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은 천고마비(天高馬肥)의 계절. 날씨가 맑고 선선해 활동하기에 좋고, 먹거리를 비롯한 모든 것이 풍성한 계절이다. 하루가 다르게 상쾌해지는 공기만큼이나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마음이 멈출 줄 모른다. 이럴 때는 주저 없이 여행과 미식을 동시에 충족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나야 한다. 요즘 여행 트렌드는 여행 목적과 음식의 궁합을 매우 중요시한다. 그런 점에서 동남아 식도락 여행의 필수 코스인 태국 방콕은 저렴한 가격으로 부담 없이 여행지 고유의 맛과 문화를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아시아 최고 레스토랑과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은 노점식당부터 현지인과 여행객이 가득한 로컬 찐 맛집까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방콕 미식세계는 황홀경을 더한다.
방콕은 상하이, 일본,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일곱 번째로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됐다. 미쉐린 가이드는 여행지를 평가하는 그린 가이드와 식당을 평가하는 레드 가이드로 나뉜다. 원래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위한 맛집 및 숙박 안내서로 뿌리던 공짜 책이었다. 별점 제도가 등장한 건 1931년. 맛집을 평가하는 레드 가이드는 약 80명의 전문 심사위원이 익명으로 비밀리에 방문해 협찬 금지 등 5가지 뚜렷한 원칙에 따라 심사한다. 훌륭한 요리를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식당은 별 3개, 조금 멀어도 찾아갈 가치가 있을 정도로 요리가 훌륭한 식당은 2개, 요리가 훌륭한 식당은 1개를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보통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들은 인증서를 신줏단지 모시듯 고급스러운 액자에 넣어 진열하지만, 방콕 식당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산대 앞면에 대충 붙여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방콕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음식이 맛있는 노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느 순간 접이식 테이블과 등받이 없는 조그만 의자들 사이에 굽고, 지지고, 끓이고, 튀기는 소리가 가득해진다. 거리가 식당이자 주방이 되는 순간이다. 태국은 집에서 직접 요리하기보다 길에서 간단히 음식을 먹거나 포장해 가는 문화가 일찍부터 자리 잡은 나라다. 선풍기 하나 없는 노점이지만, 퇴근한 회사원부터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식사하는 가족까지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느라 분주하다. 길거리 음식의 묘미는 현지인과 뒤섞여 길에 앉아서 먹거나 그들을 구경하며 먹는 데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노점에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는 풍경이야말로 가장 태국스러운 분위기다. 간판도 없는 작고 허름한 거리의 식당이지만, 자부심과 사명감은 남다르다. 최상의 맛을 내고자 모든 요리는 주문을 받은 직후 한 그릇씩 만든다.
그중 인기 있는 메뉴는 팟타이(태국식 볶음 국수), 팟시이우(넓적한 쌀 편을 사용한 볶음국수), 쏨땀(설익은 파파야로 만든 샐러드), 똠양꿍(매콤, 새콤한 새우탕 요리), 팟카파오무쌉(돼지고기 안심을 얹은 태국 대표 덮밥), 무삥(돼지고기 양념 꼬치), 카오카무(족발 덮밥), 뿌팟퐁커리(태국식 게살 카레), 무텃(태국식 삼겹살 튀김), 어쑤언(굴전), 카우니여우 마무앙(찹쌀밥에 망고를 얹은 달콤한 망고밥) 등이 있다. 날것 그대로를 선보이는 길거리 음식이라고 우습게 보면 안 된다. 담음새도 정갈하고 맛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재료마다 식감이 잘 살아 있는 데다, 음식량도 넉넉해 한 그릇을 다 먹을 때면 포만감마저 밀려온다. 태국 음식은 대체적으로 적당히 짜고, 맵고, 달고, 시고, 향기로워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는 편이다. 특히 입안을 가득 채우는 알싸한 향신료가 매력적이다. 칠리 딥, 해선장, 스리라차, 피시 등 다양한 소스를 더하거나 기호에 따라 땅콩가루, 고춧가루를 곁들여 먹으면 향과 맛이 더해져 입안 가득 즐거움이 넘쳐난다.
혹시 태국 음식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진다면 흰밥과 모닝글로리(공심채) 볶음 같은 채소를 추가해 먹길 권한다. 방콕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먹거리 노점상들은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구경거리이니 비위가 약한 편이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꼭 도전해보자.
