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중구 우리은행 본사. [뉴스1]
시중은행 내부 사정에 밝은 금융권 한 관계자가 3월 19일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 관해 한 말이다. 최근 우리금융지주는 이사회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을 참여시키지 않기로 했다. 4대 금융지주(KB국민·신한·우리·하나) 가운데 은행장이 이사회에서 빠지는 건 우리금융지주뿐이라서 이례적 조치라는 평가가 나온다.
올해 이사회 ‘임종룡+사외이사 9인’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왼쪽)과 조병규 우리은행장. [우리금융지주 제공]
우리금융지주의 이사회 구성은 금융권에서 흔치 않은 일로 받아들여진다. 시중은행 은행장은 통상 책임 경영, 내부 통제 강화를 위해 지주 이사회에 비상임이사 등으로 참여하는 게 관행이기 때문이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 정상혁 신한은행장은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비상임이사로 선임됐다. 이승열 하나은행장은 지난달 비상임이사직을 중도 사임했으나 올해 주총에서 사내이사로 추천됐다.
금융권에선 조병규 은행장이 우리금융지주 이사회에서 배제된 것을 두고 ‘임종룡 원톱 체제’를 공고히 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관치 논란을 겪고 선임된 임 회장이 독주 체제를 구축하고 그룹 지배력을 강화했다는 것이다. 임 회장은 취임 직후 ‘지주는 전략 중심, 자회사는 영업 중심’ 기조를 내건 뒤 우리은행의 자체 전략·기획 부서를 없애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3월 19일 “인사에 외풍이 크게 작용하는 우리금융지주는 내부적으로 2인자인 은행장의 힘을 빼려는 분위기가 있다”면서 “회장 선임 과정에 잡음이 많아 리더십을 확보하기 어렵다 보니 이사회에서 은행장의 목소리가 커지지 못하게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은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부상하는 등 연임에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있어 미리부터 정치적 견제가 이뤄지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경영 전략에 따라 빠질 수도”
실제로 우리금융지주는 조병규 은행장 전에도 은행장을 지주 이사회에서 제외한 전례가 있다. 권광석 전 우리은행장이 대표적 예다. 권 전 은행장은 2017년 우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이사직을 끝으로 우리은행을 떠났다가 2020년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로 조직이 위기에 처하자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이후 2022년까지 2년간 은행장을 지냈지만 지주 이사회에는 포함되지 못했다.우리금융지주 측은 “경영 전략에 따라 은행장의 지주 이사회 참여 여부는 달라질 수 있다”는 입장이다. 우리금융지주 관계자는 3월 20일 “올해 초 조 은행장이 ‘시중은행 중 당기순이익 1등’을 목표로 제시하면서 지주 이사회에 참여하기보다 은행 경영에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며 “권 전 은행장의 경우 당시 지주 사외이사 대부분이 은행 사외이사를 겸직했고 지주와 은행 간 소통이 원활해 은행장까지 이사회에 들어갈 필요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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