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3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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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은 ‘초거대 항공사’ 도약, 국민은 ‘봉’?

누구를 위한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인가… “소비자 국적기 이용 부담 늘 것” 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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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입력2023-03-13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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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항공이 2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추진하다 여론과 정치권의 집중 포화를 맞았다. 장거리 노선 마일리지 공제율(차감률)의 급격한 인상이 개편안의 골자였던 탓이다. 소비자 불만이 터져 나와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자 대한항공은 개편안 도입을 백지화했다. 하지만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이 아직 완전히 ‘꺼진 불씨’가 아니라고 보는 시각이 적잖다. 대한항공이 2020년부터 추진해온 아시아나항공(아시아나) 인수합병(M&A)이 3월 들어 8부 능선을 넘었는데, 이로 인해 대한항공 수익성이 지금보다 악화될 전망이기 때문이다.

    최근 대한항공은 아시아나와 합병에 필요한 국내외 당국의 승인을 받고자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환을 약속하고 있다. 합병에 따른 독과점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대한항공은 향후 이에 따른 수익 감소분을 마일리지 등 가격 외 요소로 보전하려 들 가능성이 크다. ‘제2의 마일리지 사태’가 벌어질 개연성이 남아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심사대상국으로부터 기업 결합을 승인받는 과정에서 대한항공의 슬롯 반환율이 예상보다 높아져 소비자들이 국적기 이용에 불편을 겪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르면 상반기 내 합병 마무리

    대한항공은 2020년 아시아나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당시 아시아나는 모기업인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난에 빠지면서 KDB산업은행 등 채권단의 관리를 받는 상태였다. 채권단이 HDC현대산업개발에 한 차례 아시아나 매각을 시도했으나 최종 무산되면서 아시아나가 상장폐지 위기에 놓이기도 했다. 대한항공에겐 기회였다. 아시아나를 성공적으로 인수할 경우 1988년 이후 32년간 유지되던 국적기 양강 구도를 무너뜨리고 국내 유일의 ‘메가 캐리어’(초거대 항공사)로 도약할 발판을 마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의 아시아나 인수는 글로벌 항공업계의 대형화 추세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2000년대 초반 이후 각국 항공사들은 ‘규모의 경제’ 실현을 위해 인수합병을 빈번하게 진행했다. 독일 최대 항공사 루프트한자가 2000년부터 17년간 스위스항공, 오스트리아항공, 브뤼셀항공 등 유럽 국적 항공사와 독일 2위 항공사 에어베를린을 차례로 인수하며 세계 4위 항공사 지위를 얻은 것이 대표적이다. 세계 1위 항공사 아메리칸항공도 2015년 US에어웨이스를 인수해 2008년 델타항공에 내줬던 왕좌를 되찾았다.

    대한항공은 이르면 올해 상반기 3년간의 합병 과정을 마무리 지을 예정이다. 항공사 합병엔 국내외 당국의 승인이 필수적인데, 국내에선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의 조건부 승인을 받았고, 해외에선 심사를 거쳐야 하는 14개국 중 11개국의 허가가 떨어졌다. 기존 10개국에 3월 1일(현지 시간) 영국 경쟁시장청(CMA)까지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면서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3개국 심사만 남은 상황이다. 까다로운 영국 심사를 무사 통과해 7월 초로 예상되는 EU 등의 승인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영국서 슬롯 절반 가까이 내줘

