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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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미여, 우리 개미여

  • 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

    입력2011-08-12 17:5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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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주말(8월 6일) 노트북을 들여다보며 펀드를 팔까 말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외부에서 들려오는 소식이 심상치 않은 탓이었습니다. 사실 무의미한 행동이었죠. 이미 장은 마감된 상태라 월요일이나 돼야 거래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저랑 비슷한 생각을 했던 사람이 많았나 봅니다. 8월 8일 장 개장과 동시에 주식은 가파르게 떨어졌습니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 유럽, 중동, 여타 아시아 시장 전체가 휘청거렸습니다. 말 그대로 ‘블랙 먼데이’였습니다.

    속절없이 고꾸라지는 주가를 바라보며 7개월 전 썼던 기사를 찾아봤습니다. 2010년 12월 14일 코스피 지수가 3년 만에 2000선을 재탈환하면서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던 때였습니다. 당시 기획회의를 하면서 기사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를 두고 치열한 논의가 벌어졌습니다. “지금 2000을 넘었지만 언제 다시 떨어질지 모른다”며 신중론을 펴는 쪽과 “상승 추세가 상당 기간 이어질 것이므로 개미투자자가 돈을 잃지 않는 투자방법을 다룰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습니다. 결국 커버스토리 주제는 ‘다시 찾아온 코스피 2000시대 개미의 투자방법’으로 정해졌습니다.

    당시 기사에선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간접투자의 방법으로, 거치식이 아닌 매달 일정 금액을 넣는 적립식으로 장기투자를 하라고 권유했습니다. 이렇게 하면 주가가 낮을 때는 많이 사들이고, 높을 때는 적게 사들이는 방식으로 평균 매입단가를 낮춰 장기적으로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얘기였습니다. 사실 정확한 주가 예측은 신의 영역입니다. 오죽하면 일부 증권사가 “우리는 주가 예측을 안 한다”며 일찌감치 발을 뺐겠습니까. 중요한 것은 어떻게 투자하느냐입니다. 평범한 진리지만 개미투자자는 손실혐오, 도박사의 오류, 갖가지 편향 등 ‘심리적 함정’에 사로잡혀 실천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번 하락장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공포에 휩싸인 개미투자자들이 매도에 나서면서 주가 하락폭이 더욱 컸습니다.

    개미여, 우리 개미여
    공포에 떠는 개미투자자의 ‘묻지마 매도’를 비난할 수는 없습니다. 과거 투자 손실에 대한 트라우마가 새겨진 그들에게는 조금이라도 손실을 줄이려는 행동이 오히려 합리적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1년 뒤 ‘역시 외국인 대박, 개미 쪽박’이란 기사를 또다시 보게 될지 모릅니다. 충동적인 행동에 앞서 상황을 냉정하게 직시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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