든든하게 한 끼 식사를 마쳤다면 이제 후식을 맛볼 차례다. 길거리 음식점 주변에는 대부분 디저트나 다양한 잡화를 파는 가게들이 함께 들어서기 마련이다. 여행객을 위한 태국의 명물 코끼리 바지나 액세서리 같은 기념품도 이왕이면 노점에서 구매하자. 여행객이 주로 입고 다니는 코끼리 바지 가격은 보통 100바트(약 4000원) 정도면 살 수 있는데 시원할 뿐 아니라 가벼워서 편하다. 무더운 나라에 왔으니 입가심으로는 열대과일이 제격이다. 망고, 용과, 바나나, 파인애플, 두리안, 파파야, 망고스틴, 리치 등 싱싱한 과일을 맛보고 살 수 있다. 가격 또한 상상 이상으로 저렴하니 머무는 동안 과일은 자주 먹는 편이 이득이다. 버터를 두른 팬에 숙성된 밀가루 반죽을 얇게 펴 달걀 물을 붓고 바나나, 치킨, 코코넛 등 원하는 토핑을 넣어 익힌 후 취향에 맞게 연유나 초콜릿을 뿌려 먹는 태국식 팬케이크 ‘로띠’, 지하철역이나 버스 정거장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바나나 튀김인 ‘끌루아이텃’은 출출할 때 간식으로 좋다. 날이 덥고 갈증이 날 때는 단단한 껍질을 그릇 삼아 연유와 코코넛을 잘 섞어 만든 코코넛 아이스크림, 탱글탱글한 과육이 씹히는 상큼한 오렌지주스, 달콤한 수박에 시원한 얼음을 갈아 넣어주는 ‘땡모반’을 벌컥벌컥 들이켜면 더위가 씻은 듯 사라진다.
길거리 음식은 더위와 소음, 매연 등이 함께하기 때문에 위생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없다. 무턱대고 안심하라고 하기에는 사람마다 위장 건강이나 예민함이 다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길거리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방콕 도심 곳곳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어디든 가면 된다. 대개 널찍한 공간에 길거리 노점 느낌의 매장을 죽 차려놓고 실내에서도 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중 짜오프라야강 주변에 자리한 방콕의 랜드마크이자 초대형 쇼핑몰인 ‘아이콘시암(Iconsiam)’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이유인즉슨 태국 전통 수상시장을 모던하게 재현해놓은 푸드코트 ‘쑥시암(SOOK Siam)’이 있기 때문이다.
어떤 곳을 방문하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잘 먹는 것이다. 특히 그 나라의 현지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서는 여행지의 참맛을 느꼈다고 하기 어렵다. 태국 음식의 다양함을 맛볼 수 있으면서 방콕만의 독특하고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오랜 시간 여행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길거리 음식은 물론, 무심한 표정의 거리 주방장이 뚝딱 만들어낸 요리와 왁자한 풍경의 여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
초대형 쇼핑몰 아이콘시암에 위치한 푸드코트 ‘쑥시암’. [재이 제공]
노포에서 즐기는 태국 음식
방콕은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은 레스토랑을 비롯해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 50위 안에 드는 세련되고 우아한 파인 다이닝(fine dining·고급 외식) 레스토랑을 다양하게 갖춘 세계적인 미식 도시다. 동서양 경계를 맛과 향으로 버무려 세계 어느 도시보다 특별한 맛을 내는 식당이 즐비하다. 비단 태국 음식뿐 아니라, 각국 최정상급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도시가 바로 방콕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최고 명성의 태국 음식 매력은 거리에 즐비한 먹거리 노점상이나 현지인으로 북적이는 노포에서 더 가깝게 만날 수 있다. 허름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30바트(약 1200원)짜리 국수 한 그릇을 먹어도 수준급의 맛을 보장하니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여행자에게 방콕은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그중에서도 방콕 길거리 음식은 종류도 다양하고 다른 여행지에서 맛볼 수 없는 특색이 묻어난다. 심지어 값도 싸고 맛있어서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렵다는 미쉐린 가이드 별을 받기도 한다.
방콕은 상하이, 일본, 홍콩, 마카오, 싱가포르, 서울에 이어 아시아에서 일곱 번째로 미쉐린 가이드가 발간됐다. 미쉐린 가이드는 여행지를 평가하는 그린 가이드와 식당을 평가하는 레드 가이드로 나뉜다. 원래 미쉐린 가이드는 1900년 자동차와 오토바이 운전자들을 위한 맛집 및 숙박 안내서로 뿌리던 공짜 책이었다. 별점 제도가 등장한 건 1931년. 맛집을 평가하는 레드 가이드는 약 80명의 전문 심사위원이 익명으로 비밀리에 방문해 협찬 금지 등 5가지 뚜렷한 원칙에 따라 심사한다. 훌륭한 요리를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는 식당은 별 3개, 조금 멀어도 찾아갈 가치가 있을 정도로 요리가 훌륭한 식당은 2개, 요리가 훌륭한 식당은 1개를 주는 시스템으로 운영된다. 보통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식당들은 인증서를 신줏단지 모시듯 고급스러운 액자에 넣어 진열하지만, 방콕 식당들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계산대 앞면에 대충 붙여놓은 경우가 허다하다.
