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4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사의를 표한 윤석열 전 검찰총장. [뉴스1]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습니다.”(2013년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 발언)
3월 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사의를 표했다. 같은 날 문재인 대통령은 윤 전 총장의 사의를 수용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청사 앞에서 밝힌 사퇴의 변은 날카로웠다.
“이 나라를 지탱한 헌법정신과 법치 시스템이 파괴되고 있다.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 발언은 여권의 ‘검찰개혁’을 정면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윤 전 총장은 “앞으로 어떤 위치에 있든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고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도 밝혔다. 향후 정치 행보를 예측하게 하는 발언이다.
윤 총장은 검찰총장 취임 후 사석에서 가까운 검사들에게 “여러분이 일을 열심히 하면 나는 임기를 못 채우고 일찍 떠나게 될 것이고, 일을 열심히 안 하면 임기를 채울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윤석열호(號) 검찰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의 자녀 부정입시·사모펀드 관련 의혹부터 월성 원전 1호기 폐쇄 ‘경제성 평가 조작’ 의혹 등 정권 핵심을 겨눈 수사에 나섰다. 일선 검사들이 열심히 일한 탓에 윤 전 총장이 검찰을 일찍 떠나게 된 셈이다.
윤 전 총장의 말은 여러 차례 화제가 됐다. 사퇴 하루 전인 3월 3일 더불어민주당(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검수완박) 방안을 두고 “‘검수완박’은 부패를 완전히 판치게 하는 ‘부패완판’”이라고 비판했다. 지난해 10월 22일 국회 국정감사에선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면서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에게 날을 세웠다.
“사람에 충성 않는다”부터 ‘부패완판’까지
“이명박, 박근혜, 문재인 정부 중 어느 정부가 그나마 (검찰) 중립을 보장했느냐”는 민주당 의원의 물음에 “이명박 정부 때 쿨했다”(2019년 10월 17일 국회 국정감사 발언)고 답한 윤 전 총장. 같은 날 “예나 지금이나 정무 감각이 없다”고도 자평했다. ‘라임·옵티머스’ 사모펀드 사건,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 등 검찰의 칼이 살아 있는 권력을 향하자 여권의 ‘윤석열 때리기’가 계속됐다.윤 전 총장의 존재를 각인시킨 말은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였다. 2013년 10월 21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한 발언이다. 당시 그는 박근혜 정부의 ‘국가정보원 여론조작 사건’ 특별수사팀장으로 일하면서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혹시 사람에 충성하는 것 아니냐”고 정갑윤 당시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이 압박하자 “조직을 사랑하고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고 강하게 부정했다. 이 발언은 윤 전 총장의 ‘트레이드마크’로 회자됐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도 2019년 6월 17일 문 대통령이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검찰총장으로 지명하자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을 통해 “사람에 충성하지 않겠다는 후보자가 주권자 국민에 충성하는 검찰조직으로 잘 이끌어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바 있다.
김우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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