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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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손길로 더 힙해진 유행

[김상하의 이게 뭐Z?] 크리스마스 시즌 특별 시향지, 직접 뜬 겨울 슬리퍼 유행

  • 김상하 채널A 경영전략실 X-스페이스팀장

    입력2025-12-11 09: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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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 왜 요즘 유행이야”라는 질문엔 여러 감정이 담겨 있다. 지나간 유행이 돌아온 게 신기하기도 하고, 도무지 이해할 수 없어 당황스럽기도 하다. 요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화제가 된 영상을 시청했는데 무슨 내용인지 알아듣지 못해 슬펐다는 사람도 많다. 이번 주는 알쏭달쏭 따라가기 힘든 유행부터 돌고 돌아 다시 자리 잡은 유행까지 소개한다. 이 글을 읽으면 당신도 이제 대화에 낄 수 있다.

    #향수를 뿌려야 볼 수 있는 트리

    향수를 뿌리면 크리스마스트리가 나타나는 시향지. 인스타그램 ‘1010apothecary’ 계정 캡처

    향수를 뿌리면 크리스마스트리가 나타나는 시향지. 인스타그램 ‘1010apothecary’ 계정 캡처

    백화점을 둘러보다 보면 시향지 한두 장쯤은 꼭 받게 된다. Z세대도 향수 코너를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핼러윈이 끝나자마자 브랜드들이 크리스마스를 준비하는 지금, 연말 시즌 상품과 이벤트가 쏟아지고 있다. 그중 돋보이는 향수 브랜드는 딥티크다. 잘 만든 시향지 하나는 이벤트 10개가 부럽지 않다. SNS에서도 ‘감다살’(‘감이 다 살았다’의 줄임말)이라는 칭찬이 자자하다. 흰색 시향지에 향수를 칙칙 뿌리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담은 반짝이는 트리나 장식이 나타난다. 시향지 여러 개를 받다 보면 무슨 향인지 잊어버리는 경우가 다반사인데, 딥티크 시향지는 향뿐 아니라 이미지까지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이번 겨울은 직접 뜬 세일러 슬리퍼

    Z세대 사이에서 직접 뜬 세일러 슬리퍼가 유행이다. 유튜브 채널 ‘뜨내기 knit’ 캡처

    Z세대 사이에서 직접 뜬 세일러 슬리퍼가 유행이다. 유튜브 채널 ‘뜨내기 knit’ 캡처

    여전히 뜨개질이 대세다. 영화관에선 뜨개 상영회가 열리고 백화점에선 뜨개 팝업스토어도 열린다. 러닝만큼 인기인 게 뜨개다. 모자와 목도리를 뜨는 건 기본, 핫팩 케이스와 에어팟 케이스까지 만들어야 진정한 뜨개인(人)이라고 할 수 있다. 걸그룹 르세라핌 멤버 사쿠라는 뜨개 브랜드를 만들 정도로 뜨개에 진심이다.

    요즘 뜨개인 사이에서 유행하는 도안은 세일러 슬리퍼다. 선원이 신을 법한 슬리퍼로, 발등을 덮는 디자인이라 집에서도 따뜻하고 편안하게 신을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기본 뜨개질만 가능해도 뜰 수 있어 초보자도 시도해볼 만하다. 중급자는 사흘 만에 완성할 수 있다는 후기도 많다. 도안은 해외 유튜버 ‘annie sews’의 작품이 가장 인기다. 실은 각자 취향에 맞게 구매하면 된다. 요즘은 다이소에서도 알록달록하고 귀여운 뜨개실을 구매할 수 있다. 이때 펠팅(섬유에 열·수분·압력·마찰 등을 가해 섬유가 서로 엉겨 단단해지는 현상)을 이용해 좀 더 동글동글한 모양의 슬리퍼를 만드는 것도 꿀팁이다. 지금도 주변을 둘러보면 뜨개인이 1명씩은 숨어 있다. 이번 겨울, 뜨개인을 찾아 동호회를 만들어보는 것도 유행에 탑승하는 방법이다.

    #팬심 담긴 초월 번역 

    단순 반복 가사를 팬심으로 번역한 K팝 영상. 인스타그램 ‘namsungmin.11’ 계정 캡처

    단순 반복 가사를 팬심으로 번역한 K팝 영상. 인스타그램 ‘namsungmin.11’ 계정 캡처

    최근 인스타그램 릴스엔 노래 가사를 팬들이 자체적으로 해석해 붙이는 숏폼 영상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같은 가사와 단어가 반복되는 노래가 많은데 이를 ‘초월 번역’해 가사에 의미를 부여한다. 예를 들어 보이그룹 코르티스의 노래 ‘Fashion’에서 패션이라는 단어가 반복되자 ‘10초만 기다려 넌 내 매력에 빠져, 우리의 패션은 세계를 지배하지’라는 해석을 붙이는 식이다. 단순 반복뿐인 가사라 해석할 내용이 없는데도 팬심을 녹여 그럴듯한 해석을 만드는 게 포인트다. 영상 말미엔 처음이라 많이 어색하지만 열심히 번역했다는 수줍은 멘트가 덧붙어 웃음을 샀다. “내 자기소개서도 인사 담당자가 이렇게 의미를 부여해주면 좋겠다”는 댓글이 많다. 알고 보면 더 재밌는 K팝, 듣는 사람의 마음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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