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루이지 부폰
9월 18일 파주의 한 초등학교에서 축구부 코치가 훈련 중 패스 문제로 말다툼을 하다 몸싸움까지 벌인 5학년생 2명을 나무안마기로 때렸다. 체벌을 당한 한 학생이 구토와 두통 증세를 보이다가 다음 날 아침 사망한 채 어머니에게 발견됐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부검을 의뢰해 사인이 ‘급성경막상 측두부 두개골 출혈’이라는 소견을 받고 코치를 입건했다. 사실상 체벌이 아니라 타살이었다. 홀어머니와 살며 연천에서 파주로 통학하면서도 박지성 선수처럼 해외 무대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누빌 꿈을 꾸었을 축구 꿈나무를 생각하면 너무 안타깝다.
이 사건은 코치 한 명만의 문제가 아니다. 개그 프로그램에도 등장하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 ‘승리=미래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사회 전반에 팽배한 우리 모두의 문제다.
유럽에서는 축구선수라도 학생들은 정규수업을 마치고 방과 후에만 훈련을 한다. 어린 선수라면 훈련 중 말다툼을 할 수도 있다. 서로 충돌하면서 의견을 나누고 토론과 수긍이 오가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의 생각이 어떻게 다른지 비교·분석하는, 이른바 과학적 토털 사커의 발판을 만들 수 있다.
2000년대 최고의 골키퍼라면 유벤투스의 잔루이지 부폰(32)을 떠올릴 것이다. 그가 주목받은 것은 1997년 당시 최고의 축구천재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던 호나우두(브라질·34·SC코린티안스)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면서였다. 그때 19세의 부폰은 기자들이 호나우두 앞에 선 심정을 묻자 이렇게 대답했다.
“미드필더로 축구를 시작한 어린 시절 수없이 골에 대해 생각하고 동료들과 의견을 나누었기 때문에, 그도 어렸을 적 나일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호나우두가 아니고.”
축구는 단체운동이긴 하나 어린 선수에겐 집단적인 사고방식과 규율을 배우고, 훈련보다 자신의 몸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능력과 볼 컨트롤을 익히고 체력을 보강하는 것이 우선이다. 이는 필자의 생각이 아니라 유럽의 수많은 학원, 학교, 유소년 프로팀에서 이뤄지는 교육방식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 기술훈련이나 단체훈련에 돌입할 수 있고, 비로소 빛을 발휘할 수 있다. ‘보스만 판결’ 이후 ‘죽 쒀서 남 준다’는 냉소적 사고에 빠져 유럽의 많은 명문클럽이 자국의 어린 선수들을 열성적으로 훈련시키지 않는다는 비판도 있지만, 여전히 많은 클럽아카데미나 지역 클럽에서는 이 방식으로 교육을 한다.
‘소나타!’ 어떤 사람은 자동차부터 떠올리겠지만 이탈리아어 ‘수오나레’(suonare·소리를 내다)에서 유래한 말로, 음악에서 가장 성공한 형식을 가리킨다. 이런 완벽한 형식 위에 독창적이고 위대한 멜로디와 자유로운 리듬이 놓여야 ‘비창’ ‘월광’ 같은 곡이 탄생한다. 그렇다면 11명의 포지션이라는 완벽한 형식에 자유로운 멜로디와 창의적 리듬이 더해지면 어떨까? 억지로 이기는 불협화음보다 감동적인 하모니가 끝까지 살아남는다. 이제 축구는 예술적이어야 한다. 그러려면 어려서부터 예술작품을 만드는 훈련을 시켜야 한다. 어린 꿈나무를 위해 기도하는 마음으로.
* 황승경 단장은 이탈리아 노베 방송국에서 축구 전문 리포터로 활약한 축구 마니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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