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와 추도(맨 왼쪽 섬) 사이에 길이 750m의 바닷길이 열린 광경.
사도와 추도 사이의 바닷길은 1년에 여러 차례 열린다. 그중 가장 많이 열리는 때는 음력 2~4월 그믐과 보름 전후다. 올해 5월에는 4~8일의 오후 1~5시에 열리는데, 정확한 시간은 국립해양조사원의 홈페이지(www.nori.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조석간만의 차이가 큰 사리 때 폭 15m, 총길이 3km의 바닷길이 열리면 사도를 비롯한 7개 섬이 ‘ㄷ’자형으로 연결되는 진풍경이 연출된다. 특히 사도와 추도 사이에 약 750m 길이의 바닷길이 열리는 광경은 마치 ‘모세의 기적’이 눈앞에 펼쳐진 듯한 감동을 안겨준다. 물 밖으로 드러난 갯벌에는 파래 미역 톳 해삼 멍게 낙지 등의 해산물이 곳곳에 널려 있다. 일부 관광객들은 바닷물이 다시 밀려드는 줄도 모르고 해산물 채취에 열중하다 온몸이 흠뻑 물에 젖기도 한다.
사도 주변의 여러 섬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공룡발자국 화석 산지이기도 하다. 이 일대에는 중생대 백악기(1억4400만~6500만년 전)의 퇴적암이 광범위하게 분포돼 있는데, 시루떡처럼 켜켜이 층을 이룬 퇴적암 속에서 총 3546개의 공룡발자국 화석이 확인됐다. 발자국 화석의 종류도 조각류(두 발로 걷는 공룡), 용각류(거대한 몸집의 초식공룡), 수각류(육식공룡) 등 매우 다양하다. 그리고 추도에서는 총길이가 84m에 이르는 보행렬이 발견되기도 했다. 사도마을의 뒤편에는 변산반도의 채석강과 흡사한 ‘천년층’ 해안이 있는데, 이곳 갯바위에서도 거대한 공룡 한 마리가 방금 남긴 것처럼 또렷한 보행렬을 찾아볼 수 있다.
이 지역에서는 이 밖에 나무가 화석으로 변한 규화목(硅化木)과 식물화석, 물결 무늬가 화석화된 연흔(漣痕), 땅바닥이 말라서 갈라졌던 흔적인 건열(乾裂) 등도 다량 발견됐다. 이처럼 학술적인 가치가 높은 사도 일대의 ‘공룡발자국 화석지 및 퇴적층’은 2003년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되기도 했다. 근래에는 유네스코의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하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증도의 얼굴바위. 마치 큰 바위 얼굴처럼 위엄 있는 모습이다.
사도 주변의 여러 섬들은 규모가 매우 작은데도 저마다 독특한 색깔을 보여준다. 예컨대 추도는 한적한 퇴적암층 갯바위에 선명한 공룡발자국 화석들이 지천으로 깔려 있고, 사도는 아담한 모래해변과 소박한 돌담길이 인상적이다. 사도의 서쪽 해안은 깎아지른 절벽과 넓은 갯바위지대가 드리워져 있어 독특하면서도 이국적인 풍경을 보여준다. 절벽 위쪽으로는 바다 전망이 시원스런 산책로가 개설돼 있어 외딴섬의 낭만과 멋을 호젓하게 음미할 수 있다. 그리고 작은 콘크리트 다리를 통해 사도와 연결된 중도의 갯바위 낚시터에는 커다란 공룡발자국 화석이 군데군데 웅덩이처럼 패어 있다.
사도 주변의 무인도 중에서 볼거리가 가장 풍부한 섬은 증도다. 썰물 때만 물 밖으로 드러나는 모래톱을 통해 증도로 들어서면 이순신 장군이 보고 거북선을 구상했다는 거북바위, 산더미 같은 크기의 장군바위, 사람의 옆얼굴을 닮은 얼굴바위, 맑은 물이 솟아나는 젖샘바위, 거대한 야외음악당 같은 동굴바위(높이 20m), 200여 명이 앉을 만한 멍석바위, 제주 용두암의 꼬리라는 용미암 등의 기암들이 잇따라 나타난다.
지난해 11월 문화재관리청은 사도마을과 추도마을의 850m가량 되는 돌담을 등록문화재 제367호로 지정했다. 이 두 섬마을의 돌담은 돌로만 쌓은 ‘강담’ 구조를 갖췄다. 돌담에 올려진 돌의 크기와 형태는 일정치 않고, 평평한 것부터 둥근 것까지 다양하다. 대체로 적게는 10cm에서 크게는 30~50cm 길이의 돌들이 사용됐다. 큰 돌, 작은 돌이 서로 맞물린 형태의 이 돌담은 두께가 50cm 내외다. 특히 추도마을의 돌담은 구들돌처럼 납작납작한 퇴적암으로 치밀하게 쌓여 있어 보기에도 좋고 구조적으로도 튼실해 보인다.
사도와 주변의 부속섬들은 걸어다니기에 딱 좋다. 사실 찻길이 없어서 자동차가 필요 없고, 오토바이와 자전거조차도 드물다. 대신 아름답고 운치 좋은 산책로가 섬 구석구석까지 연결돼 있어 찬찬히 걸으면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게다가 어디에 있어도 몇십 걸음만 걸어가면 금세 호수처럼 잔잔한 바다가 시야에 가득 찬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사도에 가면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발걸음이 느릿해진다. 사도에 머무는 동안은 아무것도 하지 않을 자유, 무엇이든 할 수 있는 자유를 만끽할 수 있다. 외딴섬 특유의 여유와 한가로움이 가득한 사도는 ‘신비의 바닷길’이 열리지 않은 때도 한 번쯤 꼭 찾아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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