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은 각 주별로 선출된 선거인단의 투표로 결정된다. 미국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승자 독식 방식으로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한 표라도 더 득표한 후보가 해당 주의 선거인단 몫을 전부 차지하는 식이다. 메인주와 네브라스카주를 제외한 48개 주와 워싱턴 DC가 이 방법을 따른다.
선거인단은 538명(하원의원 435명·상원의원 100명·워싱턴 DC 선거인단 3명)으로, 인구 비례에 따라 주별 선거인단 수가 변할 수 있으나 전체 숫자는 변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선거인이 많이 배정된 주에서 승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표 대결에서 이기고도 선거인단 수에서 뒤져 패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때 이 같은 결과가 나올 수 있다. 미국에서 그동안 “승자독식 제도를 고치자”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이 제도는 1777년부터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역대 미국 대선에서 득표수에서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패배한 경우는 다섯 번 있었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표적 예다. 클린턴은 6584만 표를 얻어 트럼프(6297만 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을 227명 확보해 트럼프(304명)에 패했다. 1824년 대선 당시 민주공화당 앤드루 잭슨 후보, 187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새뮤얼 J. 틸던 후보, 1888년 대선의 민주당 그로버 클리브랜드 후보도 같은 경우였다.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는 전국 득표율에서 민주당 엘 고어 후보에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우위를 확보해 당선될 수 있었다. 당시 부시는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537표 차이로 이기며 선거인단을 독식해 승리했다.
올해 미국 대선이 2016년의 ‘데자뷔’가 될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보다 전국적으로는 우세하지만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와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이 10월 11∼13일(이하 현지 시간) 등록 유권자 31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조기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가운데 해리스를 지지한 비율은 51.4%로 트럼프를 8.8%p 차로 앞섰다. 하지만 7개 경합주에서 조기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로 한정한 조사에선 해리스가 47%의 지지를 얻으며 트럼프에 1%p 뒤졌다.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10월 21일 기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60.5%로 해리스(39.4%)보다 높았다. 두 후보 간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진 것은 해리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후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와 관련된 특정 주식 종목이 상승하거나 그가 친화적인 태도를 보인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는 등의 현상을 말한다. 해리스 캠프와 민주당은 대선 막바지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2016년 대선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합주 민심 탈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에서 각각 1%p 미만 차이로 승리한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바이든 후보도 조지아주에서 0.2%p, 위스콘신주에서 0.6%p,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2%p, 네바다주에서 2.4%p, 미시간주에서 2.8%p 차이로 이겨 당선됐다. 이처럼 역대 미국 대선의 승자는 경합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차지했다.
해리스가 경합주에서 밀리는 이유는 흑인 남성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흑인 유권자들은 2020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의 90%가 바이든 후보에게 표를 줬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10월 1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흑인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78%였다. 특히 흑인 남성의 지지율은 70%로 흑인 여성(83%)과 차이가 상당했다. 해리스는 흑인임에도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내지 못하고 있다.
해리스는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라는 공약을 발표하며 구애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흑인 기업가에 대출액 2만 달러(약 2700만 원)를 탕감하는 100만 건의 대출 프로그램 신설, 1%에 불과한 흑인 남성 공립학교 교사 비율을 올리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 확대 등이 포함됐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도 경합주를 돌며 흑인 유권자에게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덕분에 흑인 유권자의 지지세가 조금씩 올라가는 있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도 상당히 낮다. NYT와 시에나대가 9월 29일~10월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56%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의 득표율(65%)보다 9%p 낮았다. 2020년 대선 당시 히스패닉 유권자의 32%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는데, 현재 이들의 지지율은 37%로 더 올랐다. 트럼프는 기세를 몰아 히스패닉 유권자를 더욱 끌어들이기 위해 국경 폐쇄 등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번 대선의 승패는 러스트벨트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표심에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이미 러스트벨트에 속한 3개 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2012, 2016, 2020년 대선에서 당선된 전례가 있다. 현재 이 지역 블루칼라 노동자들의 최대 관심사는 경제다. 러스트벨트 3개 주는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유발된 경기 침체로부터의 회복이 상대적으로 더딘 상황이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19~2023년 경합주 7곳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평균 4.2%였는데, 위스콘신주(-0.7%), 펜실베이니아주(0.9%)는 이에 못 미친다. 게다가 러스트벨트는 인플레이션을 극심하게 겪어 생활 물가가 상대적으로 높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경제능력신뢰도(economic trustworthiness)에서 해리스 부통령보다 우세하기 때문에 러스트벨트에서 유리하다는 시각이 많다. 게다가 이 지역에는 여론조사 등에 자신의 입장을 밝히지 않는 이른바 ‘샤이 트럼프’도 상당히 있다.
미국 역사상 선거로 대통령이 된 부통령 출신 인물은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마틴 밴 뷰런, 리처드 닉슨, 조지 H. W. 부시, 조 바이든 등 6명뿐이다. 특히 1900년대 이후 부통령 신분으로 연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이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해리스가 2016년의 데자뷔라는 전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해리스에 드리운 2016년 그림자
미국 대통령선거에서 맞붙은 민주당 카멀라 해리스 후보(왼쪽)와 공화당 도널트 트럼프 후보.[뉴시스]
역대 미국 대선에서 득표수에서 이긴 후보가 선거인단 과반을 확보하지 못해 패배한 경우는 다섯 번 있었다.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 패배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대표적 예다. 클린턴은 6584만 표를 얻어 트럼프(6297만 표)를 앞섰지만, 선거인단을 227명 확보해 트럼프(304명)에 패했다. 1824년 대선 당시 민주공화당 앤드루 잭슨 후보, 1876년 대선 당시 민주당 새뮤얼 J. 틸던 후보, 1888년 대선의 민주당 그로버 클리브랜드 후보도 같은 경우였다. 2000년 대선 당시 공화당 조지 W. 부시 후보는 전국 득표율에서 민주당 엘 고어 후보에 뒤졌지만 선거인단 수에서 우위를 확보해 당선될 수 있었다. 당시 부시는 플로리다주에서 불과 537표 차이로 이기며 선거인단을 독식해 승리했다.