    하지만 합병이 대한항공에 100% ‘플러스’가 될지는 미지수다. 대한항공이 심사대상국에 너무 많은 슬롯을 반환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항공은 이번 영국 승인을 받아내고자 영국 히드로공항에 보유 중인 슬롯 17개 가운데 7개를 영국 저비용항공사(LCC) 버진애틀랜틱항공에 이전하기로 했다. 절반 가까운 슬롯을 반환한 것이다. 지난해 중국의 승인을 얻을 때는 전체 58개 슬롯 중 9개를 해당 노선에 신규 진입하려는 항공사에 양보하기로 했다. 남은 미국, EU, 일본 심사에서도 상당수 슬롯을 반환하라는 요구를 받을 것으로 보여 대한항공의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비판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제도 개편을 비판한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높은 슬롯 반환율로 인한 피해는 일정 부분 소비자에게 돌아갈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지난해 두 기업의 결합을 승인하면서 독과점 가능성이 있는 34개 양사 중복 노선(국제선 26개, 국내선 8개)에 대해 향후 10년간 슬롯 및 운수권을 반납하라고 조치했다. 그 대신 운임 인상을 자제해야 하며, 공급 좌석 수와 서비스 질 또한 축소해선 안 된다는 조건을 내걸었다. 하지만 대한항공이 2월 마일리지 제도 개편이라는 비(非)가격적 방식으로 소비자에게 합병 부담을 전가하려 한 만큼 향후 비슷한 상황은 얼마든지 반복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정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노선에선 대한항공의 항공운임이 급등할 여지도 남아 있다. 국내 한 항공경영 전문가는 “최근 미국 법무부가 자국 LCC인 제트블루항공과 스피릿항공의 인수합병을 중단시키기 위한 소송을 제기한 것도 30% 가까운 운임 인상 가능성 때문”이라며 “향후 국적기를 이용하려는 소비자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대한항공이 국내 다른 항공사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슬롯 반환 방향성을 정하지 못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온다. 대한항공이 영국 히드로공항 슬롯을 버진애틀랜틱항공에 넘겨 국내 LCC에 돌아갈 수도 있던 기회가 사라졌다는 지적이다. 국내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국내 LCC들이 대형기 보유 대수를 늘리면서 장거리 노선 운항을 확대해가고 있는데 (대한항공이) 7개 슬롯을 모두 외항사에 이전하기로 한 부분은 아쉽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관계자는 “국내 LCC 중 대형기가 있는 곳은 티웨이항공과 에어프레미아 정도이고 이들조차 대형기 보유 대수가 각각 3대에 불과하다”며 “장거리 운항 여력이 충분하지 않아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향후 버진애틀랜틱항공이 해당 노선 운항을 포기하거나 취항하더라도 최소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 다시 모든 항공사에 해당 슬롯을 할당받을 수 있는 기회가 부여된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위해 국내외 당국에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환을 약속하고 있다. [GETTYIMAGE]

    대한항공은 아시아나항공과 합병을 위해 국내외 당국에 ‘슬롯’(공항 이착륙 횟수) 반환을 약속하고 있다. [GETTYIMAGE]

    “남은 3개국 슬롯 반환 최소화해야”

    전문가들은 합병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하려면 남은 3개 심사대상국과 협상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김광옥 한국항공대 경영학부 교수는 “대한항공의 슬롯 반환율이 예상보다 높아 소비자들이 불편해질 수 있다”면서 “미국, EU, 일본의 기업 결합 심사에선 슬롯 반환 개수를 적절하게 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교수는 “신규 진입을 희망하는 항공사가 없을 땐 대한항공이 해당 노선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는 조항을 두거나, 슬롯 반환 시기를 유예하는 방법도 고려할 만하다”고 덧붙였다.

    대한항공 측은 수익 악화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소비자의 피해는 거의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슬롯 반환 탓에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낮아질 수는 있다”면서 “다만 아시아나와 합병으로 이전보다 많은 국가에 진출하게 되고 항공기 기종을 교차해 기체 효율화를 꾀함으로써 장기적으로는 더 큰 수익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마일리지 제도 개편은 원점에서 재검토 중이고, 공정위의 제한을 받지 않는 노선의 경우 애초에 독과점 가능성이 적기 때문에 슬롯 반환 조치가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며 “이들 노선에선 대한항공도 해당 노선에 들어와 있는 국내 LCC, 외항사와 경쟁해야 하기에 시세에 따라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만한 항공운임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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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주간동아 이슬아 기자입니다. 국내외 증시 및 산업 동향을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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