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7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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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死 막는 처방전

  • 박훈상 기자 tigermask@donga.com

    입력2011-03-21 09: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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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음력설 연휴에 인사드린 뒤 처음으로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께 안부 전화를 드렸습니다. “할머니, 손자입니다” 한마디를 건네자 “아이코 손자야. 어쩐 일이고” 하며 반가운 목소리가 전해왔습니다. 할아버지, 할머니는 “밥은 잘 먹고 다니느냐” “회사 일은 힘들지 않느냐”고 묻고 저는 “괜찮다” “잘 지낸다”며 짧게 대답하는 게 통화의 전부였지만, 두 분의 목소리는 들떠 있었습니다. 기분이 좋으신지 할아버지 댁을 찾아온 먼 친척 어른까지 바꿔주셨습니다. 통화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딱 2분 19초입니다.

    안부 전화를 결심(?)한 이유는 부패한 시체의 흔적을 지워주는 특수청소부 김석훈 씨를 만났기 때문입니다. 김씨는 “이런 게 기사가 되겠느냐”며 인터뷰 내내 말을 아꼈습니다. 하지만 그에게서 들은 고독사(孤獨死) 사례는 안타까웠습니다. 홀몸노인이 세상사를 체념한 듯, 초월한 듯 보일지 몰라도 실상은 누구보다 애절하게 사람을 그리워하며 살아갑니다. 찾아오고 들어주는 이 하나 없으니 종이와 펜만 있으면 “아들아, 딸아”로 시작하는 글을 적어 둡니다.

    고독사의 실상은 참혹합니다. 망자의 시신은 빠르게 썩어갑니다. 창문을 열어놓는 여름에는 파리가 시신에 알을 까 구더기가 득실거리고, 문을 닫고 보일러를 틀어놓는 겨울에는 부패하는 속도가 빨라 3~4일이면 시신이 끔찍하게 변합니다. 한 노인은 숨진 뒤 자신이 키우던 개에게 팔 한쪽을 뜯어먹히기도 했습니다. 망자는 구더기가 살을 파먹는 고통을 느낄 수 없겠지만, 이건 망자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입니다. 망자에게 번듯한 장례식을 못 치러 주더라도 최소한의 명예는 지켜야 하지 않을까요?

    고독死 막는 처방전
    홀몸노인이 100만 명을 넘었습니다. 이에 보건복지부도 늘어나는 고독사를 막기 위한 대책을 강구 중입니다. 일본에는 ‘고독사 방지서비스’ 상품까지 등장했다고 합니다. 서비스 시스템이 홀몸노인이 사는 집의 전기사용량, 온도 변화 등을 분석해 지정된 외부인에게 이상 유무를 e메일로 알려준다고 합니다. 한국의 IT 기술이라면 충분히 도입 가능한 상품이지만, 그래도 사람의 목소리, 발길이 더 좋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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