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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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기 정기검진 값이 ‘내 반려동물의 건강 기준’

[황윤태의 동물병원 밖 수다] 치료 시기 놓치기 전 1~2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 필요

  • 황윤태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입력2026-05-27 07: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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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조기 발견하려면 1년에 최소 두 번씩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GETTYIMAGES

    반려동물의 삶의 질을 유지하고 만성질환을 조기 발견하려면 1년에 최소 두 번씩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GETTYIMAGES

    과거와 달리 최근에는 보호자가 먼저 반려동물의 건강검진을 요청하는 사례가 늘었다. 반려동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조기 진단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생긴 변화다. 그런데 막상 검진하려고 마음을 먹어도 언제, 어디서, 어떤 항목을 검사해야 할지 막막하다. 검진 시작 나이와 주기는 물론, 병원마다 다른 검진 프로그램은 선택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사람처럼 국가 지정 항목이 없을뿐더러, 펫숍이나 유기동물보호소에서 입양되는 경우가 대다수라 질병 예측에 중요한 가족력도 알 수 없다. 

    이러한 어려움을 겪는 보호자들을 위해 공신력 있는 단체 중 하나인 미국동물병원협회(AAHA)가 제공하는 생애 주기별 가이드라인에 따라 연령대별로 필요한 최소 검진 항목과 주기를 소개한다. 아래 검진 주기와 항목은 건강한 반려동물에게 추천되는 최소 기준이다. 특정 질환에 취약한 품종이거나 기존에 진단받은 질환이 있다면 그에 맞춰 검사 항목과 빈도를 조절해야 한다.

    1년에 한 번씩 사상충 검사 권장

    우선 반려동물 생애는 크게 네 단계로 나뉜다(표 참조). 성장기, 청년기, 장년기, 노년기다.

    성장기에는 신체적·사회적으로 가장 급격한 변화가 일어난다. 이 시기 검진 목적은 선천적인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고, 면역 체계가 안정화될 때까지 전염병으로부터 보호하며, 기생충 감염을 예방하는 데 있다. 입양 후 첫 병원 방문 시 청진을 통해 선천적 심장 기형 유무, 구개열 유무와 발가락 개수, 골격계 및 치아 발달 이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어린 강아지나 고양이는 기생충 감염률이 높아서 분변 검사로 감염 여부를 확인하거나 예방적으로 구충제를 투여하는 것이 좋다. 이후 기초 예방접종이 끝날 때까지 2~4주 간격으로 병원을 방문하기를 권한다. 특히 유치가 제때 빠지지 않고 남아 있으면 부정교합이 생길 수 있기에 6~7개월이 지나도 아직 있다면 수술로 제거해야 한다.

    청년기는 가장 에너지 넘치고 건강한 시기다. 이때는 내 반려동물만의 기준점을 마련하고, 중성화 수술 이후 흔히 겪는 비만을 예방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꾸준히 체중 변화를 체크하면서 관절이나 근육량을 병원에서 확인하는 게 좋다. 매달 빠짐없이 심장 사상충 예방접종을 해도 1년에 한 번은 사상충 검사를 권한다. 무엇보다 전혈구검사(CBC), 화학검사(간, 신장 수치 등), 요검사 등을 한 번씩은 하는 것이 중요하다. 젊고 건강할 때 굳이 돈을 들여가며 검사해야 할까 망설일 수 있으나 이 시기 검사 값이 내 반려동물만의 기준점이 된다. 훗날 질병으로 건강이 악화했을 때 지금 값을 기준으로 질병 진행 속도와 심각도, 예후를 가늠할 수 있을뿐더러, 치료 강도도 조절할 수 있다.



    노년기엔 통증과 인지 기능 평가도 병행

    장년기엔 본격적으로 노화가 시작된다. 만성질환 발병 위험이 증가하다 보니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조금씩 질병이 진행되고 있을 수 있다. 이때부터 매년 정기검진이 필수다.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호르몬 질환(당뇨, 갑상선 질환, 부신 질환 등)과 수명을 줄이는 중대 질환(암, 심장병, 신장병 등) 발병률이 급격히 높아지기 때문이다. 특히 고양이는 갑상선 농도를 꼭 확인해야 한다. 고양이 갑상선기능항진증은 식욕과 활력을 증진시키는 증상 탓에 최근 들어 오히려 더 건강해진 것 같다는 착각을 일으키기 쉽다. 만약 털이 푸석해지고 식사량에 비해 말라가며 금세 지치는 모습을 보인다면 의심하자.

    노년기엔 신체적·인지적 기능이 뚜렷하게 저하되고 여러 질환이 복합적으로 발생하는 만큼 노화는 결코 질병이 아니다. 이 시기에는 반려견의 삶의 질을 유지하기 위해 적절한 관리와 돌봄이 필요하다. 만성질환을 조기에 발견하고 진행 속도를 늦추려면 1년에 최소 두 번씩은 병원을 방문하는 것이 좋다. 꼼꼼하게 종합검진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통증과 인지 기능 평가도 간과해선 안 된다. 대다수 보호자는 노령 반려동물의 활동성이 감소하거나 잠만 자는 것을 단순히 노화로 치부한다. 그러나 이는 관절염, 암 등에 의한 만성 통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평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수의사와 상담할 것을 권한다. 적절한 진통제와 사료 처방, 보조제 적용으로 활력을 되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치매 역시 조기에 관리할수록 예후가 좋아지는 만큼 증상이 의심된다면 적극적으로 관리하자.

    치료 시기를 놓쳐 뒤늦게 질환을 발견했을 때가 진료실에서 가장 안타까운 순간이다. 대다수는 조금만 일찍 왔더라면 달라질 수 있었던 사례다. 정기검진은 ‘좀 더 일찍’의 순간을 만들어주는 유일한 방법이라는 점을 명심하자. 

    황윤태 수의사는… 2013년부터 임상 수의사로 일하고 있다. 현재 경기 성남 빌리브동물병원 대표원장, 한국동물병원협회 위원을 맡고 있다. 책 ‘반려동물, 사랑하니까 오해할 수 있어요’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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