽스(Jim Fixx·1932~84)가 매일 조깅을 하던 버몬트 주 하드윅 산길에서 조깅하다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1977년 명저 ‘달리기 전서(The Complete Book of Running)’를 출간하며 달리기 전도사로 활약한 그가 52세 나이에 조깅 도중 사망했다는 충격적인 소식은 달리기에 대한 일반 대중의 인식을 단번에 부정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그 후 우여곡절을 거치며 유산소운동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회복되면서 오늘날의 모습을 갖췄다. 유산소운동 창시자 쿠퍼는 지금 여든이 넘은 나이로 일선에서는 물러난 상태이며, 쿠퍼에어로빅스센터는 역시 의사 출신인 그의 아들이 경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