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보에는 책 속에 ‘만 가지 보물(萬寶)’이 있다는 뜻과 ‘한가롭게 슬슬 걷는 것(漫步)’처럼 책을 읽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심규선 지음/ 나남/ 460쪽/ 2만9000원
지난해 5월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한 ‘윤미향 사건’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기소 이후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간 ‘조용한 공방’이 진행 중이다. 매스컴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당시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는 한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기 힘든 한국 언론계 풍토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전문성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위안부 운동가나 관련 단체를 비판하는 게 녹록지 않은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위안부 운동, 성역에서 광장으로’는 이런 분위기를 깨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대기자를 지낸 심규선 씨다. 그는 ‘윤미향 사건’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문제도 있지만 세상은 이미 ‘윤미향 유죄’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윤미향 사건을 보도한 한국 언론 기사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그러곤 이번 사건이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이용주의’로 변질됐고, 피해 당사자의 말은 여전히 영향력이 크면서도 강하며, 언론 보도의 마지막 성역을 무너뜨렸고, 내부 비판의 물꼬를 텄으며, 특권 시민단체는 존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번 사건을 둘러싼 여러 공방에 관해서도 시비를 가리려고 시도한다. 윤 의원이 ‘위안부 합의’를 얼마나 알았는지, 알았다면 책임져야 하는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이 할머니들의 1억 원 수령을 반대하지 않았는지, 정부는 일본과 합의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지, 위안부 합의를 굴욕이라고 하면서 재협상은 왜 안 하는지, 이 사건 보도가 ‘대의’를 부정하는 것인지 등등이다. 그러나 저자는 정의연의 공적을 부정하거나 해체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윤미향 사건뿐 아니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문제와 문희상 법안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세 사안 모두 법과 감정, 국익과 감정이라는 상반된 잣대 사이 어디쯤에 자리 잡고 있으며, 결국은 두 잣대 사이 어디쯤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즉 한일 문제는 국익에 바탕을 두고 ‘불가능한 최선’과 ‘가능한 차선’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 대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대통령의 변화를 그 증좌로 보고 있다. 국가도, 국민도, 피해자도, 운동단체도, 언론도 이제는 ‘최선도 가능하다’는 ‘희망고문’을 재고할 때가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위안부 운동, 성역에서 광장으로
심규선 지음/ 나남/ 460쪽/ 2만9000원
지난해 5월 이용수 할머니 기자회견으로 촉발한 ‘윤미향 사건’은 지금 어떻게 됐을까. 기소 이후 검찰과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의원 간 ‘조용한 공방’이 진행 중이다. 매스컴이 대대적으로 보도한 당시와는 사뭇 다른 양상이다. 이는 한 사건을 끝까지 추적하기 힘든 한국 언론계 풍토와 ‘위안부’ 문제에 대한 기자들의 전문성 부족이 원인이기도 하지만, 여전히 위안부 운동가나 관련 단체를 비판하는 게 녹록지 않은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위안부 운동, 성역에서 광장으로’는 이런 분위기를 깨고자 한다. 이 책의 저자는 동아일보 편집국장과 대기자를 지낸 심규선 씨다. 그는 ‘윤미향 사건’은 법정에서 시비를 가릴 문제도 있지만 세상은 이미 ‘윤미향 유죄’라는 판단을 내렸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윤미향 사건을 보도한 한국 언론 기사를 꼼꼼하게 분석했다. 그러곤 이번 사건이 ‘피해자 중심주의’가 ‘피해자 이용주의’로 변질됐고, 피해 당사자의 말은 여전히 영향력이 크면서도 강하며, 언론 보도의 마지막 성역을 무너뜨렸고, 내부 비판의 물꼬를 텄으며, 특권 시민단체는 존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번 사건을 둘러싼 여러 공방에 관해서도 시비를 가리려고 시도한다. 윤 의원이 ‘위안부 합의’를 얼마나 알았는지, 알았다면 책임져야 하는지, 정의기억연대(정의연) 등이 할머니들의 1억 원 수령을 반대하지 않았는지, 정부는 일본과 합의 내용을 공개해야 하는지, 위안부 합의를 굴욕이라고 하면서 재협상은 왜 안 하는지, 이 사건 보도가 ‘대의’를 부정하는 것인지 등등이다. 그러나 저자는 정의연의 공적을 부정하거나 해체를 주장하지는 않는다.
이 책은 윤미향 사건뿐 아니라, 2015년 한일 일본군 위안부 합의와 화해치유재단 해산, 강제징용 문제와 문희상 법안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저자는 이를 통해 “세 사안 모두 법과 감정, 국익과 감정이라는 상반된 잣대 사이 어디쯤에 자리 잡고 있으며, 결국은 두 잣대 사이 어디쯤에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보여준다. 즉 한일 문제는 국익에 바탕을 두고 ‘불가능한 최선’과 ‘가능한 차선’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최근 일본에 대해 유화 제스처를 보이는 대통령의 변화를 그 증좌로 보고 있다. 국가도, 국민도, 피해자도, 운동단체도, 언론도 이제는 ‘최선도 가능하다’는 ‘희망고문’을 재고할 때가 됐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