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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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보면 ‘뷰티풀 수학’

  • 이설 기자 snow@donga.com

    입력2011-04-15 1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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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비수열, 탄젠트, 닮은꼴 삼각형…. 학부모를 상대로 ‘수학? 그리고 배움!’을 강의한 서울대 수학교육과 최영기 교수는 분위기가 지루해질까봐 수학용어 언급을 최대한 아끼더군요. 그러나 웬걸요. 넌더리 나던 수학공식도 10년 만에 들으니 반가웠습니다. 교실을 둘러보니 학부모들도 몸을 바짝 앞으로 당긴 채 눈을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수업을 들으면서 억울함과 안타까움이 교차했습니다. 진즉 수학이 주는 감동을 알았더라면 12년 학교생활이 얼마나 즐거웠을까 싶은 생각에서요(물론 일시적인 단상일지 모릅니다). ‘산수’ 하면 눈높이수학과 재능수학, 그리고 구구단 검사를 받던 기억부터 떠오릅니다. 어디에도 감동은 없었습니다. 그저 기계적으로 우걱우걱 외우고, 칭찬받으면 으쓱했을 뿐이죠.

    최 교수는 수업 내내 “수학에는 감동이 있다”고 호소했습니다. 이를 간과하는 교과과정에 대한 안타까움이 눈빛에서 진하게 묻어나, 나지막한 목소리지만 울림 깊은 ‘호소’로 다가오더군요. 그는 감동의 정체를 설명하기 위해 그리스시대로 비행했습니다. 우주는 수학 언어로 쓰였으며, 그것을 하나하나 연구하는 수학은 단지 숫자놀음이 아닌 철학이라는 설명에 고개를 깊이 끄덕였습니다.

    알고 보면 ‘뷰티풀 수학’
    그러고는 마음먹었습니다. 앞으로 아이가 생기면 꼭, 숫자보다 원리를 먼저 가르치겠다고요. ‘무(無)’를 숫자로 표현한 ‘0’, 도형과 직각 개념의 바탕이 된 피타고라스 정리를 들려주겠다고요. 피라미드부터 컴퓨터까지 지금의 복잡다단한 세계는 모두 수학에 큰 빚을 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겠다고요. 학부형 여러분, 올림피아드 문제집을 건네기 전에 영화 ‘뷰티풀 마인드’나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보면서 자녀들과 수학의 아름다움에 눈떠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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