올해 미국 대선이 2016년의 ‘데자뷔’가 될지에 대해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해리스 후보가 공화당 트럼프 후보보다 전국적으로는 우세하지만 경합주에서 밀리고 있다. 미국 하버드대 미국정치연구소와 여론조사업체 해리스폴이 10월 11∼13일(이하 현지 시간) 등록 유권자 314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조기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 가운데 해리스를 지지한 비율은 51.4%로 트럼프를 8.8%p 차로 앞섰다. 하지만 7개 경합주에서 조기 투표 의사가 있는 유권자로 한정한 조사에선 해리스가 47%의 지지를 얻으며 트럼프에 1%p 뒤졌다.
베팅사이트 폴리마켓에 따르면 10월 21일 기준 트럼프가 대선에서 승리할 확률이 60.5%로 해리스(39.4%)보다 높았다. 두 후보 간 격차가 20%p 이상 벌어진 것은 해리스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구원투수로 등장한 이후 처음이다. 월가에서는 ‘트럼프 트레이드’가 다시 활기를 띠고 있다. 트럼프 트레이드는 트럼프와 관련된 특정 주식 종목이 상승하거나 그가 친화적인 태도를 보인 비트코인이 강세를 보이는 등의 현상을 말한다. 해리스 캠프와 민주당은 대선 막바지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은 2016년 대선의 악몽이 되풀이 되는 것을 막기 위해 경합주 민심 탈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흑인 남성․히스패닉 표심 잡아라
미국 대선의 경우 대부분의 주는 사실상 지지세가 정해져 있다. 민주당이 우세한 곳은 ‘블루 스테이트’로 공화당 지지율이 높은 곳은 ‘레드 스테이트’라고 불린다. 이곳 유권자들은 웬만해선 표심을 바꾸지 않는다. 한국의 투표지형이 지역별로 나뉜 것과 비슷하다. 이 주들을 제외한 나머지 주들 중 민주와 공화 양당의 경쟁이 치열한 경합주(swing state)가 있다. 미국 언론들이 꼽고 있는 경합주는 7곳이다. 펜실베이니아주(선거인단 19명)와 미시간주(15명), 위스콘신주(10명) 등 러스트벨트(북동부의 쇠락한 공업지대)와 조지아주(16명), 노스캐롤라이나주(16명), 애리조나주(11명), 네바다주(6명) 등 4개 주다. 경합주는 다양한 인종과 정치성향을 보여 온 유권자들이 혼재하는 특성을 갖고 있다.
트럼프는 2016년 대선에서 미시간주, 펜실베이니아주, 위스콘신주에서 각각 1%p 미만 차이로 승리한 덕분에 대통령이 됐다. 2020년 대선 당시 민주당 바이든 후보도 조지아주에서 0.2%p, 위스콘신주에서 0.6%p, 펜실베이니아주에서 1.2%p, 네바다주에서 2.4%p, 미시간주에서 2.8%p 차이로 이겨 당선됐다. 이처럼 역대 미국 대선의 승자는 경합주에서 승리한 후보가 차지했다.
해리스가 경합주에서 밀리는 이유는 흑인 남성 유권자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흑인 유권자들은 2020년 대선 당시 흑인 유권자의 90%가 바이든 후보에게 표를 줬다. 하지만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시에나대가 10월 12일 공개한 여론조사에선 흑인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78%였다. 특히 흑인 남성의 지지율은 70%로 흑인 여성(83%)과 차이가 상당했다. 해리스는 흑인임에도 흑인 남성 유권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얻어 내지 못하고 있다.
해리스는 ‘흑인 남성을 위한 기회 어젠다’라는 공약을 발표하며 구애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는 흑인 기업가에 대출액 2만 달러(약 2700만 원)를 탕감하는 100만 건의 대출 프로그램 신설, 1%에 불과한 흑인 남성 공립학교 교사 비율을 올리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 지원, 학자금 대출 탕감 프로그램 확대 등이 포함됐다. 최초의 흑인 미국 대통령이었던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부인 미셸 오바마도 경합주를 돌며 흑인 유권자에게 해리스에 대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덕분에 흑인 유권자의 지지세가 조금씩 올라가는 있지만 판세를 뒤집지는 못하고 있다.
전통적으로 민주당 후보를 지지했던 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도 상당히 낮다. NYT와 시에나대가 9월 29일~10월 6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의 해리스 지지율은 56%로, 2020년 대선 당시 바이든의 득표율(65%)보다 9%p 낮았다. 2020년 대선 당시 히스패닉 유권자의 32%가 트럼프에게 투표했는데, 현재 이들의 지지율은 37%로 더 올랐다. 트럼프는 기세를 몰아 히스패닉 유권자를 더욱 끌어들이기 위해 국경 폐쇄 등 불법 이민 문제와 관련된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샤이 트럼프 상당수 존재
8월 21일(현지 시간) 옛 산업 철강 도시인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모네센 풍경.[GETTYIMAGES]
미국 역사상 선거로 대통령이 된 부통령 출신 인물은 존 애덤스, 토머스 제퍼슨, 마틴 밴 뷰런, 리처드 닉슨, 조지 H. W. 부시, 조 바이든 등 6명뿐이다. 특히 1900년대 이후 부통령 신분으로 연이어 대통령에 당선된 이는 조지 H.W. 부시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해리스가 2016년의 데자뷔라는 전망을 뛰어넘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