방콕에서는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음식이 맛있는 노점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느 순간 접이식 테이블과 등받이 없는 조그만 의자들 사이에 굽고, 지지고, 끓이고, 튀기는 소리가 가득해진다. 거리가 식당이자 주방이 되는 순간이다. 태국은 집에서 직접 요리하기보다 길에서 간단히 음식을 먹거나 포장해 가는 문화가 일찍부터 자리 잡은 나라다. 선풍기 하나 없는 노점이지만, 퇴근한 회사원부터 아이들 손을 잡고 함께 식사하는 가족까지 모두가 맛있는 음식을 먹느라 분주하다. 길거리 음식의 묘미는 현지인과 뒤섞여 길에 앉아서 먹거나 그들을 구경하며 먹는 데 있지 않겠는가. 이렇게 노점에 사람들이 모여서 먹고 마시는 풍경이야말로 가장 태국스러운 분위기다. 간판도 없는 작고 허름한 거리의 식당이지만, 자부심과 사명감은 남다르다. 최상의 맛을 내고자 모든 요리는 주문을 받은 직후 한 그릇씩 만든다.
한국인 입맛에도 잘 맞아
한 끼 식사로 손색없는 방콕 길거리 음식들. [재이 제공]
혹시 태국 음식이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진다면 흰밥과 모닝글로리(공심채) 볶음 같은 채소를 추가해 먹길 권한다. 방콕 거리 곳곳에서 마주치는 먹거리 노점상들은 음식을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곳일 뿐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구경거리이니 비위가 약한 편이더라도 포기하지 말고 꼭 도전해보자.
생과일주스를 판매하고 있는 방콕 상인. [재이 제공]
길거리 음식은 더위와 소음, 매연 등이 함께하기 때문에 위생 문제에서만큼은 자유로울 수 없다. 무턱대고 안심하라고 하기에는 사람마다 위장 건강이나 예민함이 다르니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길거리 음식에 도전해보고 싶지만 여러 이유 때문에 망설여진다면 방콕 도심 곳곳에 위치한 대형 쇼핑몰 어디든 가면 된다. 대개 널찍한 공간에 길거리 노점 느낌의 매장을 죽 차려놓고 실내에서도 걸거리 음식을 즐길 수 있도록 해놓았기 때문이다. 이 중 짜오프라야강 주변에 자리한 방콕의 랜드마크이자 초대형 쇼핑몰인 ‘아이콘시암(Iconsiam)’은 반드시 들러야 할 곳이다. 이유인즉슨 태국 전통 수상시장을 모던하게 재현해놓은 푸드코트 ‘쑥시암(SOOK Siam)’이 있기 때문이다.
맛집 모여 있는 쑥시암
쑥시암은 아이콘시암에서도 유동 인구가 가장 많은 지상층의 상당 부분을 할애해 70여 개 태국 지역 향토음식을 총집결해놓았다. 시원한 에어컨 아래에서 더위나 위생에 대한 불편함 없이 길거리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또한 태국 전통 의류, 공예품, 이국적인 기념품까지 한 번에 구매 가능해 전통시장과 현대 쇼핑몰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하다.
어떤 곳을 방문하든 여행의 하이라이트는 뭐니 뭐니 해도 잘 먹는 것이다. 특히 그 나라의 현지 음식을 먹어보지 않고서는 여행지의 참맛을 느꼈다고 하기 어렵다. 태국 음식의 다양함을 맛볼 수 있으면서 방콕만의 독특하고 활기찬 분위기와 함께 오랜 시간 여행자들로부터 사랑받고 있는 길거리 음식은 물론, 무심한 표정의 거리 주방장이 뚝딱 만들어낸 요리와 왁자한 풍경의 여운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재이 여행작가는…
세계 100여 개국을 여행하며 세상을 향한 시선을 넓히기 시작했다. 지금은 삶의 대부분을 보낸 도시 생활을 마감하고 제주로 이주해 글을 쓰고 사진을 찍으며 다양한 여행 콘텐츠를 생산하는 노마드 인생을 살고 있다.