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증시가 맥없이 하락하고 있다. 특히 기술주 중심의 미국 나스닥 지수는 연초 대비 30%가량 빠졌다.
5월 24일(현지 시간) 미국 소셜미디어업체 스냅이 실적 경고에 40% 넘게 하락한 영향으로 나스닥 지수는 전날보다 270.83포인트(2.35%) 밀린 11,264.45로 거래를 마쳤다. 금리인상과 인플레이션에 기업 실적 악화까지 악재에 악재가 거듭되면서 증시가 좀처럼 반등하지 못하고 있다. 반등 기미를 찾을 수 없음에도 투자자들은 지금을 저가 매수 기회로 판단하고 매수세를 이어가고 있다. 5월 25일 코스피는 직전 거래일 대비 11.35포인트(0.44%) 상승한 2617.22에 거래를 마쳤다. 과연 증시 바닥은 어디일까. ‘투자의 전설’로 불리는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를 만나 증시 전망과 저가 매수 노하우에 대해 물었다.
남석관 베스트인컴 대표. [홍중식 기자]
지금은 코스피 바닥 다지는 시기
코스피가 어디까지 떨어질까.“지난해 말 코스피 하방을 2700 정도로 예측했다. 보통 전고점을 바닥으로 잡는데, 코로나19 사태 이전 코스피 고점이 2600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견조하던 미국 나스닥과 S&P500이 재차 떨어지면서 코스피도 바닥이 무너져 2545까지 하락했다. 지금이 진짜 바닥을 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버블이 꺼지고 있다고 보는 건가.
“지난해까지 기업 실적과는 관계없이 유동성으로 주가가 오버슈팅하면서 버블이 꼈다. 올해 들어 지속적으로 유동성을 줄이겠다고 하니 제자리를 찾아가고 있는 것이다. 최근 공포로 인해 과매도가 나오면서 증시가 예상보다 떨어진 것이라고 본다. 주가가 올라갈 때도 오버슈팅하지만 내려갈 때도 언더슈팅을 한다.”
기술적으로 바닥권으로 보나.
반등 신호를 보내는 또 다른 종목이 있나.
“엔씨소프트 주가가 최근 10% 상승하면서 추세가 좋아지고 있다. 그 영향으로 다른 메타버스 관련 종목들도 조금 나아지고 있다.”
올해 안에 코스피 3000을 넘을 것으로 보나.
“연초 코스피 최고점이 2970이었다. 연말까지 2900포인트는 넘을 수 있겠지만 3000포인트는 장담 못 한다.”
3분기 실적 양호하면 미국 증시 반등
나스닥도 바닥 다지기 중인가.“나스닥 지수는 16,000대에서 11,000대까지 떨어졌는데 이동평균선이 여전히 역배열로 나타난다. 나스닥은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인다.”
한국 주식은 매수 시점이지만 미국 주식은 아직 이르다고 보나.
“나스닥 그래프를 보면 완전 역배열이다. 이럴 때는 매수하는 게 아니다.”
서학개미가 많이 보유한, 나스닥 지수를 3배 추종하는 TQQQ는 아직 반등하기 이르다는 말인가.
“TQQQ를 보유 중이라면 손해가 많을 테지만 지금은 버티는 수밖에 없다. 4분기쯤 되면 연초 고점 정도까지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미국 증시는 언제부터 반등이 시작될 것으로 보나.
“증시에 영향을 미칠 악재는 거의 다 노출됐다. 빅스텝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우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사태 등 악재가 모두 증시에 반영된 상태다. 전쟁이 종료되거나 휴전되면 증시가 반등할 것이다. 또한 2분기, 3분기 실적이 차례로 발표되면서 ‘견딜 만하다’는 평가가 나온다면 하반기에는 증시가 급반등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전후로 주가 변동이 크다. 6월 FOMC가 증시에 미칠 영향이 적다고 보는 건가.
“미 연준이 5월 기준금리를 0.5%p 인상했다. 6월에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2000년 이후 금리인상 시기를 살펴보면 금리를 두 번 인상한 뒤에는 금리를 또 올려도 증시에 거의 영향이 없었다. 올해 3월 0.25%p, 5월 0.5%p 인상했다. 6월에 0.5%p 한 번 더 인상하고 나면 이후부터는 금리를 인상해도 증시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본다.”
미국에 2년 내 경기침체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는데.
