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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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에 불어오는 ‘IT 바람’

  • 문승진/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5-02-03 18: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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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에 불어오는 ‘IT 바람’

    시속 10km 속도로 골퍼를 따라다니며 골프채를 옮겨주는 `미국 포와캐디사의 ‘로보캐디’.

    “홀까지 얼마나 남았나요?” “한 150야드 남았습니다.”

    주말에 골프장에서 골퍼들이 캐디와 자주 주고받는 이야기다. 지금까지 캐디들은 주말 골퍼들이 거리를 물을 때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어림짐작해 대답했다. 그래서 골퍼가 좀더 정확한 대답을 요구하면 ‘아마추어 주제에…’라는 듯한 표정을 짓는 캐디들도 종종 있다. 물론 아마추어 골퍼들이 프로 골퍼들처럼 거리에 따른 정확한 샷을 구사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실력이야 어떻든 아마추어 역시 정교한 샷을 꿈꾸게 마련이다.

    “홀까지 남은 거리는?” “137야드에 그린 기울기는 오른쪽에서 왼쪽, 바람은 뒷바람으로 초속 4m.”

    골퍼라면 누구나 한번쯤 이런 대화를 상상해보는데 곧 이것이 실현될 전망이다. 골프에도 첨단 정보기술(IT) 시대가 열리고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골프용품 업계는 하루가 멀다 하고 신제품을 출시해왔다. 하지만 신제품과 기존 제품의 차이는 소재의 변화가 대부분. 그런데 최근 들어 골프용품에 물리학과 재료공학, 역학은 물론이고 항공우주공학과 21세기 ‘젊은 기술’로 불리는 나노테크놀로지(10억분의 1 수준의 정밀도를 요구하는 극미세가공 과학기술) 등 첨단기술이 동원되면서 ‘골프는 과학’이라는 말이 전혀 어색하지 않은 시대가 됐다. 실제로 GPS(Global Positioning System) 기술을 이용한 ‘GPS 캐디’ 가 등장했다. 데카 시스템앤컨설팅이 개발한 ‘골프 버디’ 제품은 GPS를 이용해 1야드 단위까지 정확한 거리 정보를 알려준다.

    심지어 ‘캐디 로봇’도 나왔다. 포와캐디 USA (PowaKaddy USA)는 무선통신 기술을 활용한 리모컨 운영 방식의 캐리어 로봇 ‘로보캐디(RoboKaddy)’를 판매하고 있다. 값은 1400달러 수준. 손바닥만한 컨트롤 패드를 이용해 원하는 방향으로 원격 이동시킬 수 있다. 미국 새너제이CC에서는 2003년부터 인간 캐디가 사라졌다. ‘인텔캐디’라는 로봇이 라운드 동반자다. 마이크로프로세서가 내장된 로봇 캐디는 GPS와 교신해 스크린에 거리 정보를 제공하면서 골프백도 운반해준다. 나노기술은 앞으로 골프용품 업계의 최대 화두가 될 전망이다. 뉴욕에 위치한 나노다이내믹스(Nano Dynamics)는 최근 나노기술을 적용해 비행경로를 스스로 수정하고, 슬라이스나 훅을 방지하는 첨단 골프공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골프공은 분자 수준의 물질을 이용해 코어에 발생하는 파워가 공의 회전으로 전달되는 것을 막는 것이 특징. 공의 회전이 적어 훅이나 슬라이스가 크게 줄어드는 ‘신개념 공’이라는 설명이다. 미국골프협회(USGA) 공인을 기다리고 있으며, 값은 한 개에 7~8달러로 책정될 예정이다.



    국내 업체들도 커버 내의 미세한 공간에 나노 물질을 채워 탄성을 높이는 방법이나 나노 코팅을 통해 표면의 작은 흠집을 모두 없애는 방법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영캉가루의 ‘딤플잇(Dimplit)’은 통상 400~ 500개가 이상적인 것으로 알려진 골프공의 딤플(표면에 보조개처럼 들어간 부분) 수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며 무려 1070개의 딤플을 넣은 제품을 출시했다.

    로스트 볼을 방지할 수 있는 골프공도 나왔다. ㈜팬텀이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수출하는 ‘레이더 볼’은 제품 내부에 무선 주파수 칩을 삽입, 휴대전화 크기의 ‘핸즈 헬드’라는 기구에 수초 내에 공 위치가 표시된다. 이 칩은 공의 성능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어떤 공이라도 적용된다고 한다.

    클럽에서는 윌슨이 헤드 뚜껑 부분을 나노 복합물질로 만든 드라이버를 선보였다. 헤드 무게를 가볍게 할 수 있어 무게중심이 기존 복합소재 제품보다 더 낮아졌다. 샤프트 전문회사인 애큐플렉스는 2004년 8월 탄성이 뛰어난 나노 샤프트를 내놓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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