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북 의성군에서 시작된 대형 산불의 화마를 피한 고운사 대웅보전. 뉴시스
화재 진압 당시 소방관들이 생명에 위협을 느껴 잠시 경내 목욕탕으로 대피했을 만큼 산불이 거센 상황에서도 대웅보전만큼은 불에 그을린 흔적 하나 없이 온전했다. 당시 소방관들과 함께 현장을 지켰던 등운 주지스님은 “대웅보전 바로 앞쪽에서 법당보다 큰 누각이 불에 다 타버리는 중에도 법당이 무사히 보존된 것에 대해 소방관들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했다”고 취재진에게 밝히기도 했다.
천재지변도 피해 가는 풍수 명당
고운사 화재의 특징은 풍수적 시각에서 해석해볼 수 있다. 물길 남쪽에 자리 잡은 전각 중 고불전, 나한전, 대웅보전 일대와 삼성각, 명부전의 위치는 명당터로 꼽히는 곳이다. 즉 명당 기운 덕에 화마를 피했다고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어느 풍수 유튜버는 고운사 대웅보전 터의 양기(陽氣)가 강해 같은 양의 기운인 산불을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라고 풀이하기도 했다. 자석의 N극이 서로 밀어내듯이 같은 양의 기운은 서로 밀어낸다는 원리를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2005년 4월 동해안 산불 당시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강원 양양 낙산사 전각이 전소되다시피 했으나 해수관음상을 모신 홍련암만은 전혀 피해를 입지 않았고, 풍수인들은 그 원인으로 ‘명당 기운’을 꼽았다.
풍수에서는 터의 명당 기운을 생기(生氣) 혹은 양기로 표현한다. 좋지 않은 기운은 살기(殺氣) 혹은 음기(陰氣)라고 한다. 또 생기 혹은 양기는 주변의 살기 어린 바람길, 불길, 물길 등을 차단해 사람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살도록 해준다고 본다. 물론 생기보다 더 강력한 살기를 갖춘 재해 앞에서는 명당터도 굴복할 수밖에 없는 게 자연의 이치일 테다.
화재나 지진 등 자연재해에서 특정 건축물만 운 좋게 피해를 입지 않은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2023년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 라하이나 지역 산불 현장에서 촬영된 항공사진 한 장이 큰 화제를 모았다. 당시 화마로 마을 전체가 폐허가 됐는데 유독 빨간색 지붕 집 한 채만 온전한 상태로 남아 있었던 것이다. 이 주택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천사가 지켜주는 집’으로 소문이 났다.

2005년 4월 발생한 산불로 강원 양양군 낙산사 경내가 거의 전소된 가운데 다행히 불길을 피한 홍련암. 동아DB
‘억세게 재수 좋은 집’
화재 진압 후 이뤄진 조사에 따르면 이 집 주인인 밀리킨 부부는 2021년 100년가량 된 전통 목조건물을 사들인 후 지붕을 금속으로 교체하고 집 주변을 돌멩이로 두르는 등 화재 예방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이런 노력이 화재 피해를 줄일 수는 있어도 돌풍을 타고 날아다니는 비화(飛火)까지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히려 이 집은 전형적인 풍수 명당터의 혜택을 본 것으로 해석된다.2013년 6월 미국 콜로라도주 스프링스 인근 야산에서 발생한 산불 현장에서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산불로 주택 360여 채가 완전히 불에 탄 가운데 단 2채만이 화마를 피한 것이다. 당시 로이터 통신은 ‘억세게 재수 좋은 집’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이야기를 보도하면서 집 2채 사진도 같이 내보냈다. 그 사진을 보면 사방 숲이 불탄 가운데 집 2채만 마치 보이지 않는 돔에 의해 보호를 받은 듯 건재한 모습이다. 물론 두 집의 터 모두 명당에 해당했다.

2023년 8월 미국 하와이 마우이섬에서 발생한 화재로 라하이나 지역 건물이 거의 전소된 가운데 빨간 지붕 집 한 채만 건재해 화제를 모았다. GETTYIMAGES
땅 꺼짐 사고와 살기(殺氣)의 상관관계
최근 한국 도시 곳곳에서 발생하는 싱크홀도 터 기운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인명 피해가 생길 정도로 큰 싱크홀은 부실한 지하 공사 영향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흥미로운 건 이런 싱크홀이 생긴 장소 대부분이 살기 혹은 음기가 흐르는 지역이라는 점이다. 서울 강동구 명일동 싱크홀 발생 지역은 강한 살기가 동서 방향으로 형성돼 있었다. 지난해 8월 승용차가 통째로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던 서울 서대문구 성산로 현장 또한 복구 공사가 끝난 지금도 동서 방향으로 강한 살기가 형성돼 있다.사실 싱크홀 발생 원인 중 부실공사가 먼저인지, 땅의 살기가 먼저인지 따지는 것은 쉽지 않다. 분명한 것은 인공적인 사고라 해도 땅의 살기 혹은 음기가 있는 곳에서 발생하기 쉽다는 점이다. 역으로 명당 기운이 있는 곳에서는 안전사고가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올해 들어 전 지구적으로 지진, 화산, 산불 등 자연재해가 부쩍 잦아졌다. 거기에 더해 전쟁과 질병 등으로 민심도 흉흉한 편이다. 시절이 매우 수상하니 올해만큼은 낯선 먼 거리 여행을 자제하고, 가급적 밝거나 편안하거나 아늑한 느낌을 주는 양기 터에서 조심조심 살아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