“현재 진행 중인 금리인상이나 인플레이션은 미국 경제가 충분히 감당할 능력이 된다. 나스닥이 지난해 고점 대비 30%가량 하락했다. 그 전에 나스닥이 40% 이상 떨어진 적이 3차례 있었다. 1987년 블랙먼데이, 2008년 금융위기, 2019년 코로나19 팬데믹이다. 모두 예측 불가능한 돌발 악재였지만, 이번 스태그플레이션은 미리 예견돼 증시에도 이미 반영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고 금리인상을 한 번 더 하고 나면 모든 악재가 거의 완화되는 것이다. 무엇보다 지금은 코로나19로 억눌렸던 활동을 시작하면서 경기가 활성화되는 시기로, 경기가 침체되긴 어렵다. 공급 문제와 원자재 가격 급등 문제가 있긴 하지만 사람들이 활동하고자 하는 욕구는 무척 세다. 이럴 때 경기침체가 온다는 것은 안 맞다. 만약 2년 뒤 경기침체가 오면 그건 그때 해결하면 된다. 그런데 보통 내년이나 내후년 경기침체 예측은 빗나간 경우가 많다. 기다리고 있는 악재는 악재가 아니다.”
투자자 입장에서 앞으로 주목할 분야는 무엇인가.
“자동차나 2차전지처럼 앞으로 돈을 잘 벌 수 있는 기업이다. 이들 종목은 증시가 반등할 때 다른 종목보다 주가가 빨리 회복될 것이다. 2차전지는 국내 기업들의 세계 시장점유율이 높은 분야다 보니 주가가 비교적 세게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LG에너지솔루션이나 삼성SDI 같은 2차전지 대장주에 투자하기 좋은 시기로 보는 건가.
신생 전기차보다 완성차 기업에 투자
올해 들어 반도체 관련 종목도 많이 하락했다.“반도체는 과거 철강처럼 필수 불가결한 산업의 쌀이다.
D램 가격이 오르내리면서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주가도 기복이 있겠지만 앞으로 상당히 괜찮아질 것으로 본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에 포함돼 있는 미국 반도체 종목들도 많이 떨어졌다.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20% 이상 떨어졌다. 삼성전자 하락 정도와 거의 비슷한 수치다.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관련주가 반등하면 국내 반도체주도 상승하리라 본다. 어쨌든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19%가량을 차지하는 삼성전자가 살아나야 국내 증시가 회복된다. 삼성전자가 살아나면 반도체 소부장(소재, 부품, 장비) 종목도 같이 올라갈 수 있다.”
주목해야 할 반도체 소부장 종목이 있나.
“후성처럼 실적이 좋은 소부장주다.”
자동차 섹터는 완성차 기업과 신생 전기차 기업을 구분해서 투자해야 하나.
“기아나 포드, 벤츠처럼 완성차 기업에서 만드는 전기차 실적이 좋게 나오고 있다. 이런 영향으로 최근 기아 주가가 상당히 많이 올랐다. 완성차 기업은 제조 플랫폼이 이미 마련돼 있어 전기차를 만들기가 오히려 쉽다. 쉽게 말해 배터리만 얹으면 된다. 완성차 기업이 좀 더 효율적으로 시장 지배력을 키울 수 있으리라 본다. 반면 테슬라, 루시드, 리비안 등 신생 전기차 업체는 실적도 시원치 않은데 거품으로 주가가 올랐다. 리비안은 78달러에 상장해 180달러까지 상승했지만 최근 20달러대까지 폭락했다.”
증시 바닥권에서 안전하게 매수하는 방법이 있나.
“현금을 보유 중이라면 투자금의 10~20%는 2차전지나 반도체 대장주에 투자해도 괜찮은 시기라고 본다. 이후 주가가 하락해도 전저점이 깨지지 않으면 거기가 저점이므로 이럴 때 조금씩 추가로 매수한다. 삼성전자는 6만5000원을 두 번 다졌으니 6만6000원 정도면 사볼 만하지 않나 생각한다. LG에너지솔루션은 40만 원 기준으로 35만 원까지 떨어졌지만 40만 원 정도가 바닥으로 보인다. LG이노텍은 40만 원을 넘었다 33만 원까지 떨어져 현재 34만 원 정도다. 거의 바닥권이다.”
한여진 기자
119hotdog@donga.com
안녕하세요. 한여진 기자입니다. 주식 및 암호화폐 시장, 국내외 주요 기업 이슈를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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