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출처 · 더 모노톤즈 트위터
고교생 때부터 천재로 이름을 날렸던 그는 스무 살에 노브레인을 이끌며 정규 앨범 두 장과 EP(이피반) 한 장, 그리고 조인트 앨범 한 장을 냈다. 모두 명반이거나 준작이었다. 노브레인의 첫 정규 앨범 ‘청년폭도맹진가’는 2000년대 한국 대중음악에서 손꼽히는 걸작이다. 노브레인을 나온 뒤 일본 유학을 거쳐 귀국, 스스로 보컬까지 맡은 더 문샤이너스를 결성했을 때도 데뷔 앨범을 내기 전부터 기대를 받았다. 더 문샤이너스가 앨범 두 장을 끝으로 해체된 후 그는 또 새로운 밴드를 결성했다. 이름하여 더 모노톤즈(사진). 마이크 앞에서 물러나 다시 기타리스트이자 송라이터 자리로 복귀했다.
올해 음악계를 돌아보면 가장 많은 걸작을 배출한 장르는 록이었다. 갈수록 엄혹해지는 시장에 아랑곳하지 않고 한국 록밴드들은 더욱 자기 세계에 충실하고 효율적인 방법론으로 명작을 내놨다. 당장 떠오르는 작품만 해도 이승열 ‘SYX’, 블랙메디신 ‘Irreversible’, 이스턴사이드킥 ‘굴절률’, 칵스 ‘the new normal’ 등이 있다. 기억을 좀 더 뒤져보면 더 많은 앨범이 있을 것이다. 곧 시작될 한국대중음악상 회의에서 록 부문 후보를 정하는 단계부터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을 게 분명하다. 수상작을 정할 때는… 아, 생각만 해도 머리가 아프다.
더 모노톤즈의 데뷔 앨범 ‘into the night’는 이 두통에 한 자리를 더하고도 남을 수작이다. 먼저 보컬 조훈에 대해 언급해야겠다. 미국에서 자라고 영국에서 대학을 마친 그는 간만에 나타난 ‘소리치면서 노래할 수 있는’ 보컬이다. ‘A’의 광폭함과 ‘into the night’의 애수, ‘zero’의 호쾌함을 모두 가진 보컬리스트는 단언컨대 한국 밴드신에서 상당히 오랜만에 등장한 존재다. 실용음악에 오염된 틀에 박힌 기술, 아마추어의 맹점인 어설픔이 그에게는 없다. 사춘기 소년의 불안과 야성, 욕망을 동시에 느끼게 하는 보컬리스트인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 다면성이야말로 록의 본질이 아니었나.
마이크라는 족쇄를 벗어던진 차승우는 더 문샤이너스에서 구현하지 못했던, 노브레인 시절보다 훨씬 다채로워진 노래로 앨범을 채운다. 특정 장르와 스타일에 연연하지 않고 과감하게 효율적으로 소리를 만들고 꾸민다. 하여, 이 앨범에는 록의 거대한 전통에서 길어 올린 훌륭한 레퍼런스와 방법론이 촘촘한 씨줄과 날줄로 엮여 있다. 날카로운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서막을 알리는 ‘blow up’이 디지털로 서비스되지 않는 건 그들이 자신의 첫 작품을 여전히 ‘음반’으로 구상했음을 보여준다. 디지털 세계에서는 무의미한, 첫 곡부터 마지막 곡까지 하나의 흐름이 되고 서사가 되는 실시간 미디어로서 음반 말이다.
원초적인 리프가 중거리 슛처럼 고막을 꿰뚫는 ‘A’, 안개 속 풍경에 몸을 담근 듯 신비로운 ‘into the night’, 앨범의 변곡점이자 일렉트릭 기타의 쾌감을 새삼 깨닫게 하는 ‘brown eyed girl’, 팝적인 멜로디로 앨범을 마무리 짓는 ‘zero’까지, 더 모노톤즈는 그들의 데뷔 앨범을 오랫동안 기다려온 이뿐 아니라 이 앨범으로 자신들을 만나게 될 가까운 미래의 팬들에게까지 지루할 틈 없는 여행을 선사한다.
좋은 멜로디가 있다. 멋진 기타 리프가 있다. 적재적소의 사운드가 있다. 빼어난 연주와 보컬이 있다. 훌륭한 록 앨범에 무엇이 더 필요한가. 고전이 된 록이 갖고 있던 모든 것이다. 그리고 ‘into the night’에 담겨 있는 전부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